[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조두순 출소로 한창 떠들썩했던 12월 초. 그의 출소일인 12월 12일에 중국의 네이버격인 ‘바이두(百度)’를 열었다가 첫 화면에 노출된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갓 출소한 조두순의 얼굴 사진과 함께 관련 기사가 가장 윗부분에 노출되어 있는 게 아닌가. 제목은 ‘(영화) 소원 사건 범인 조두순 형기 만료 출소, 12년 만에 처음으로 얼굴 노출, 분노한 사람들 계란을 던지다’이다. 과연 중국에서는 조두순 사건을 어떻게 다루고 있나 궁금해서 재빨리 기사를 훑어보았다. 해당 기사는 SBS사의 12일자 최신기사에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중국의 유명한 음악 애플리케이션인 ‘QQ음악(QQ音乐)’을 쓰던 도중의 일이다. 오랜만에 고전록을 들어볼까 싶어 영국의 록밴드 ’퀸(Queen)’의 노래를 찾았다. QQ음악에서는 외국 노래라도 가사를 중국어로 번역해서 제공하는데 가사를 보던 도중 그룹 이름을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Queen’이라는 단어 옆에 괄호를 쳐 놓고 ‘皇后乐队(황허우 위에뛔이: 황후 악단)’라고 써놓은 게 아닌가. 물론 뜻은 맞지만 고유명사까지 그네들의 언어로 이름 붙이는 그 기개가 일견 웃음이 나면서도 감탄스러웠다.우리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10월의 마지막 주 금요일, 중국에서 뜻하지 않게 히가시노 게이고(东野圭吾, Dōngyĕ Guīwú)를 만났다.그의 소설 (중국판 제목은 이다)의 연극 공연을 통해서다.매일 아침 소주대 어학당을 가려면 지하철역에 인접한 문화예술중심(우리나라로 치면 ‘예술의 전당’ 혹은 ‘세종문화회관’)을 지나쳐야 한다. 문화예술중심에 가까워지면 옥외 광고판에 커다랗게 붙어있는 각종 공연 광고를 안 보고 지나칠래야 지나칠 수가 없다. 확실히 광고 효과는 있다고 해야겠다. 활짝 웃는 해금연주자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소주는 물이 많은 도시다. 크고 작은 호수는 말할 것도 없고, 곳곳에 강과 하천이 흐른다. 중국에서는 이런 지방을 일컬어 ‘수향’(水乡, shuǐxiāng)이라고 하는데, 특히 수향이라고 하면 강남(장강의 남쪽, 장강은 우리에게 ‘양자강’이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수향을 일컫는다. 상해(상하이), 남경(난징), 항주(항저우), 소흥(사오싱), 소주(쑤저우), 양주(양저우), 무석(우시) 등이 모두 강남 수향에 속한다. 강남 지역은 기후가 온화하고 강수량이 풍부해서 강과 하천, 호수가 사방에 널려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중국 생활의 좋은 점을 여러 이들에게 물어보면 심심찮게 나오던 대답 중의 하나가 바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할 필요가 없어 편하다”는 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는 모든 쓰레기를 한 봉투에 담아 집 앞 쓰레기통에 내놓기만 하면 된다.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모을 일도, 재활용을 깨끗이 씻고 일일이 라벨을 뗄 필요도 없다. 쓰레기봉투도 규격이 없어 아무 비닐이나 쓰면 된다. 배달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다 보니 집에서 음식을 시켜먹는 일이 많은데 먹은 이후에 잔반 그대로 뚜껑만 다시 덮어 배달 온 비닐봉지에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작년 이맘때, 이름과 달리 맛은 좋지 않은 월병(月饼,yuèbǐng)을 먹다 버린 이후 올해는 월병의 ‘ㅇ’도 거들떠보지 않으리라 결심했었다. 그러나 인간의 호기심은 끝이 없나 보다. 지인이 문화체험 형식으로 열리는 월병 만들기 행사를 추천하기에 처음에는 ‘내 사전에 월병이란 없다’고 생각했다가 전단을 보는 순간, ‘이렇게 생긴 월병이면 맛있지 않을까?’하고 넘어가 버린 것이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지인이 작년 행사에서 월병을 엄청 맛있게 먹었다는 경험담을 나눈 게 선택을 부추겼다. 행사가 토요일인 데다 가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9월 8일 오전, 중국이 코로나19 퇴치에 기여한 유공자들을 대규모 포상하는 행사를 통해 사실상 코로나19 종식 선언을 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중국에서는 과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라진 것일까? 중국 내에서 돌아다니는 건 정말 안전한 걸까? 명확한 답은 알 수 없다. 그러나 거리와 상점을 가득 채운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 적어도 ‘중국 내는 안전하다’는 분위기, 중국인들의 믿음이 널리 퍼져있는 건 사실이다.얼마 전 마스크를 쓰고 발마사지를 받으러 갔을 때의 일이다. 한국인이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한국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장장 31시간의 대여정, 중국 드라마 ‘다음역은 행복(下一站是幸福)’의 정주행을 드디어 끝냈다.2020년 1월에 중국에서 첫 방영된 따끈따끈한 신판인 드라마는 우리나라에서도 넷플릭스를 통해 ‘누나의 첫사랑’이라는 B급풍의 제목을 달고 출시됐다고 한다.얼마 전 상해 호텔로 휴가를 보내러 갔다가 TV에서 우연히 이 드라마를 보게 됐다. 분위기가 괜찮아서 집으로 돌아와 TV를 뒤져보니 기쁘게도 한국TV에 한국어 자막이 달린 버전이 있어 중국어 공부도 할 겸 1편부터 시청하게 되었다.그런데 예쁘다고 생각했던 여주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중국으로 돌아온 지 어느덧 두 달에 가까워졌다. 입국 필수절차인 2주간의 격리가 끝난 이후 길 것만 같던 아이의 방학도 드디어 8월 13일자로 끝이 났다. 두 돌 때까지 육아휴직을 하며 집에서 아이를 돌보던 시간 이후로 아이와 24시간을 이렇게 온전히 길게 보내본 적이 없었다. 무려 1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참으로 긴 6개월이었다.코로나시대를 보내며 외출을 자제한 게 습관이 된 건지, 아니면 외출 시 코로나가 걸릴지도 모른다는 아이들 특유의 불안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이는 요 몇 달 집순이가 되어버렸다.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근 20여 년간 ‘오락실’이라는 곳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고등학생이나 대학 신입생 시절 학교 앞 오락실에서 버블보블 등의 스틱 게임이나 DDR(Dance Dance Revolution, 1998년 일본 코나미사가 개발한 최초의 발로 누르는 댄스 게임), 펌프(정식 명칭은 Pump it up, 1999년 국내 안다미로 사에서 개발한 댄스 게임)같은 리듬 게임 등을 한창 즐기던 때도 있었지만 그 시절을 지나면서부터는 왠지 모르게 ‘오락실=어둡고 화장실이 더러우며 담배 냄새가 나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겨 발걸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2시가 넘어 점심식사를 안 줄 줄 알았는데 방에 좀 있다 보니 도시락을 갖다 준다. 나름 한식 식단을 짠 건지 생각보다 푸짐하다. 그나저나 핵산검사를 또 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혈액검사도 한단다. 차례차례 한 방씩 불려나가는데 방음이 잘 되지 않는 방문으로 복도에서 아이들의 비명과 울음소리가 들린다. 다른 아이들의 소리를 듣고 지레 겁은 먹은 딸아이가 혈액검사는 하기 싫다며 울부짖고 복도에 주저앉으려고 한다. 근데 앞에 선 다른 엄마가 아이들은 혈액검사를 안 해도 된다고 한다.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2020년 6월 22일. 소주를 떠난 지 만 5개월 쯤, 하루가 열흘처럼 길었던 날들을 뒤로 하고 드디어 국경을 넘었다.국경을 넘기까지는 순탄치 않았다. 5월 중순, 남편의 회사에서 한국에 발이 묶인 가족들을 위한 초청장 발급을 신청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3월 28일 중국의 전면 국경봉쇄 이후 한-중 양국 정부가 기업인 등을 위한 패스트트랙 제도에 합의했다고 들었지만, 실제로 패스트트랙을 통해 입국했다는 소식은 드물었다. 국가 차원에서 정책의 발표가 있더라도 실제 시행은 지방정부별로, 담당자별로 제각각이기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1. 불확실성이 주는 충격2020년을 관통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사태이기에 모든 이들이 크든 작든 이전과 달라진 일상 속에 쉽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리라. 필자 또한 마찬가지이지만 더욱이 집 없이 떠도는 신세라는 점과 언제 집(소주)으로 돌아갈지 스스로 선택할 수도 없다는 점 두 가지가 합쳐져 현재와 미래에 주는 충격이 얼마나 큰지 절절하게 깨닫는 중이다. 어느덧 원치 않은 서울살이가 4개월을 꽉 채워 가는데 중국의 국경 개방은 요원하기만 하다. 양회(两会)가 끝나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중국에서 집을 구하러 다닐 때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중국에 고작 7개월하고도 24일간 머무르다 돌아와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4개월 차가 되어 가는 필자이지만, 짧은 경험담으로도 강력히 말하고 싶은 것은 중국에서는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다.그럼 과연 집의 기본은 무엇일까? 비바람을 막아줄 수 있어야 하고, 더위와 추위를 덜 느끼게 해주는 것일 게다. 깜짝 놀랄 일이지만 중국에서 처음 구한 집은 이 모든 것들이 허술했다. 그렇다고 집세가 싼 허름한 아파트를 구한 것도 아니었다. 무려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꽁꽁 빗장을 닫아걸고 국내 안정화를 꾀하는 중국, 4월이 되면서 슬슬 성‧시마다 각 학교 개학을 준비하고 있다. 소주시정부는 4월 13일에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6학년이 개학하고, 4월 15일에는 소학교 4, 5학년이 개학한다고 4월 11일자로 발표했다. (참고로 중국의 초/중/고등학교는 중국어로 소학교(줄여서 小学, xiǎoxué)/초급중학(줄여서 初中, chūzhōng)/고급중학(줄여서 高中, gāozhōng)이라고 부른다.) 시 직속 전문대(高职, gāozhí - 고등직업학교로,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청천벽력(靑天霹靂).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칠 때가 있다던가. 며칠 전 한밤중에 겪은 일이 꼭 그와 같다.때는 바야흐로 2020년 3월 26일에서 27일로 막 넘어선 시각, 12시 42분. 잠든 아이 옆에 누워 뒤척거리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카톡의 신소주정보방에 새로운 알림이 뜬다. 들어가 봤더니, 두둥! 3월 28일 0시부터 중국이 외국인을 입국 금지한다는 공고다.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에 재빨리 네이버 검색창에 ‘중국 외국인 입국금지’를 쳐 본다. 하나의 기사가 나온다. 중국 외교부에서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영화 ‘라푼젤’을 보면 라푼젤이 한 주점에서 낯선 이들과 함께 ‘꿈이 있어’라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 나에게도 꿈이 있었다. 두 달 전, 아직 중국에서 서울을 오기 전에 꿨던 꿈.두 달 전(1월 중순)이면 중국에서 코로나19의 영향 없이 일상을 지내던 시절이다. 그땐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해 서울행을 결심했던 게 아니고, 그저 아이와 오랜만에 서울에서 놀거리를 체험하며 병원 진료를 받으려던 계획이었다.서울에 가면 아이가 그토록 좋아하는 (따뜻한 물이 나오는) 수영장에 한 번 가고, 놀이방이 딸린 커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지난 1월 28일 소주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지 어느덧 한 달이 넘어 간다. 처음에는 이쯤 되면 중국에 돌아가겠거니 했는데 이젠 한국의 분위기가 더 심상치 않아 중국 입국을 거부당하면 어쩌나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중국도 아직 코로나의 영향이 잠잠해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상해는 얼마 전 학교 개학 일정을 발표했는데 학년별로 순차 개학을 진행할 예정이며, 유치원과 초등 1~3학년, 대학교는 바이러스가 소멸(!)된 이후에 가장 마지막으로 개학한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약한 유아/아동에 대한 고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일명 신종 코로나는 불과 며칠 사이에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삶을 바꿔놓았다. 하루하루 급변하는 상황이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가 이제는 좌절하게 된다. 갈수록 커져가는 공포와 불신, 언제쯤 이 사태가 진정될까?1월 28일, 상해의 홍교(虹桥, hóngqiáo) 공항에서 출발하는 김포행 비행기를 타고 급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귀국길 중국 공항에서의 풍경은 신화에 나오는 엑소더스(exodus)를 현실세계로 가져온 듯했다. 저녁 시간 2대의 한국행 비행기가 있었는데 체크인 구역에는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딸아이의 학교에서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요리교실이 있다는 알림을 받았다. 그간은 월~금 오전시간을 종일 소주대학교에 묶여있느라 웬만한 학교 행사는 건너뛰고 반드시 가야 하는 행사들만 얼굴을 내밀곤 했다. 드디어 소주대도 방학에 들어갔으니 오전 시간 여유가 넘친다. 춘절맞이 중국 전통음식을 만든다기에 재빨리 위챗으로 참가신청을 한다.화요일 오전 2시간 동안, 빙탕후루(冰糖葫芦, 산사자·해당화 열매 등을 꼬챙이에 꿰어 설탕물·엿 등을 발라 굳힌 것)와 중국 떡을 만든다고 한다. 공짜인 줄 알았는데 48위안(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