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서울=김양미 기자] 친한 동생이 얼마 전에 책을 냈다. 예전에 ‘위클리 서울’에도 글을 썼던 그녀는 장애가 있는 아들과 장애가 없는 딸을 키우고 있다. 그리고 그 두 아이는 쌍둥이다. 내가 그 친구를 얼마나 대단하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대단한 거 보다 훨씬 더 대단하게 생각한다고. 그녀는 엄마이자 전사이며, 작가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일 모두를 야물딱지게 해내고 있다. 이번에 그녀가 낸 책은 ‘배려의 말들’이라는 제목을 달고 세상에 나왔다. 제목만 봐도 책 내용이 무엇인지 감이 온다. 장애에 대한
[위클리서울=김일경 기자] 뭘 해서 먹을까 의 고민은 끝이 없다. 프로그램 개강은 속절없이 미루어지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며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을 듣고 나는 온라인 수업을 준비한다. 그러는 와중에 뭘 해서 먹을지의 고민은 하루에 두 번 이상은 한다. 오늘과 내일은 뭘 해서 먹을지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쪽에 보관중인 양파를 하나 집어 들었다. 마침 냉장고에는 갖가지 재료를 넣고 끓여 놓은 육수가 있고 사다놓은 지 며칠은 된 것 같은 애호박이 눈에 띄었다. 애호박을 채 썰고 양파와 홍당무를 곁들여 볶으려고 한다. 약간의
[위클리서울=김양미 기자]“쾅쾅쾅쾅. 김양미씨 계세요? 문 좀 열어 보세요!! 쾅쾅쾅쾅.”2005년 어느 평범한 날의 오후였다. 나는 다림질을 하고 있었고 아이들은 방에서 낮잠을 자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문이 부서져라 쾅쾅 두들겨 댔다. 놀란 나는 뛰어나가 문을 열었고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119대원들이었다. 우리 집에 도대체 왜 이 사람들이 들이닥친 걸까. 나는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이야기다.그때 나는 신림동 산꼭대기에 살고 있었다. 구기동 친정집에서 4년 동안 얹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1. 불확실성이 주는 충격2020년을 관통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사태이기에 모든 이들이 크든 작든 이전과 달라진 일상 속에 쉽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리라. 필자 또한 마찬가지이지만 더욱이 집 없이 떠도는 신세라는 점과 언제 집(소주)으로 돌아갈지 스스로 선택할 수도 없다는 점 두 가지가 합쳐져 현재와 미래에 주는 충격이 얼마나 큰지 절절하게 깨닫는 중이다. 어느덧 원치 않은 서울살이가 4개월을 꽉 채워 가는데 중국의 국경 개방은 요원하기만 하다. 양회(两会)가 끝나
[위클리서울=김양미 기자]몇 년 전 여름. 오산의 한 물류 창고에서 일한 적이 있다.대안학교 교사를 할 때였는데 여름에 한 달, 겨울에 두 달은 방학동안 쉴 수 있었다. 지금에야 아이들이 다 컸으니 에헤라디야 놀 수 있지만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눈만 뜨면 돈 들어 갈 곳이 천지라 놀고 앉아 있을 수만 없었다. 그래서 방학이 되기 전에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 달간 일할 곳을 찾아두었다. 말하자면 단기 알바 같은 거였다. 오산의 물류창고도 방학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시작하게 됐다. 그 일을 선택한 이유는 높은 시급 때문이었
[위클리서울=김수복 기자] 5월은 지나치게 풍성하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 하다고 했겠다. 게다가 5월의 달은 밝기도 하다.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가위의 달이 크고 밝다지만 5월의 달만 할까 하는 생각조차도 든다. 소쩍새는 어쩌자고 저리도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를 밤새 질러대고 있는 것이냐. 귀거래사 중 한 소절을 읊조리지 않을 수가 없다.해가 뜨고 달이 뜨고 그 안에 내가 숨 쉬니 어디인들 갈 곳이야 없으리.한밤중에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자니 아주 커다란 자유가 내 가슴에 들어온 것 같기도 하다. 하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중국에서 집을 구하러 다닐 때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중국에 고작 7개월하고도 24일간 머무르다 돌아와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4개월 차가 되어 가는 필자이지만, 짧은 경험담으로도 강력히 말하고 싶은 것은 중국에서는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다.그럼 과연 집의 기본은 무엇일까? 비바람을 막아줄 수 있어야 하고, 더위와 추위를 덜 느끼게 해주는 것일 게다. 깜짝 놀랄 일이지만 중국에서 처음 구한 집은 이 모든 것들이 허술했다. 그렇다고 집세가 싼 허름한 아파트를 구한 것도 아니었다. 무려
[위클리서울=김일경 기자] 중국 송나라 시절 도잠이라는 시인이 있었다. 예로부터 유명한 예술인들의 일대기를 살펴보면 벼슬이나 세속에 뜻을 두지 않고 자연을 벗 삼아 풍광을 노래하며 인생의 깊은 철학을 깨닫는 등의 내용들이 등장하곤 한다. 이 시인 역시 당시 혼탁한 관리 사회에 염증을 느껴 벼슬을 마다하고 거문고와 독서를 즐기는 한편 손수 농사를 짓고 은둔생활을 하면서 약 130여 수의 시를 남기고 생을 마감한다. 문 앞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를 심어 스스로 오류(五柳)선생이라 호를 정했고 이름은 잠(潛), 호는 연명(淵明) 또는 원량
[위클리서울=김양미 기자]오랜만에 옛날 영화 한 편을 보았다.박건영 감독의 2009년 영화 ‘킹콩을 들다’.웬만해선 예전에 본 영화를 다시 보는 성격이 아니지만 요즘은 가끔 레트로 감성이 돋을 때가 있다. 아무래도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서 충족되지 않는 그런 촌스런 느낌이 그리워지는 나이가 되었나보다.영화의 내용은 대강 이렇다. 88올림픽 역도 동메달리스트였던 이지봉(이범수 분)은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두고 시골 중학교 역도부 교사로 내려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역도를 배우겠다고 모여든 소녀들을 만난다. 낫질로 다져진 튼튼한 어깨와 통짜
[위클리서울=김양미 기자] 오늘도 나는 커피 잔을 쏟았다.늘 있는 일이라 남편은 이제 놀라지도, 잔소리를 하지도 않는다. 수건이나 휴지를 던져줄 뿐이다. 결혼 초에는 내가 그릇을 깨뜨리거나 뜨거운 냄비에 손이 데이면 나보다 더 화들짝 놀라 차가운 물에 손을 담가 주며 속상해 했는데 말이다. 깨진 그릇을 다 치울 때 까지 옆에 오지 말라며 쓰레받기로 한 번, 청소기로 또 한 번, 그러고도 물휴지로 바닥을 몇 번이나 닦아냈던 사람이다. 칠칠맞은 내가 발에 유리라도 박힐까봐.하지만 이런 훈훈한 풍경은 이제 물 건너 가버린 지 오래다.유리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꽁꽁 빗장을 닫아걸고 국내 안정화를 꾀하는 중국, 4월이 되면서 슬슬 성‧시마다 각 학교 개학을 준비하고 있다. 소주시정부는 4월 13일에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6학년이 개학하고, 4월 15일에는 소학교 4, 5학년이 개학한다고 4월 11일자로 발표했다. (참고로 중국의 초/중/고등학교는 중국어로 소학교(줄여서 小学, xiǎoxué)/초급중학(줄여서 初中, chūzhōng)/고급중학(줄여서 高中, gāozhōng)이라고 부른다.) 시 직속 전문대(高职, gāozhí - 고등직업학교로,
[위클리서울=김일경 기자] 온 나라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 19 덕택에 개학 연기를 거듭 반복한 아들과 올해 초부터 강제 휴강을 당하고 있는 내가 두문불출하고 집을 지키고 있는 사이 어느 새 계절은 봄을 맞이하고 있다. 그나마 남편과 딸은 외부 출입을 하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요즘은 삼시세끼가 아주 고민이다. 한창 먹성 좋은 아들과 나는 본의 아니게 집 지킴이가 되고 보니 뒤 따라 오는 매 끼니마다 뭘 해먹어야 될지 걱정으로 참 고역이다.어느 날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김밥을 한 번 말아 보고자 큰마음 먹고 장을 봐 왔다.
[위클리서울=강진수 기자]69.공원 내 작은 열차를 타고 십여 분 바람을 가르며 달리다가 내렸다. 아직 보이지 않는 어디선가 속삭이는 듯 물소리가 들려왔다. 키 큰 나무들 너머로 물보라가 만들어낸 수증기가 뭉게뭉게 떠오르는 게 보인다. 무작정 그 방향으로 길을 걸었다. 길은 넓고 깊은 강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꽤나 센 물살 사이로 몸통이 꺾인 나무들이 애처롭게 손을 흔들었다. 바람은 그치고 뜨거운 뙤약볕만이 우리 머리 위로 드리웠다. 땀방울이 맺히는 것도 잠시, 다시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먼젓번의 바람이 하
[위클리서울=김양미 기자] 내가 알고 있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앉아있다.그는 유명한 소설가이다. 어린 시절, 그의 소설을 읽으며 오묘한 감정을 느꼈다. 슬픈데 재밌고 칙칙하고 어두운 그의 글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막다른 골목 끝에 환한 빛이 보였다. 이런 글을 쓰는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윤기 없는 머리털을 어깻죽지까지 기르고 피부는 기름기를 쪽 뺀 스펀지처럼 퍽퍽해 보였다. 가끔 텔레비전에 나와 나무젓가락을 던져 뭔가를 꿰뚫는 신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해 한 동안 젓가락을 방문에 꽂아보겠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청천벽력(靑天霹靂).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칠 때가 있다던가. 며칠 전 한밤중에 겪은 일이 꼭 그와 같다.때는 바야흐로 2020년 3월 26일에서 27일로 막 넘어선 시각, 12시 42분. 잠든 아이 옆에 누워 뒤척거리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카톡의 신소주정보방에 새로운 알림이 뜬다. 들어가 봤더니, 두둥! 3월 28일 0시부터 중국이 외국인을 입국 금지한다는 공고다.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에 재빨리 네이버 검색창에 ‘중국 외국인 입국금지’를 쳐 본다. 하나의 기사가 나온다. 중국 외교부에서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영화 ‘라푼젤’을 보면 라푼젤이 한 주점에서 낯선 이들과 함께 ‘꿈이 있어’라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 나에게도 꿈이 있었다. 두 달 전, 아직 중국에서 서울을 오기 전에 꿨던 꿈.두 달 전(1월 중순)이면 중국에서 코로나19의 영향 없이 일상을 지내던 시절이다. 그땐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해 서울행을 결심했던 게 아니고, 그저 아이와 오랜만에 서울에서 놀거리를 체험하며 병원 진료를 받으려던 계획이었다.서울에 가면 아이가 그토록 좋아하는 (따뜻한 물이 나오는) 수영장에 한 번 가고, 놀이방이 딸린 커
[위클리서울=김양미 기자]네 번째 이야기.처음엔 이렇게까지 길게 쓰게 될 줄 몰랐다. 하지만 글을 쓰는 동안 나도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키우며 겪었던 에피소드를 짧게 글로 써본 적은 있지만 아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시작해서 순서대로 내 기억을 끄집어 내본 건 처음이다. 사람의 기억은 늘 한편으로 기울기 마련이어서 힘들었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투른 목수가 연장을 탓하듯 나 또한 그런 엄마였다.사실 부모는 자식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제대로 된 부모라면
[위클리서울=강진수 기자]67.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이과수 국립공원 입구. 오랜 여정 중 마지막으로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 이과수 폭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국립공원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면 유원지의 느낌이 한결 난다. 지도를 보며 그 넓은 공원을 한참 걷다보면, 이과수 강을 모터보트로 가로질러 폭포 근처까지 다가가는 보트 투어와 주변 아마존 밀림을 트럭을 타고 도는 트럭 투어를 패키지로 묶어 파는 매표소에 닿을 수 있다. 입장료도 꽤나 비싸지만 폭포를 보는 것 말고도 특별하게 무언가 더 하고 싶다면 그곳에서 모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는 여행 일기 혹은 여행 기억을 나누고 싶은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의 세계 여행기이다. 여기(여행지)에 있는 주나(Juna)의 세계 여행 그 열일곱 번째 이야기. 찰나의 순간. 여기서 ‘찰나’는 불교에서 시간의 최소 단위를 나타내는 말로 아주 짧고 빠른 시간을 비유할 때 종종 쓰이는 말이라고 한다. 아주 짧은 시간. 누군가는 인생을 찰나의 순간이라고 말한다. 나는 아직 내 인생의 1/3 밖에 살지 않았기에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도 참 길고,
[위클리서울=김일경 기자] 처음에는 열이 나기 시작했다. 얼굴 전체에 홍조를 띈 붉은 기운이 감돌더니 화끈거리다 식었다를 몇 번이고 반복해댔다. 미열의 기운은 온몸으로 퍼지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내 몸의 온도가 평소와는 조금 다름을 느끼는 정도였다. 다음으로 목울대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배가 고파서 커다란 양푼에 이것저것 남은 반찬 다 때려 넣고 찬밥 한 덩이 던지듯 해서 숟가락으로 대충 푹푹 찔러 허겁지겁 입 속으로 밀어 넣다가 어느 순간 컥 하고 목이 메던 그 순간처럼 목구멍 어디선가 꽉 막혀 내려가지 못한 음식물들이 정체현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