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널러 옥상에 갔다. 언제나 그렇듯 힘 있게 문을 왈칵 여는데 후다닥거리는 인기척이 느껴진다. 옆집에 사는 중1 여자아이가 친구 2명과 함께 있다. 새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어른 흉내를 내려는 앳된 아이들 손에는 맥주 1캔과 소주 1병, 콜라 1개가 들려 있다.“여기서 뭐하는 거야!” 대낮에 소주병, 그것도 옥상, 그것도 중1. 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옆집 아이에게 묻는다. “집에 아빠 없어?” “네”라고 답하는 아이.“그럼 집에 들어가서 놀아. 여기서 뭐해. 4층 아저씨들이 옥상에 자주 오는데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아이들은
필하모니안즈서울 오케스트라가 '사계, 그리고 바로크 챔버뮤직'을 22일 예술의 전당 IBK 챔버홀에서 새롭게 선보인다. 이 공연은 유럽, 남미 그리고 한국의 사계를 중심으로 한 레퍼토리와 바로크 챔버 뮤직의 정수를 한 무대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획 공연이다. 티켓이 오픈되자마자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이번 공연에서는 비발디의 ‘사계’, 피아졸라의 ‘사계’, 한국의 ‘사계’를 공연의 부제로 선정해 한 가지 주제로 유럽, 남미, 한국 작곡가들의 작품과 더불어 바흐의 ‘브란덴브르크 협주곡 4번’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보
[위클리서울=전라도닷컴 남인희·남신희 기자] “까뜩 채와놓고 주란 대로 퍼주는 맛”보릿고개는 높고 밥그릇은 깊었다.자고새면 됫박땀을 흘리며 농사일을 하는 식구들을 먹여야 하는 이가 어매라는 자리였다.“그 세상에는 정지에 묵을 것이 암것도 없어.”쌀도 된장도 장도 고춧가루도, 소금마저 넉넉지 않았다. 밥은 언감생심, 죽그릇에 그림자가 비치게 멀건 죽조차도 식구대로 배를 채울 만치 담지 못했다.“시방은 쌀도 많고 된장도 많고 장도 많애. 부자가 되았는디 인자 식구가 없어.”암것도 없는 캄캄정지에서 올망졸망 식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는 서커스와 예술, 놀이를 결합한 창의적인 콘텐츠로 사랑받고 있는 '서커스 예술놀이터-여름방학 편'의 참가자를 모집한다. 초등학교 3~6학년 대상으로, 오는 18일(화)부터 선착순 100명을 선발한다.지난 2015년 시작한 '서커스 예술놀이터'는 매년 참가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높은 만족도와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서울을 대표하는 서커스 예술교육 브랜드로 자리잡았다.이번 '서커스 예술놀이터-여름방학 편'은 ‘서커스 별 모험’을 부제로, 참가자
돌과 바람과 여자가 많다는 삼다(三多)의 제주. 여기에 물질(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해녀들도 빠질 수 없는 제주의 상징이다. 제주도에는 모두 5000여 명의 현역 해녀가 있다고 한다. 한때는 1만여 명의 해녀가 제주 바다를 휘젓고 다녔지만 연안어장의 고갈과 물질이 힘들고 나이가 고령화되면서 그 숫자가 많이 줄어들었다. 이대로라면 오래지 않아 해녀들이 영영 종적을 감출지도 모를 일이다.‘물속에 들면 바다가 곧 하늘이다.’ 제주 해녀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그들에게 산호빛 바다는 평생 놀이터 같은 곳이다
┃오사카의 첫 얼굴여행이란 것이 막상 도착하면 썩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 사이에 치이고 중요한 것을 놓치거나 사소한 불평으로 트러블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난 뒤엔 잊지 못할 꿈처럼 매 순간이 그립다.한 30분 잤을까? 오후 3시경 오사카의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엔 비가 온다던데 날은 흐리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찍는 사진 속 배경이 흐렸지만 비를 맞지 않은 게 어디냐 싶었다. 저가항공을 이용한 터라 모노레일을 타고 공항 본부로 이동했다. 모노레일은 귀엽다고 생각했다. 공항에 도착해서도
종양내과 전문의이자 '암—만병의 황제의 역사'로 2011년 퓰리처 상 논픽션 부문에서 수상한 싯다르타 무케르지의 최신작이다. '숨결이 바람 될 때'의 폴 칼라니티,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아툴 가완디와 함께 미국의 3대 의학 칼럼니스트로 일컬어지는 그는 종양학 분야의 선구적 지식과 컬럼비아 대학 부속병원에서 쌓아온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의학·과학·인문학을 두루 아우르는 빼어난 글을 써왔다.'의학의 법칙들'은 120만 조회수를 기록한 테드 강연을 바탕으로 그가 의사
“심경! 깊이 갈아놔야 뿌리가 잘 뻗는 법이여”“일을 하래 묵히문 닷새를 해도 못해. 때를 맞촤 일을 해놔야지 철에 안 바빠. 인생사가 다 그래. 다 때가 있는 것이여.”그 ‘때’라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 오늘 밭에 선 이평신(78·운당리 영당마을) 할배. 아마도 ‘근(勤)’이란 유산을 물려받으신게다.내가 벼슬하여 너희들에게 물려줄 밭뙈기 정도도 장만하지 못했으니 오직 정신적인 부적 두 자를 물려 주겠노라고 했던 다산 정약용.“좋은 밭이나 기름진 땅보다도 나은 것이니, 일생 동안 써도 다 닳지 않을 것”이라며 그가 자식들에게 물려준
2001년 창단, 2002년 발표된 1집 앨범 '아침풍경'을 시작으로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하며 한국형 월드뮤직의 새로운 대안으로 평가 및 주목받아온 ‘그림The林’은, 그간 Asian Art Mart in Singapore, Dancing with the Peace in New york-Lincoln Center, 인도와 동유럽 투어 등 한국음악을 대표하는 자리에서 호평을 이끌어 내 한국음악의 위상을 높이기도 하였다.전통예술을 기반으로 동시대적 공감을 표현하며 국악창작의 진보를 이뤄온 창작국악그룹 ‘그림The林’이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 잠실창작스튜디오가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세 미만의 장애 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누에 꿈;틀'을 신설하고 참가자 20명을 18일(화)까지 선착순 모집한다.'누에 꿈;틀'은 장애 청소년과 장애 예술가, 시민 전문가가 함께하는 새로운 개념의 문화예술 체험 교육 프로그램으로 ‘잠실’의 옛 이야기를 예술로 표현하는 등 총 10회의 교육을 거쳐 9월초에는 결과 발표 전시도 열린다. 자유학기제 확대와 창의 체험 교육,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청소년을 위한 체
그곳으로 내려가면 안 되었다.그것은 하늘의 뜻이 아니었다.당장은 지푸라기를잡을 수는 있었겠지.두려움에 가득차면하늘이 보이지 않는다.갈 바를 알지 못하고나락으로 떨어진다.한번 걸어간 길은마음에 기억해야 한다.다시는 놓치지 않아야 한다.그렇게 쉽게 버리지 않아야 한다.지금 여기를 거역하면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다.새롭게 눈앞에 갑자기신천지가 펼쳐지겠는가?끝까지 생명을 붙잡고눈을 뜨고 살아야 했다그의 길을 걸어가는 것.그것을 붙잡아야 했다.항상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오늘도 많은 사람들은믿음의 땅을 떠나서불순종의 땅으로 나아간다.그렇게 행렬을
최근 몇 년 새 한국의 청년들이 만들어낸 신조어 중 가장 참담하고 비참한 말이 ‘헬조선’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새롭게 등장한 이 단어는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지옥을 뜻하는 ‘Hell’과 ‘조선’을 합성한 말이다. 최근 한국의 경제 여건이나 생활이 최악이라는 반증이다. 특히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 젊은 청년들이 심하게 느끼는 말이다.그런데 각종 경제지표는 한국이 그렇게까지 최악이라고 얘기하고 있지 않다. 또 최근 경제가 심각하게 나빠진 남유럽 국가들, 그리스나 이탈리아, 스페인이나 포르투갈과 비교하면
(사)한국연극협회가 주최·주관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제2회 늘푸른연극제”가 오는 7월 28일부터 8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진행된다.지난해 개최 된 “원로연극제”에서 올해는 “늘푸른연극제”로 축제 명을 변경, 2회째를 맞는 이번 연극제는 우리 연극계에 기여한 원로연극인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행사로 선정연극인들의 대표작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연극축제이다.평생 동안을 연극 한 길만 걸어오며, 한국 연극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현재까지 ‘뜨거운 현역’으로 무대 위의 삶을
제37회 전국장애인체전과 제98회 전국체전이 열리는 개최지 충주를 알리 기위해 우륵의 후예라고 자칭하는 충주의 젊은 예인들로 구성된 우륵 아트패밀리가 탄금대에서 지난 9일 신호탄을 올렸다.우륵 아트패밀리는 대금연주자 여승헌씨가 대표를 맡아 첼로 배윤주, 바이올린은 이혜원, 건반 최다혜, 국악타악 지혜인, 보컬 한남수, 기타 김나린, 드럼 이준노등이 국악기와 서양악기, 실용음악 및 한국무용을 융복합해 30여명의 청년예인들이 내달 10일 오후 7시 반 탄금대에서 2017 전국체전 성공기원음악회를 개최한다.이 음악회는 국악관현악 최정상지
원주시와 제36사단이 공동 주최하고, (재)원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 지상 최대·최장의 거리 퍼레이드 축제 ‘2017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이 9월 20일(수) 부터 5일 동안 원주시 따뚜공연장과원주시 전역에서 펼쳐진다.올해 축제에는 총 152개팀(2016년 144개팀), 1만2000여 명이 참가한다. 이 중 해외팀은 13개국 42개팀(2016년 32개팀), 1600 여 명으로, 더 다양하고 화려한 각 나라의 퍼포먼스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일본 요사코이 소란 마츠리 영예의 대상 팀의 참가로 더욱더 기
“삽 없으문 곡석이 안 나와”안동의 숨은 군자 김씨는 악한 것을 미워하고 구차스럽게 처세하지 않는 것으로 이름이 난 사람이었다. 원님으로 나가서는 백성을 좀먹는 일을 가장 힘써 제거하였으므로 그가 이르는 곳마다 아전들이 감히 부정을 저지르지 못하였다. 물러나와 시골에 살면서는 삽과 낫과 칼을 늘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이름하기를 ‘삼우(三友)’라 하였다.고려말 학자 권근의 에 나오는 이야기다..어떤 이의 ‘
“I don't know you, But I want you~”로 시작하는 유명한 노래가 있다. 이미 한국에서도 대표적 듀엣곡으로 사랑받아왔다. 그저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영화 ‘원스(2007년 개봉)’의 OST다. 잔잔한 피아노와 기타 연주, 여자와 남자의 부드러운 목소리. 노래도 좋을뿐더러 이 영화의 최고 명장면으로 꼽을 수 있다. 한 피아노 가게에 두 남녀가 들어간다. 여주인공은 전시된 피아노를 치고, 남주인공은 기타를 친다. 매우 조심스럽게 서로의 목소리를 포갠다. 영상은 굉장히 거칠다. 프로가 아닌 마치 아마추어가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에서 주최하는 제20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2017, 이하 시댄스)가 10월9일 월요일부터 10월29일 일요일까지 21일 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CKL 스테이지, 디큐브시티프라자광장에서 열린다.올해 시댄스에서는 유럽-아프리카-중남미-중동-아시아 19개국 43개 단체의 37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영국의 자존심’이라 불리며 영국 현대무용의 최전선을 개척하고 거장의 반열에 오른 러셀말리펀트 컴퍼니와 위트있고 감각적인 작품으
경북 김천시 구성면 월계리. 속명 ‘골마’라는 곳에서, 전원생활에 푹 빠져 사는 나. 시골댁~~. 언덕위에 위치한 농가의 해발높이가 300m이니 마을지대가 꽤나 높은 편이다. 필자가 사는 농가에 가기 위해서는, 김천에서 25km정도를 거창 쪽으로 가다가, 충북 영동 쪽으로 조금 들어가다 보면 맑은 냇가를 만난다. 올갱이가 살고 있는, 아직은 오염되지 않은 청정 개울을 건너 산중턱으로 오르다 보면 빨간 지붕이 보인다. 1987년도에 대구에서 이곳 월계리로 이사 온 울 아버지. 지금처럼 귀농개념도 없었던 시기에, 젖소 목장을 하시겠다고
잠 못 이루던 밤이 몇 번 있었다. 기대하던 초등학교 첫 소풍 전날 밤, 첫 수능을 앞두던 밤, 그리고 공항 갈 생각에 들떴던 어젯밤. 잠을 청하려 눈을 감으면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어딘지 간지러웠다. 모두 초조하고 설렌 날이었다. ┃자본에 의한, 자본의 종을 위한잘 자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사는’ 것도 중요한 오늘날이다. ‘여행의 목적이 쇼핑이었나?’하는 의문과 함께 여행이 시작되었다. 필자가 이번에 다녀온 일본의 모습은 이전의 기행문과 다르게 자본에 초점이 맞춰진다. 평소 ‘힐링’이니 ‘먹방(먹거리 탐방)’이니 견문이니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