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고양이가 한 마리 찾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입양했다. 허벅지에 올려놓은 작고 검은 생명체에서 따듯함과 두근거림이 전해져 온다.이렇게 갑자기 동물을 키우게 될 줄은 몰랐다. 물론 아주 어릴 때부터 동물을 키우는 걸 좋아했다. 그러나 부모님이 동물을 무서워하셔 비교적 고등적인 강아지나 고양이는 키울 수 없었다. 대신 작은 병아리, 물고기, 햄스터, 토끼 정도가 최대였다. 안타깝게도 작은 동물들은 수명이 짧았다. 그 때문에 나는 내가 동물에 대한 저주가 걸린 아이인줄 알았다. 최종적으로 토끼의 죽음을 본 뒤부터 동물을 직접 키우는
이야기 1, 나는 '마을주의자'다 “한국의 남녘 진주에서 1963년 가을에 태어났다. 태어나보니 제3공화국이었다. 참 재수 없는 일이었다. 먹고 살려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난민촌, 수도 서울에서 주로 지냈다. 병영이나 감옥 같은 각급 학교는 답답하고 힘겹고 지겨웠다. 민족적 음주가무 및 민주적 고성방가 특성화대학의 지질학과를 숙명적으로 오래 다녔다. 술만 많이 마셨다. 배운 건 내 탄생석이 전기석(tourmaline)이라는 사실 뿐이다. 기형도의 대학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학교를 탈출해서 직장이라는 새로운 난민 수
서울문화재단 육성지원 사업으로 광진구 나루아트센터의 상주단체인 극단 벼랑끝날다(대표 이용주)가 12월 2일부터 6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음악극 ‘카르멘’ (부제 Men of Carmen)을 공연한다. 2011 거창국제연극제 대상 및 연출상 수상, 2012 한국공연예술센터 우수레퍼토리시리즈 선정, 2013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우수공연 선정에 빛나는 이 작품은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이 아닌 원작소설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카르멘’에 충실해 비극적 사랑의 파멸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2010년 처음 공연한 오리지널 버전을 재해석해
머리끝이 희끗한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만났다. 오빠 전태일이 분신했던 1970년, 그녀의 나이는 16세. 봉제공장 시다로 일하며 어머니 이소선 여사와 더불어 노동운동으로 청춘을 보낸 여인이다. 1989년 노동운동의 국제연대를 위해 영국유학을 떠나 워릭대학교에서 노동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는데, 그의 논문은 였다. 2001년 귀국해 성공회대 교수직을 맡았으나 1년 만에 고향 같은 동대문 창신동으로 돌아가 참여성노동복지터, 수다공방, ‘참 신나는 옷’이라는 사회적
‘粒粒皆辛苦(입립개신고)’. 한 알 한 알 간난신고의 노정 끝에 모여 이룬 황금빛 장엄함이 길바닥을 채우고 있다.“일년 중에 젤로 바쁠 때제.”널어둔 나락을 당그레질 하는 할매에게 가을은 그런 때다. 당그레 지나간 길따라 나락들이 뒤채며 새로운 고랑들이 생겨난다.그 고랑 한 귀퉁이에 한 입 베어물다 만 단감 하나가 놓여 있다.“우리 동숭네가 일하다 묵으라고 집에서 따갖고 왔어. 근디 요거 한나 묵을 새가 없어. 해가 짤룬께, 해 지기 전에 할란께.”이길례(74·무안 현경면 평산리) 할매한테 나락 고랑은 끝없고 가을 해는 짧다.마을
신진국악 실험무대 ‘별난 소리판‘이 우리 소리의 내일을 만나는 자리를 마련한다.창의적이고 실력 있는 아티스트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공연예술 공간 ‘서촌공간 서로’는 12월 1일부터 내년 1월 16일까지 신진 국악인의 실험적인 무대를 만날 수 있는 ‘2015 신진국악실험무대 별난 소리판’을 개최한다.서촌공간 서로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후원하는 이번 공연은 판소리, 민요, 정가 등 전통성악 분야에서 창작 능력을 갖춘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창작 역량 강화를 통한 창작 작품 레퍼토리를 확장시키
소망의 가능성에 대해 한참을 생각해본다. 어떤 사람은 소망을 이루지 못한 게 노력이나 끈기가 부족해서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모든 건 그저 운이 잘 맞아야 한다고 한다. 나는 그 모든 걸 덮는 운명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에게 신념과 끈기와 의지를 주는 건, 본능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운명의 힘이 작용하지 않을까. 내 삶이 불운을 통과했다김형희 작가는 교통사고 이후 척추마비가 된 상태로 붓을 잡았다. 그는 무용수를 그렸고 전시회를 열었으며, 이제는 자신과 같은 척추마비 장애인을 상대로 미술치료를 한다. 보통 사람은 두 다리로
숨가쁘게 달려온 시간들, 뒤돌아 보면 어제 같았던 2015년 임진년 새해가 벌써 저물어가고 2016년 병신년 새해가 성큼 다가와 있다. 팝바이올리니스트 박은주 역시 열심히 달려온 올 한해를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는 뜻 깊은 자리를 12월 13일(일) 오후 5시 미사리 ‘열애’에서 팬들과 함께 하고자 공연 제목을 Adieu 2015 Happy 2016 ‘Old&New’ 라고 정했다.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 및 협연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박은주의 수식어인 팝바이올리니스트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다. 프로그램 구성은 넥스트 멤버이
꿈만 같았다. 모기가 나왔다 사라지자마자 연달아 바퀴벌레가 나오다니. 유년기에 포도를 먹다 투명하고 꿈틀거리던 포도벌레를 입 속에서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에 벌레는 끔찍할뿐더러 포도도 못 먹던 나였다. 당시에 충격이 심했는지 벌레로 득실거린 방에 파묻히는 꿈을 꿨던 것도 아직 생생하다. 꽤나 튼튼한 여장부였던 고등학생이 되고서야 야간 자율학습 시간이면 천장에서 뚝뚝 떨어지는 벌레들의 비행 탓에 벌레에 대해 익숙함 혹은 친근감까지 간신히 갖게 되었다. 그렇지만 오늘같이 ‘안전하다’라고 믿었던 우리 집 내 방에서 벌레가 튀어나올
낙엽 속에 숨어 있는 진리오랜만에 대지(大地)에 비가 촉촉이 젖어들어 땅은 잠시의 평온을 되찾는 듯 했다. 한편으로는 마지막 잎새를 뽐낼 겨를로 없이 비가 내려 낙엽에 습기를 젖어들게 하는 하루였다. 마음 같아서는 하루 이틀 가을의 향기를 내뿜을 수 있게 자연이 허락했으면 하는 바램이었는데 가뭄의 소원을 듣기 위해 하늘이 마침내 비를 내리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사람의 생각과는 다른 하늘의 뜻이 궁금하기도 했다. 거리에는 낙엽들이 비를 한껏 머금고 쓸쓸한 가을의 추억을 마지막 한줄로 장식하고 홀연히 떠나는 모습이었다. 어제는 강남과
늦가을의 볕 좋은 날 찾아간 곳은 화순 춘양면 대신리 지동(池洞)마을이다. 마을 앞에 커다란 연못이 있는 동네라 해서 ‘못골’이라고 부르다가 지명이 한자화 되면서 지동마을로 되었다 한다. 연못이 있던 자리는 지금 논이 되어 이곳 산골마을 사람들의 목숨줄이 되고 있는데 농사짓다 깊이 파면 지금도 뻘이 나온다고 한다.1720년에 풍산홍씨가 입향하여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 1789년 에 능주목(綾州牧) 남일면(南一面) 지동리(池洞里)로 기록되어 있는 마을로, 역사가 오래 되었다. 무엇보다 지동마을은 고인돌로 유명하다. 세계문화
유치원에서 돌아온 딸이 풀이 죽어 있다. 아빠 손잡고 하원한 딸. 또 까불다가 아빠에게 혼나기라도 한 걸까? 신랑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유치원에서 친구랑 싸웠나봐. 말을 안하네”라고 한다.마음 달래기를 해줘야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데 말을 안 한다. 그러더니 소리 없이 눈물만 뚝뚝. 일단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진정시킨 뒤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내게 했다.아이 입에서 나온 얘기는 놀라웠다. 자기가 전승범(가명)이란 남자애 옷을 잡아 당겼더니 승범이가 화나서 딸의 가슴을 찼단다. 발차기를 두 번 했는데 한 번은 손을 찼고,
와인 소비가 늘어나는 연말을 앞두고, 2015 월드와인&한국와인페스티벌은 27일(금)부터 29일(일)까지 킨텍스 제2전시장 7홀에서 성대한 개막식과 함께 열릴 예정이다. 선물용으로 와인을 구매하던 과거와는 달리 자신의 취향에 따라 와인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마련된 이번 행사는 한국의 와인과 세계의 와인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국내 유일한 박람회이다. 행사가 열리는 전시장에서는 해외 3대 주류 품평회에서 수상한 작품들과 함께 우리술 품폄회 역대 수상작들이 전시될 예정이며, 국내를 대표하는 50여 개 와이너
어느새 해가 지고 있다.집에 오자마자 준오는 마침 마시다 남은 냉장고 안의 독한 빼갈을 들이켰었다. 간신히 늦잠에서 깬 미희가 뭔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부스스한 산발머리를 갈무리하고 이미 습기를 잔뜩 먹어버린 맛없는 김 몇 장을 꺼내온 뒤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암캉아지 마냥 두어뼘 떨어진 곁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족히 500cc 용량은 돼 보이는 술병이 바닥 날 즈음 준오는 문득 암캉아지에게 남아있는 페로몬 향을 맡았고 주인의 충실한 종처럼 모든 걸 내맡긴 그녀의 사지를 희롱했었다."세상에나…."지는 해를
어바웃콘트라바쓰앙상블(대표 이동혁)이 오는 27일(금) 오후 7시 30분 압구정 소재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스펙트럼(Spectrum) Ⅲ 아리랑’을 펼친다.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작품지원 사업 선정작으로 지금까지 일반적인 클래식 공연을 벗어나 타 분야와 협업하는 세 번째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어바웃콘트라바쓰앙상블은 빛은 스펙트럼과 비가시광선으로 눈에 보이진 않지만 분명 작용하고 있다며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관심 있는 것, 좋은 것은 보이지만 소외되고 어렵고 쓸쓸한 곳은 보이지 않는다며 세상의 어두운 구석도 바라보고 그들의
불교적 사유가 배어 있는 명상적 산문과 소설을 발표해온 정찬주 작가의 '암자로 가는 길 3'이 2015년 늦가을을 맞이하여 열림원에서 출간되었다. 1997년에 처음으로 출간된 이래 수많은 독자들에게 읽혀온 '암자로 가는 길'은 2004년 첫 번째 책이 개정판으로 출간됐고, 2010년에 두 번째 책이 출간된 바 있다.이제 첫 출간 후 거의 20년이 흘러 세 번째 책이 출간됨으로써 대한민국 암자 기행문의 대표작 '암자로 가는 길'이 전 3권으로 완간됐다. 전국 방방곡곡에 숨어 반딧불이처럼 지혜
미국을 대표하는 오리지널 보이스 앙상블 뉴욕할렘싱어즈는 무대를 압도하는 파워풀한 보이스와 경쾌하고 흥겨운 리듬, 흑인 보이스만의 독특함 음색으로 2006년 첫 내한 이후 아홉번의 매진을 기록하며 연말 스테디셀러 공연으로 사랑 받아왔다. 미국 흑인음악의 역사를 계승하는 유일한 보이스 앙상블로 현대음악인 재즈,블루스의 근간을 이루는 흑인영가(Negro Spiritual)를 하나의 완벽한 예술 형태로 보존 시키고 계승해 나가기 위해 뉴욕의 ‘할렘예술학교’를 중심으로 창단됐으며, 영가가 갖는 인간적 존엄의 메시지와 그 특유의 스타일을 원형
세상의 모든 것이 나를 위해 존재하고 그가 창조한 생명들이 나의 마음을 기다리니 마음을 주고 마음을 놓고 마음이 가는 곳에 역사가 일어난다. 세상의 모든 일이 하늘의 뜻을 위해 존재하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림도 생명을 위해 있는 것이니 버릴 것도 없고 얻을 것도 없다. 모든 것이 그만큼 거기에 족한 것이다. 계시가 내려와도 손으로 받지 못하고 말씀이 가득해도 마음으로 깨닫지 못하니 삶의 부요함은 물질의 소유가 아니라 그것을 보는 혜안이 관건인 것. 벼락이 치고 천둥이 울려도 들을 사람은 듣고 받은 사람은 받는다. 고난이여, 오라.
세월에 따라 강산도 변한다고 해요. 그런데 요즘은 굳이 세월이라고 할 것도 없이 빨리 빨리 변하고 있는 게 서울의 모습이에요. 자고 일어나면 생겨나는 아파트, 그리고 새로운 빌딩들…. 아주 정신을 못차릴 정도지요? 여러분도 그런 경험 많이 있을 거에요. 그런데도 사방에선 고공크레인이 하늘을 찌르고, 포크레인이 땅을 파내고 있는 모습들 뿐이에요. 이러다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집도 찾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해요. 그렇다면 언제부터 이렇게 변화속도가 빨라졌을까요? 그건 근대화 이후 현대 사회에 들어오면서부터에
문화체육관광부(김종덕 장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박명진 위원장)가 주관하는 ‘2015 인생나눔교실’이 다섯 번째 인문소풍을 떠난다. 11월 21일 연극계의 대모 박정자가 양구의 군부대로 장병들을 찾아간다.흔히 ‘인문’이라고 하면 언어, 문학, 역사, 철학 등을 연구하는 어려운 학문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2015 인생나눔교실’은 인문을 우리의 삶 속으로 가져와,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명사들을 초청해 그들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고, 나 자신은 물론 주변의 문제를 폭넓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박정자는 이번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