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장 장옥무유등등(無有等等). 누구를 위압할 만큼 높아지고 싶지는 않다는 듯 다같이 키를 낮추고 나란히 어깨 겯었다. 지붕과 지붕을 잇는 접속사처럼, 통로마다 바느질하듯 잇댄 슬레이트며 함석들이 세월 따라 낡아가며 장의 역사를 제 몸에 새기고 있다.기우뚱한 대로, 허술한 대로, 낡은 대로, 물짠 것 혹은 짜잔한 것들의 연대란 늘 그렇듯 겸허하고 온유한 미덕을 끝내 지켜내는 것.그 지붕 아래 장은 닷새마다 성성했다. 사고팔며 먹고사는 일의 엄중함과 부대낌과 그 속에 깃드는 흥정과 인정들을 갸륵하게 껴안아준 지붕.“내가 모지래. 지내
젊은 예술 창작 단체 ‘R&J Art company’에서는 연극 ‘세상에 이런 가족’을 관객들에게 선보인다.R&J Art company는 공연을 찾는 관객들과 공연을 만들어가는 사람(배우, 스텝)들에게 풍요로움과 즐거움이 넘치는 시간을 선물하고자 하는 모토를 가지고, 그저 의미 없는 웃음만 난무하는 공연이 아니라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가치 있는 공연을 추구하는 창작 단체이다.창단 공연 ‘세상에 이런 가족’은 연인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즐기며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한다.공연의 시작, 출근과 등교를 준비하는 아빠와 딸
매월 다채로운 문화 행사들을 선보이며 도심 속 문화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는 세계 최대 악기상점 집결지 낙원악기상가에서 5월 주말에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함께 즐기기 좋은 음악 공연과 영화 상영회를 잇따라 개최한다. 먼저 두 차례 영화 상영회가 예정되어 있다. 13일과 27일에 각각 상영될 ‘비긴 어게인’과 ‘말할 수 없는 비밀’ 모두 음악을 소재로 남녀 간의 사랑을 그린 영화로 특히 OST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작품들이다. 관람에 앞서 관객들이 몰입도 있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영화 평론가 김프로가 진행하는 영화 해설 시간도 마
깊이 있고 절제된 문장을 통해 일상과 자연 속에 담긴 놀라운 깨달음을 전해 주는 법정 스님의 글과, 불일암을 십수 년 동안 오가며 그곳의 사계절과 소소한 풍경을 담은 최순희 할머니의 사진을 엮은 책이다.한국 전쟁과 이념 대립이라는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을 운명처럼 떠안은 채 고통 속에 유폐되어 있던 한 여인이 법정 스님과 불일암을 통해 삶의 평온을 되찾아가는 시간의 흔적이 소담한 사진과 법정 스님의 유려한 글을 통해 되살아나고 있다. 아름다운 삶이 남긴 향기와 여운은 이토록 진하고 오래가는 것임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남원 ‘덕치리 샛집’곧 쏟아질 듯 두둑하게 쌓아올린 고봉밥 같다. 억새풀을 두텁게 켜켜이 얹어 물매를 가파르게 잡았다. 눈비 많은 고원 지대의 기후가 낳은 지붕이다.지붕 너머 들판 너머 저만치 흰눈을 이고 섰는 지리산 봉우리들이 보인다. 남원 주천면 덕치리 회덕마을 샛집(전라북도민속문화재 제35호).회덕마을은 남원장을 보러 운봉에서 오는 길과 달궁 쪽에서 오는 길이 모인다고 해서 옛 지명이 ‘모데기’였다. 샛집은 마을 끄트머리 옴팍진 곳에 들앉아 있다. 구석진 자리에 있다 해서 별명이 ‘구석집’. 허나, 높다란 지붕만으로도 그 존재
람빵 출장을 가다저번 노래 부르기 대회 예선에서 본선 진출을 할 수 있게 된 아이 셋을 데리고 두 달 가까이 대회 준비를 하게 되었다. 태국에서는 전국 고등학생들이 모두 모여 경연대회를 치르게 되는데, 종목 수도 많고 대회의 규모도 상당해서 어느 대학 캠퍼스를 일주일간 빌려 이루어진다. 본선은 북부, 남부, 서부, 중부 이런 식으로 지역을 또 나누어서 치러지며, 결선만 수도인 방콕에서 열리게 된다.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북부 본선에 나가게 되어서 클로드 선생과 중국어 종목의 션루 선생, 그 외 태국 현지 선생님 세 분과 ‘람빵’이라는
지금 우리에겐희망이 필요하다.모든 고난 속에임마누엘이 있다.꿈을 잉태하여생명을 출산하고그 생명이 자라나역사를 이루게 된다.어둠 속에서 일어나빛을 가져올생명의 아이.그는 어디에 있는가?눈빛이 깊고무언 중 처음부터생명의 노래를 불러우리를 일으키며어둔 세상을 밝혀진리를 증거 할그 아이를찾아야 한다.머리를 숙이지 말라.나도 너희와 같은 사람이니다만 조금 다르게 든든히 서서같이 손을 뻗어 하늘을 받치려 하니누구든 손을 내밀어나와 뜻을 같이 한다면거기에서 싹이 터 꽃을 피우고마침내 자라나 거목이 될 것이다.그것이 우리의 믿음이고우리가 기다리는
의정부 예술의전당 상주단체 예술무대 산의 인형극 ‘이상한 수호천사’가 4월 27일 서울특별시 어린이 병원에서 어린이들을 만난다. 서울특별시 어린이 병원은 1984년 종로구 사직동 에서 보건 병원으로 시작하여 현재 내곡동 병원에 이르기까지, 서울시 어린이들의 건강 안전망 제공과 수준 높은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신나는 예술여행 사업으로 진행된다.'2017 신나는 예술여행'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복권 위원회가 후원하는 복권기금 문화 나눔 사업으로 문화 기반
경북 김천시 구성면 월계리. 속명 ‘골마’라는 곳에서, 전원생활에 푹 빠져 사는 나. 시골댁~~. 언덕위에 위치한 농가의 해발높이가 300m이니 마을지대가 꽤나 높은 편이다. 필자가 사는 농가에 가기 위해서는, 김천에서 25km정도를 거창 쪽으로 가다가, 충북 영동 쪽으로 조금 들어가다 보면 맑은 냇가를 만난다. 올갱이가 살고 있는, 아직은 오염되지 않은 청정 개울을 건너 산중턱으로 오르다 보면 빨간 지붕이 보인다. 1987년도에 대구에서 이곳 월계리로 이사 온 울 아버지. 지금처럼 귀농개념도 없었던 시기에, 젖소 목장을 하시겠다고
필자는 3학년이 되자마자 호기롭게 휴학계를 던졌다. 수능이 끝난 이후로 삼일 이상 쉬어본 적이 몇 번 없는데, 이제서야 깨달은 것이 꽤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많아 방학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얻은 것도 많지만 놓친 것도 너무나 많았다. 내 자신과 가족을 돌보지 못했고, 건강관리를 하지 못했고, 좋아하던 스케치북과 바이올린에 먼지가 쌓여있었다. 스스로에게 안부를 물어야할 것 같았다.‘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걸까.’부모님을 설득한 후 휴학 버튼을 눌렀다. 며칠을 망설였는데, 휴학처리
“손에 잡히지 않고, 담을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지만, 매우 강력한 힘.” 이처럼 모호한 자본이라는 개념을 추상적 분석이 아닌 구체적 현실을 통해 그 누구보다 명쾌하게 풀이해주는 세계적 석학 데이비드 하비. 세계의 작동원리를 독창적 시선으로 날카롭게 분석해온 그의 40여년 지적 이력이 총결산되었다. '데이비드 하비의 세계를 보는 눈'(The Ways of the World)은 지리학자이자 맑스주의 이론가인 하비가 평생을 통해 발표한 저술 가운데 핵심만 추려내 한권의 단행본으로 엮어낸 논문선집이다.30대 때부터 최근
바야흐로 꽃철이다. 계절은 속일 수 없어 꽃이 피고 지는 일이 무슨 수학공식처럼 정확하다. 때로는 한겨울에 봄꽃이 피기도 하지만 제철에 핀 꽃이 더 아름다운 건 어쩔 수 없다.봄을 알리는 개나리, 목련, 진달래, 벚꽃이 온 산천을 물들이더니 뒤이어 복사꽃, 살구꽃, 배꽃이 살포시 얼굴을 내밀고 있다. 나 좀 봐달라는 듯 푸른 하늘을 향해 꽃봉오리를 열어놓고 있다.“봄은 고운 향기이자 포근한 졸음, 푸른 생기 그리고 미친 불길.” 이장희 시인은 봄을 이렇게 읊었다. 충만해질 대로 충만해진 봄은 그렇게 ‘고운 향기와 포근한 졸음’을 사
지붕 꾸밈새‘1978년 5월17일’! 곡성 고달면 수월리 김순남 할매네한테는 그날이 이 집을 짓는 대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던 날이었다. 어느 신문에도 어느 방송에도 나오지 않았지만, 김순남 할매의 연대기에 굵은 획으로 씌어진 뉴스는 그것이다.이 집 마당에 처음 들어선 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이 집의 역사. 지붕 한가운데 공력 들여 만들어 올린 봉황 모양의 함석장식에 각별히 연도와 날짜를 덧붙여 새겼다. 40년이란 긴긴 세월을 풍찬노숙하는 동안 낡고 녹슬었지만 마침내 집짓기라는 대역사를 이뤘던 날의 묵직한 기쁨을 증거하기에 아무
간장, 된장 등 ‘장’은 음식에 간을 맞추고 맛을 내기 때문에 우리 밥상에서 늘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그런데 집집마다 자리하며 장을 담그던 장독대가 사라졌다. 1970년대까지는 아파트에도 장독대가 있었다. 다시 장독대를 놓고 장을 담가보면 어떨까?이 책은 ‘장’을 어린이들과 함께 담그는 이야기를 담았다. 장은 할머니나 어머니가 담그는 게 아니냐고? 어린이들도 함께 장을 담글 수 있다. 우리 집, 마을, 학교 같은 작은 공동체에서 지금 당장 누구나 만들 수 있다.우리 집과 학교에 장독을 놓고 콩이 메주가 되고, 메주가 장이 되는 변
사드배치를 핑계로 ‘금한령’을 내린 중국의 몽니에도 제주도 관광객이 오히려 증가했다. 국내여행으로 발길을 돌린 국민들 덕분이다.이에 서울주재 제주기관들이 함께 모여 국민들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여의도 런치 버스킹을 통해 제주 홍보에 나선다. 서울주재 제주기관들은 제주개발공사, 탐라영재관,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농협,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제주은행, 제주도민회, 제주관광공사, 제주도청 서울본부 등이 있다.여의도 런치 버스킹은 오는 21(금)일 오후 12시20분부터 1시까지 약 40여분 동안 여의도 켄싱턴호텔 뒤편 동우국
문득 궁금해진다. 다른 이들도 인생을 싸워가며 사는 걸까? 아니면 나에게만 인생이 전투인 걸까? 매일을 부딪치고 이겨내며 싸워나가야 하다 보니 언제나 전투력이 충만해 있어야 하고 때로는 그로 인해 힘이 부치기도 한다.인생은 그냥 살아지는 것일 수도 있을 텐데…. 에휴, 곱고 귀여운 할머니로 늙는 게 꿈이었는데 이러다가는 욕쟁이 할머니만 안 되도 다행이지 싶다.일반학교 특수반에 다니고 있는 아들을 장애인들만 다니는 특수학교로 전학시키기로 했다. 여러 사정이 있기 때문인데 간단히 정리하자면 ‘일반 사회로의 진입에 실패’ 쯤
2011년 ‘미네르바’로 등단한 김경성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내가 붉었던 것처럼 당신도 붉다’가 나왔다. 언어의 촉수를 뻗쳐 시공간으로 침투해 견고한 시적 세계를 이룩한 시들을 엮은 것이다. 들끓는 ‘붉음’과 고여 있던 ‘붉음’의 마찰은 매혹적인 단 하나의 색으로 쏟아진다. 시인은 폐허를 지키는 사람이었다가, 들끓는 마적 떼를 품은 사람이었다가, 동시에 날아오르는 천 마리의 새떼를 지켜보는 사람이기도 하다. 시인이 가진 언어의 변주곡으로 읽어내는 풍경은 생동감 있는 ‘붉음’으로 마침내 도달하게 된다.시인은, ‘단독의 개별 세계’에
(엽서 하나)찌질의 역사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그것의 역사는 너무도 깊어 내가 어루만질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누구나, 누구의 찌질함에게나 역사가 있다. 속된 말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가장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는 아무리 속되더라도 그 말을 쓰지 않으면 그 뜻을 전할 수 없을 때다. 가끔 글이 가공되어 당신에게로 가는 도중에, 나의 속된 말버릇들이 깔끔하게 고쳐져 전해질 때, 나는 말할 수 없는 절망에 빠진다. 그런 과정이 없다면, 우리는 서로 우리의 찌질함을 전달할 수 없다. 우리의 찌질한
5월, 바이올리니스트 이강원의 여덟 번째 바이올린 독주회가 금호아트홀에서 연주된다.이번 독주회에는 스트라빈스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듀오 콘체르탄테'로 무대를 열어 알프스풍의 위엄이 넘치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 작품번호 100', 베토벤이 남긴 바이올린 소나타 중 가장 마지막 곡인 '바이올린 소나타 10번 작품번호 96'으로 구성하여 피아니스트 채문영과 무대를 함께한다.바이올리니스트 이강원은 13세 대구음악협회 전국콩쿠르에서 관·현·피아노 전 부문에서 최연소 대상을 받으며
호주, 미국, 유럽으로 떠도는 재즈 유목민 차세대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사라 맥켄지(Sarah McKenzi)의 첫 내한공연이 오는 5월 13일 토요일 오후 7시 서초역 7번 출구에 위치한 흰물결아트센타 화이트홀에서 열린다.작곡과 편곡에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사라 맥켄지는 2015년 임펄스 데뷔앨범 'We Could Be Lovers, 2015, 3집'를 통해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재즈스타 반열에 합류해 전 세계 재즈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2015년 5월 재즈 퍼포먼스 학위와 함께 버클리를 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