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가난한가, 가난해서 아픈가.’답은 둘 다 맞다. 아픈 사람이 치료비를 감당하느라 가난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병원비 부담으로 제대로 된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진료를 받지 못해 더 아프다.2월 11일은 세계 병자의 날이다. 교회는 1993년부터 매년 이날을 병자의 날로 정해 병자 그리고 고통받는 이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촉구한다.모든 사람이 그렇지만, 특히 아픈 사람이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면 무엇보다 돈이 절실하다. 아픈 이들은 돈 걱정 때문에 충분히 돌봄받고 마음 편히 치료에 집중하지 못한다. 그래서 무상의료에 주목하게 된다.
- 가계부채 문제가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2008년 집권한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까지 9년 동안 IMF 금융위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지 않은 채 금융개혁을 미뤘다. 그런 사태를 이미 목격했음에도 한국의 금융개혁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정부는 그동안 재정확대에 의지한 ‘부채성장’을 이끌어왔다. 금융권은 정부 지시에 맞춰 저금리로 자금을 대량 방출했다. 투기용이던 뭐든 상관하지 않았다. 정부가 주도하고 나섰다. 그 여파로 일부 지역의 부동산은 급등했지만 서민경제에 대해선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특권층에
- 탄핵정국, 향후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가.▲ 촛불과 분노의 감정표현은 개별적으론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향후 대선을 지나 개헌을 놓고 국민투표를 하게 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시국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거시적 판단을 잘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현재까지 국회청문회와 특검, 헌재 심리과정 등을 통해 밝혀진 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이 보여준 진행수준도 문제지만 얼마나 비효율적인 제도인가 하는 점도 알게 되었다. 물론 일부분이라도 밝혀내 성과를 얻어냈으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특검수사가 진행될수록 새로운 비리들이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다. 재벌에 검찰 등 공권력까지 연루된 이 ‘역사적인’ 사건은 특히, 뿌리 깊은 정경유착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유화 된 권력은 재벌에게 특혜를 주어왔고 재벌은 돈으로 화답했다. 박정희 정권 때 만들어져 그 중간다리 역할을 해온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권력과 재벌에게 황금알을 낳는 ‘보물창고’로 활용돼왔다. 뿌리 깊은 정경유착이 가능했던 이유다. 이번 정권에도 전경련은 자신의 역할을 지나칠 정도로 잘해냈다.그러는 사이
- 신자유주의에 따른 극심한 양극화로 세계가 홍역을 앓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로 전 세계에 신자유주의 체제라는 물결이 몰아쳤다. 세월이 지나면서 숨겨졌던 모순들이 드러났다. 대자본가들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지휘하면서 일반 시민과 서민·노동자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가중시켰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결론과 인식이 아직까지도 없다. 각 국가의 사회 구성원들도 살기가 너무 힘들고 팍팍하다. 자본이 모든 것을 삼키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세계가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에 짓밟혀 왔는지 사회적
- 촛불민심이 열망하는 게 단순 정권교체일까.▲ 촛불이 타오르는 과정에서 정치시스템에 대한 이해도 달라지고 있다. 중요한 점은 광장의 발언을 보면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다. 일회성 정권교체만으로 혁명적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과거에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정치의 틀 자체를 밑바닥부터 바꿔야 한다는 의식의 변화다. 물론 정권교체 자체가 정치교체의 동력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그동안 일반시민들의 정치·사회적 발언권이 보장되지 않
2017년 정유년 새해에도 촛불은 여전히 어두운 세상을 밝히고 있다. 광장의 시민들은 촛불을 들었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본다. 불의한 권력에 맞섰다는 자긍심과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마음은 서로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2017년은 1987년 6월 민주항쟁 30주년이 되는 해다. 민주사회의 도화선이 됐던 6월 항쟁은, 지난해 수천만이 응집한 촛불로 다시 타올랐다. 그 열기는 희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은 대통령을 탄핵소추에 이르게 했고, 관련자들을 줄줄이 법정에 세웠다. 그 뿐 아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정경유
“피해자들은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 그들의 말로 할 수 없는 말들을 말로 알아듣고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에게 말을 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법적으로 의미없게 되어 버린 그들의 말이 법의 말 세계로 초대되어 법적으로 유효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광주전남 공익변호사 모임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이하 동행)에 문화학자 엄기호 씨가 전한 말이다.동행은 광주,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여성과 아동, 장애인, 이주노동자, 난민, 비정규직 노동자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해 공익소송과 자문, 법률연대
- 우리 민족의 영원한 화두, 남북통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가까운 시일 안에 통일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신 냉전구도를 형성하고 군사·경제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당기간 어려울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의 경제가 회복되고 북한주민들이 북한체제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기울어간다면 한반도 통일은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이 통일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특히 젊은 층과 학생들도 관심이 없다. 보수 기득권층은 자신들의 이익
- 작년 11월 경찰의 직사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던 백남기 농민이 세상을 떴지만 국가는 잘못을 인정하긴 커녕 사과도 하지 않았다. 우리사회에서 오랜 동안 지속돼온 국가폭력과 인권탄압, 어떻게 보나.▲ 국가는 기본적으로 폭력조직과 같다. 법에 근거해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통상적인 국가의 개념이다. 하지만 그런 폭력을 불법적으로 자행한 게 바로 한국이었다. 역사적으로 대표적 사건들을 보면 이승만 정권하에서 벌어진 반민특위사건이나 4.19 학생의거 당시 총기발포에 의한 사망사건, 5.16쿠데타 이후 박정희 군사독
대한민국호가 표류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분노한 촛불민심은 대통령 하야 요구로 이어졌고, 수구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도 들불처럼 번졌다. 1500여개로 구성된 ‘박근혜 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과 기독교·불교·천주교 등 ‘박근혜 퇴진 5대 종단 운동본부’도 야당을 압박하며 국민들과 함께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다. 국민들이 보여준 이번 촛불민심은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과는 다르다. 그것은 우리사회에서 자리잡고 있는 막강한 기득권을 갖고 있는 수구세력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
- 독성화학공장에 의한 환경오염 문제도 심각하다.▲ 국내에 화학물질을 만들고 가공하는 화학공업업체들이 매우 많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의 경제활동에 비교했을 때 화학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 특히 원유를 정제해서 만드는 화학제품 가공 산업이 발달해 있다. 대규모 화학 산업단지만 해도 남해의 여수와 여천에 분포해있고, 울산·충청지방 등에도 산재해 있다. 환경오염에 의한 환경피해문제 등 때문에 이전부터 주민들을 대부분 이주시켰다. 그럼에도 아직 문제가 많다. 이주를 했지만 멀리 못가고 공장 근처에 사
- 가습기에 포함돼있다는 ‘살(殺)생물제’(Biocides)는 어떤 물질인가.▲ 살생물제란 인간과 동물의 건강에 해를 주거나 자연계와 생산물 등에 피해를 주는 유기체를 통제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독성물질이다. 여기에는 항곰팡이제와 제초제, 살충제, 살조류제, 구충제 등과 항바이러스제, 항진균제 등 항생제류가 포함된다.선진국에서는 살생물제 생산과 판매를 엄격히 제한한다. 살생물제는 살아있는 유기체만 죽일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대부분 고(高)독성이다. 주로 미생물이나 해충류가 대상이지만, 사용과정에서 인간
경제규모 세계 11위. 산업재해발생률은 최고 수준. 한국은 1년에 3000여 명이 산재로 사망한다. 세계 최고다. 그런데도 산재·보건·직업병 등에 대한 정부 태도는 안이하기만 하다. 석면으로 인한 갖은 질병과 직업적 백혈병, 최근의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물론이고 원전 등 국민의 보건환경과 생태환경에 대한 정부 관료들의 인식과 대응 태도는 제로수준이다. 역대 정부들은 하나같이 노동자들의 희생에는 눈을 감은 채 거대자본의 대변자 역할에 치중했다. 단적으로 지난해 온 사회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메르스(MERS)’ 사태 당시 무능대처로 질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해서 평가한다면.▲ 대통령 지지율이 5%임에도 불통독재를 내려놓지 못하고 국회와 국민이 저지했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급속히 서둘렀다. 의혹만 쌓인 사드 배치도 재검토 없이 물리적으로 강행해버렸다. 이번 협정으로 일본의 재무장을 부추기며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까지 허용할 태세다. 핵 군비경쟁을 촉발시켜 동북아를 화약고로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북한과도 대화가 단절된 채 군사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온 국민은 비탄과 분노에 빠졌다. 하지만 그동안 계속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질문조차 하지 못하는’ 청와대 기자단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프레스센터에서 언론단체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향해 ‘대통령에게 질문하라’ ‘질문하지 않는 청와대 출입기자는 언론책무 방기행위’라고 얘기했다. 청와대 기자회견장인 춘추관은 공자가 쓴 역사서 ‘춘추(春秋)’에서 딴 것이다. 춘추란 곧 시대(時代)다. 저널리스트는 시대적 사관(史觀)을 다루는 사람이다. 얼마 전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성명 95초 녹화에서도 기자들은 들러리만 섰다. 대통령 생방송 연설을 할
자유언론실천재단은 ‘100만 촛불’이 켜지던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내자동에서 서촌으로 이어지는 골목 인근의 조용한 빌라촌, 재단 사무실이 있다. ‘100만 촛불’의 ‘박근혜 하야’ 함성이 여전히 귓가에 생생하게 울려 퍼진다. 1970년대 유신시대로 대한민국 시계를 돌리려한 박근혜 정권, 속속 드러나는 국정농단의 실체에 분노한 수많은 촛불들에도 아랑곳 않고 여전히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여기에는 그동안 이런 사실을 제대로 감시하고 알리지 못한 언론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다. 7년 전 MB정권 당시 35위였던 한국의 국제 언
- 나라가 극도로 혼란스럽다. 100여 년 전과 유사한 위기국면이라는 지적도 제기되는데.▲ 대한민국이 전방위적으로 위기다. 19세기 구한말 서구열강들의 약육강식 패권경쟁이 한창이던 시기에 대한제국은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읽지 못해 군국주의 일본에게 빼앗겼다. 그럼에도 지금 정부는 이런 위기를 방관한 채 역방향으로 왔다. 국정역사교과서 강행과 한⋅일 위안부 졸속합의, 사드(THAAD) 배치 등 예민한 문제로 국론분열만 조장했다. 국민들은 저항했지만 난국 속에도 교과서국정화를 통해 친일사관을 유일한 역사
- 학부모들이 국정교과서 불매운동에 나섰다.▲ 검인정 교과서는 담당교사가 3순위까지 추천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선정하지만, 중·고교 국정역사교과서는 심의절차 없이 학생 수만큼 교사가 무조건 신청하도록 되어 있다. 전혀 본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복면집필 교과서 주문을 강요하고 있어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매우 높다. 2017년 3월부터 시작되는 역사교과서에 무엇이 실려 있는지도 모르는데, 책값을 부담해야 하는 고1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불매운동을 벌이고 나선 것이다. 중학교는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국정교과서는 1974년 박정희 유신독재 시절에 태동했다. 국민을 통제하고 장기집권을 획책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국정교과서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역사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했다. 이후 많은 논란 끝에 사라졌던 국정교과서가 박근혜 정부가 집권하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 ‘제2의 유신(維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내년 3월부터 일선 학교에서 가르치게 될 국정역사교과서가 오는 28일 얼굴을 내민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대한민국 수립(건국)’으로 못 박은 국사편찬위는 자문위원의 이름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