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 시장의 트렌드는 정말 빠르다. 그리고 편승하는 분위기가 무척 강하다. ‘리드오프’ 흥행작이 이끄는 현상이 나오면 최소한 이듬해 영화 시장까지는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 ‘감옥’이란 한정된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수컷들의 세력 다툼은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든 마초 감성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남자’ 그리고 ‘힘’ 이 두 가지 콘셉트만 가지고도 흥행 시장에서 반은 먹고 들어가게 된다. 최근 감옥을 배경으로 한 남자들의 세계를 그린 영화가 쏟아지는 것도 무관하지는 않다. 물론 예전부터 이런 스타일의 이야기와 트렌드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밤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노트북을 보고 있던 찬우(가명)가 여지없이 반갑게, 그러나 작은 목소리로 맞아주었다. 그는 거실 식탁에 앉아 작은 조명 하나를 켜고, 카메라를 꺼냈다. 작은 종이와 펜도 올려놓았다. 그는 캘리그라피와 사진 찍는 데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곳에 머무는 게스트들이 그가 쓴 예쁜 글귀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으면,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선물해주곤 했다.기쁜 마음으로 어떤 문구를 고를지 한참을 고민했지만,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벽 한 면에 붙어있는
자기를 버리는 사랑은변함이 없다.눈물을 흘리는 사랑은실패한 적이 없다.그렇게 사랑을 한다.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사랑의 나무를 심는다.언젠가 열매를 맺으리라.지금은 아니라도지금 이루어지지 않더라도꽃이 피는 날이면반드시 열매가 있다.사랑은 실패가 없다.사랑은 떨어지지 않는다.거기까지 그만큼성공한 것이다.날마다 성공하라.거기까지 그만큼만사랑을 이루어내라.그때까지 참아내라.마지막까지 참는 자가승리를 얻는 것이다.그렇다면 결국은시간의 문제이다.흔들리지 말라.물러서지 말라.거기에서 죽으라.부활을 이루어내라.그것이 우리의 소망이니그것을 기다리며
2014년 첫 시집 '싱고,라고 불렀다'를 펴내고 시인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신미나 시인이 어느날 ‘싱고’라는 이름으로 독자들에게 스케치북을 건넸다. 스케치북에는 단정하고 사랑스러운 그림들과 시 같은 에세이, 그리고 시 한편이 실려 있었다. 일상의 고민과 어린 시절의 추억이 따뜻하게 그려진 싱고의 시 웹툰은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과 공감을 끌어냈고, 2015년 겨울부터 반년 남짓 창비 네이버블로그에 ‘시 읽어주는 누나, 詩누이’를 연재하면서 출간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종이책을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시를 읽어보면
나체인지 피부색 옷을 입은 건지 알 수 없는 소녀를 담은 사진, 화려한 레이스 드레스를 입은 남성에게 바치는 여성 작가의 열렬한 사랑 고백, 어제는 전시장이었다가 오늘은 카페로 바뀐 의문(?)의 한옥, 아름다운 꽃과 나무 사진에서 느껴지는 정체 모를 음산함, 학·장승·솟대에 국문과 영문이 교차해서 쓰인 이미지, 바그너의 초상이 담긴 한 폭의 동양화..얼핏 들으면 영화의 한 장면인가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이 이야기는 '까다로운 대상'이 다루고 있는 200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풍경들이다. 현대 이전의 미술은 주로
도입.아주 단순한 사건에서부터 모든 것은 비롯되었다. 그저 집에 누워 있다가, 약 먹을 시간에 약 봉투를 찾아 헤맨 것이 전부다. 분명히 내 기억으로는 내가 요즘 가장 흥미롭게 읽고 있는 책과 더불어 봉투를 식탁 언저리에 놓아두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외출을 할 때, 식탁에 놓인 책을 가지고 나갈까 말까를 고민하던 나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다. 그런 기억들을 토대로 내가 해야 할 일은 식탁 근처의 물건들을 샅샅이 뒤지는 일 뿐이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다른 곳까지도 전부 살펴봤지만 여전히 찾을 수 없다.이상한 일이
마지막으로 떠나는 여행새해가 지나고 앤 교감 선생님이 귀국하기 전 마지막으로 여행을 다녀오지 않겠냐고 제의를 하셨다. 이를 거절할리 없는 나인지라 당연히 가겠다고 했다. 여행을 가기로 한 날 이른 아침부터 앤 선생님의 차가 나와 동료 선생들을 데리러 왔다. 우리가 사는 마을에서 한두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펫차분’이 목적지다. 그리 멀지도 않고 북부 산악 지대의 시작점이라 서늘한 날씨에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클로드 선생도 여행에 합류했다. 클로드 선생과 앤 선생님, 앤 선생님의 친척 두 분, 롱차야펀 교감 선생님 부부, 나와 동
날마다 그 앞에마음을 드린다.드릴 것이 없음은그만큼 더러워진 것.무엇을 드릴 것인가?드릴 것을 준비해야 한다.내가 생각하는 가장 귀한 것.곱게 빗어 내린 머리칼.그 앞에 나아갈 때마다마음을 빗어그 앞에 가지런히나의 발을 놓는다.그를 향하여 걷는 발길.신발을 벗어버린 맨발로어둠을 깬 아침마다그의 성소를 향한다.그가 거기에 있다는 그것만으로한없이 마음이 부드러워진다.그것만으로 족하다.무엇을 더 원하는가?깊숙이 간직한 그 형상을 떠올리며조용히 두 눈을 감는다.아득히 떠오르는 그리움.그가 하늘 아래 있다.그래, 이것이다.이것으로 나는오늘을
고백이 없는 글은감동이 없다.다만 언어의유희에 불과할 뿐.기도가 아닌 삶은응답이 없다.뜻이 없기에이룰 것도 없다.수행이 없는 믿음은신기루에 불과하다.자신을 보지 못하고무엇을 본다 하겠는가?거룩함이 없는 예배는자신의 만족에 불과하다.가지고 놀 것이 없어우상을 숭배하는가?날마다 떠나지 않으면거기에 붙잡혀 굳어진다.다시는 떠날 수 없는바벨탑을 쌓는다.무엇을 찾아 떠나는가?잡을 수 없는 허상이마음에 가득하니풍선처럼 바람에 떠다닌다.떠오르는 생각이 둥지를 트니형상의 옷을 입고 날개를 단다.내 입술의 노래가나의 현실이 된다.초점을 모아 집중하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문명의 이기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뭔가 크고 화려한 것을 쫓는 이 세상에서 ‘작은 것’은 보잘 것 없고 초라하고 쓸모없는 것으로 비춰지기 십상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 온갖 첨단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서, 투박하고 볼품없지만, 우리 삶에 아주 유용하게 쓰이는 물건이 있으니 바로 두 바퀴를 가진 자전거다.자전거는 문명의 이기와는 거리가 멀다. 무슨 전자제어 장치가 달려있는 것도 아니고 빠른 이동수단도 아니다. 오로지 두 바퀴와 페달, 그리고 몸체를 떠받치는 안장과
한적한 일요일 오후,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정신이 하나둘 돌아오면서 한 생각은 ‘제주에 가고 싶다’였다. 일어나자마자 이유도 없이 그랬다.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면서 오름의 풍경을 떠올리며, 작은 짐을 싸서 바로 버스에 올랐다. 공항 가는 길을 찾아보면서 가장 싸고 빠른 비행기 티켓도 결제했다. 쉬웠다. 가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정말 제주에 갈 수 있었다.함께 여행할 메이트를 구하지 않고 언제 돌아올지 정하지도 않았다. 운 좋게 잡은 비행기 창가 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하늘 구경만 했다. 아무런 일정과 계획이 없어 ‘해
이 땅을 구원할 진인(眞人)과 진인을 품은 성모를 잇는 매개체 해인(海印), 그리고 그 해인에 숨겨진?윤회의 특별한 비밀. 성모의 몸을 이용해서 영생을 끊으려는 한 불사(不死)와 그를 막으려는 또 다른 불사(不死)의 숨막히는 대결이 뒤척이는 긴 역사 속에서 되풀이된다. '김유신의 머리일까?'라는 인상 깊은 제목의 소설을 발표하며 독자와 평론가들의 주목을 끌었던 차무진의 후속작이 엘릭시르에서 출간되었다. 한국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에 몰두하고 있는 그는, 신작에서도 그러한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사단법인 글로리아오페라단은 2017년 창단26주년을 기념하여 G. 푸치니 오페라 '마농레스코'를 오는 6월9일부터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3일간 개최한다.이번 공연에서는 특별히 푸치니박물관에 소장된 푸치니의 친필서류와 유품, 푸치니의 고향 루까시립극장에 소장된 의상과 소품을 전시할 예정이다.푸치니의 친필 오리지널 서류들과 공연사진, 영상과 서적 등 다양한 푸치니의 유품들이 전시될 예정으로 특히 1893년 12월21일 이탈리아 노바라코챠시립극장 공연시 소프라노 체지라 페라니(Cesire Ferrani)의 마
대한민국의 문화사업을 리드하는 코엑스가 실력 있는 젊은 작가들의 활동 저변확대 및 시민들을 위한 공공아트 프로젝트를 위해 BS아트와 함께 이름도 생소한 국내 최초 신개념 디지털 미술전과 컬래버 한 팝아트 콘서트를 진행한다.‘미술전시는 꼭 갤러리나 전시장에서 해야 한다.’ 라는 고정관념을 깬 이번 행사는 야외 특설무대에서 7mX4m의 대형 LED 액자에 실력있는 국내 작가 15인의 그림을 디지털로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그간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전시로 국내 최초이며 미술과 기술이 만나 만들어낸 융복합 미술전의 좋은 본보기라 할
배부른 자에게는만나가 필요치 않다.산해진미에도 관심이 없다.더 이상의 음식은 독이 될 뿐이다.많이 가진 자에게는재물이 필요치 않다.더 이상의 소유는죄가 될 뿐이다.현실에 만족한 자는혁명이 필요치 않다.변화를 원하는 자는불순분자일 뿐이다.하여 지금 굶주린 자,지금 가난한 자,지금 간절한 자는 복이 있다.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소원이 있는 자는길을 걷는다.앉아있는 것은죽음일 뿐이다.뜻이 있는 자는기도를 드린다.완성을 향하여삶을 살아간다.감사가 있는 자는노래를 부른다.마음에 가득한 선율을허공에 뿜어낸다.희망을 가진 자에게는은혜의 바람이
사라져가서 아쉬운 것들이 있다.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다. 시대의 흐름을 버티지 못하고 정겨웠던 곳들이 문을 닫아간다.사인펜으로 눌러 쓴 “그동안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란 종이 한 장만이 텅 빈 가게 문 앞에 붙어 펄럭펄럭. 문을 닫은 건 가게인데, 내 청춘의 페이지가 또 한 장 닫혀 나가는 것만 같다.저녁을 먹고 나면 아이들과 산책 겸 동네 한 바퀴를 돈다. 어른 걸음으론 왕복 20분 거리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면 한 시간은 족히 걸린다. 다섯 발자국 가다말고 개미를 죽이기 위해 멈춰 서거나, 열 발자국 가다말고 차량 진입금지 표시
타지에서 맞는 새해콴 선생이 새해를 맞이하여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했다. 내가 있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마을이었는데 자동차로 약 사십분 정도는 가야 도착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새해를 맞아 일가친척들을 모두 모아 잔치를 연다는 것이었다.도착해보니 이미 빌려놓은 별장에서는 식재료들을 옮기고 있고 잔치 준비에 한창이다. 나중에 저녁에서부터 잔치는 시작될 것이니 그 전에 자전거를 타고 오자고 콴 선생이 제안한다. 콴 선생 가족들은 전부 자전거를 즐겨 타는데다가, 콴 선생의 오빠는 사이클 아마추어 선수여서 집에 들여놓은 자전거
6월 1일부터 13일까지 파주 헤이리예술마을에서 대규모 사진 축제가 열린다.마을 축제 ‘어디서나 그리미다’의 일환으로 열리는 ‘떴다방사진전-빛으로 헤이리’ 야외전시회에는 국내외 43명의 작가가 출품했다. 전시는 대형 걸개사진을 헤이리 중앙갈대광장 및 녹도 일원에 거는 형태로 이루어진다.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무르익은 봄밤의 향취를 맡으며 헤이리예술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자, 국내외 중견 및 신예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오프닝은 6월 3일 5시에 중앙갈대광장에서 빔프로젝트쇼와 함께 시작되어
주의사항. 영화를 보기 전 먼저 든든하게 식사를 하시길 바란다. 아주 맛있는 영화다. 지글지글 구워지는 안심 스테이크.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화려한 색의 소스. 따뜻함이 스크린을 넘어 다가오는 듯한 갓 구운 케이크. 절로 입맛 다시게 되는 영화 ‘아메리칸 셰프’(존 파브로 감독. 2015년 개봉)다.음식을 소재로 해서 흥행한 영화는 많이 없다. 그나마 알려진 거라곤 ‘라따뚜이’. 그마저도 애니메이션이다. 일본과 한국영화를 즐겨봤다. ‘카모메식당’, ‘심야식당’, ‘식객’ 등. 일본은 특유의 아기자기한 느낌, 사람냄새가 많이 묻어
한국을 대표하는 플루티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음악을 사랑하는 순수한 열정과 진지한 연구 자세로 연주를 즐기는 플루티스트들이 모여 창단한 '서울 플루트 솔로이스츠'가 6월 4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IBK 챔버홀에서 클래식 음악의 향연을 펼친다.서울 플루트 솔로이스츠는 국제 정상급 연주 단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연주회를 개최하고 있다. 특징적인 레퍼토리 구성과 학문적으로 수준 높은 공연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특히 ‘Fantasy의 여행’이란 부제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서는 연주자 및 교육자로 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