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오가 기억하는 경훈은 말 그대로 동네 아이들의 북 노릇을 도맡아했었다. 커다란 눈에, 어울리는 백옥 같은 피부. 그건 남순과 똑 같았다. 귀공자의 얼굴을 하고 있는 그는, 하지만 당시 산간벽지 깡촌에선 그런 면에선 인정받을 수 없었다. 시커먼 얼굴에, 사시사철 달고 다니는 누런 코, 질질 끌고 다니는 검은 고무신으로 대표되던 시골 아이들이었으니 그도 그럴 수밖에.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그는, 머리 하나만큼은 더 위로 올라와 있었다. 남순과 아주 흡사하다고 하면 아마 이해가 쉬울 것이다. 게다가 그는 말도 없었다. 화를 내는 법도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에서 인용하며 유명해진 문구입니다.하지만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도 문화유적의 참맛을 느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방화로 소실됐던 국보 1호 남대문은 두고두고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이에 은 서울 인근의 유적지를 직접 찾아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소개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서울 상수도의 첫 물줄기가 시작된 뚝도수원지 제1정수장을 찾아가봤습니다. “물을 사 먹게 되면 대한민국이
동물에 관한 책들은 과학적 근거와 설명 없이 그저 사육법을 나열하는 단순한 실용서 소책자이거나, 네 발 달린 친구들과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는 건조한 과학 논문인 경우가 많다.틀에 박힌 다른 고양이 책들과는 확연히 다르게 이 책은 고양이의 역사, 과학, 미래를 탄탄하고 잘 읽히는 서술과 함께 그래프와 삽화, 박스팁을 총동원해 하나의 "지식계보학"으로 엮어냈다. '뉴욕타임스'가 이 책을 두고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한 고양이의 뇌·마음·사생활을 밝힌 새로운 캣 사이언스"라고 평가한 것처럼, 고
말로 조종하지 말라.옆에 있어 주고함께 하여 줌을고맙다고 표현하라.타인의 칭찬을기다리지 말라.상대의 인정을바라지 말라.그의 말로 네 기분이 좋아지고그의 칭찬으로 네가 밝아진다면너의 자존성을 의심하라.너의 의존성을 조심하라.누구에게 엎드려 절함으로마음이 평안하다면네 존재를 바로 알라.어디에 네가 서있는가?너의 삶은네가 선택하고너의 길은네가 걸어가는 것.그것이용기인 것이고주어진 삶을 살아가는너의 목적인 것이니그저 너에게 주어진그 길을 걸어가면그것이 네 주변을 밝게 할 것이고그 빛을 이웃에게 비춰주는 것이니그것으로 네 존재는살아가는 이유
세월에 따라 강산도 변한다고 해요. 그런데 요즘은 굳이 세월이라고 할 것도 없이 빨리 빨리 변하고 있는 게 서울의 모습이에요. 자고 일어나면 생겨나는 아파트, 그리고 새로운 빌딩들…. 아주 정신을 못차릴 정도지요? 여러분도 그런 경험 많이 있을 거에요. 그런데도 사방에선 고공크레인이 하늘을 찌르고, 포크레인이 땅을 파내고 있는 모습들 뿐이에요. 이러다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집도 찾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해요. 그렇다면 언제부터 이렇게 변화속도가 빨라졌을까요? 그건 근대화 이후 현대 사회에 들어오면서부터에
경북 김천시 구성면 월계리. 속명 ‘골마’라는 곳에서, 전원생활에 푹 빠져 사는 나. 시골댁~~. 언덕위에 위치한 농가의 해발높이가 300m이니 마을지대가 꽤나 높은 편이다. 필자가 사는 농가에 가기 위해서는, 김천에서 25km정도를 거창 쪽으로 가다가, 충북 영동 쪽으로 조금 들어가다 보면 맑은 냇가를 만난다. 올갱이가 살고 있는, 아직은 오염되지 않은 청정 개울을 건너 산중턱으로 오르다 보면 빨간 지붕이 보인다. 1987년도에 대구에서 이곳 월계리로 이사 온 울 아버지. 지금처럼 귀농개념도 없었던 시기에, 젖소 목장을 하시겠다고
유치장이 있는 건물은 밖으로 나와서도 약 5분 여는 족히 걸어야 했다. 검찰청 정원 잔디 위에 쌓여있는 백설들이 한낮의 햇볕을 반사하며 준오의 눈을 시리게 만들고 있었다. 눈물이 고여왔다. 준오는 잠시 심호흡을 하고 주변에 심어져있는 이름 모를 나무 쪽으로 눈을 돌렸다.녹색의 나무 잎파리를 보면 좀 괜찮아질까 하는 것이었지만 생각은 빗나가고 말았다. 오염에 찌든 나무 잎파리의 변한 색깔 탓이라고 애써 생각해야 했다. 간신히 눈을 뜨고 다른 쪽을 보니 희뿌연 색의 유치장 건물이 눈물에 가려진 시야에 흐릿하게 들어왔다. 어디선가 참새들
일본 침몰의 열쇠를 독도가 쥐고 있다는 독특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여 인터파크 도서에서 주최한 2014 K-오서 어워즈 드라마소설 부문에 당선된 소설 ‘독도…숨겨진 비밀’이 책으로 나왔다. 북랩(www.book.co.kr)은 일본군 위안부와 독도 문제를 놓고 한국과 일본의 사활을 건 대결을 그린 소설 ‘망혼’을 펴냈다. 이 책은 여자친구 순영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는 모습을 목격한 주인공 진구가 강제징집을 지시한 일본인 경찰서장을 죽이고 친구 성수와 함께 일본으로 도망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진구는 그곳에서 조선인을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의 반응은 보통 두 가지다. 애정 혹은 진저리. 애정은, 드넓은 대지 위에 우뚝 솟은 수많은 문화유산, 그 속에서 맥을 잇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경의다. 반면 가난, 더러움, 무질서와 끊임없는 골탕, 치근거림은 인도를 몸서리치게 만드는 이유다. 필자는 두 가지를 모두 경험했다. 인도에 두 번이나 가면서 때마다 다시는 안 오겠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도 순간순간 용솟음치는 감동과 환희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인도는 그래서 애증의 또 다른 이름이다. 멀리 떠나 있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기억을 곱씹는 것만으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전주문화유산연구원이 발굴조사 중인 ‘장수 동촌리 고분군’에서 말발굽에 박은 편자(蹄鐵)가 출토되었다. 장수 동촌리 고분군은 백두대간의 서쪽에 자리한 가야계 고총고분군(高塚古墳群, 봉분 높이가 높은 고분군)으로 고분 80여 기가 자리하고 있다. 이번에 조사된 1호분은 봉분의 규모가 남북 16.7m, 동서 7.4m, 잔존높이 2.1m 내외이며 평면의 형태는 타원형이다. 봉분 내에는 무덤주인이 묻힌 돌널무덤 양식의 주석곽(主石槨) 1기와 껴묻거리 등을 묻는 순장곽(殉葬槨) 2기가 배치되어 있다. 주석곽은 당시의 지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의 현악 실내악단 ‘베를린 필하모닉 카메라타(Berlin Philharmonic Camerata)’가 서울 예술의 전당을 비롯, 전국 5개 지역에서 7회에 걸쳐 내한공연을 펼친다. 1990년도부터 매년 빠짐없이 개최되는 ‘제26회 이건음악회’ 초청 공연이다. 베를린 필하모닉 카메라타는 2001년 창설된 현악 실내악단으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바로크 시대부터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레퍼토리의 작품들을 다룬다. 알브레히트 마이어(Albrecht Mayer), 벤젤 푹스(We
취업을 위해서라면 성형이라도 하겠다는 시대다. 소위 ‘취업을 위한 9대 스펙’에 성형이 들어간다는 말이 나온 지 이미 오래며, ‘외모 또한 스펙’이란 말도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인정하는 사실이 됐다. 이에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전국 20대 남녀 중 성형을 한 번이라도 고려해 본적이 있는 이들 459명을 대상으로 성형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였으며, 성형외과가 가장 밀집해 있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20대 남녀를 대상으로 성형외과 브랜드 인지도 및 선호도 조사를 실시했다. 먼저, 성형 수술 및 시술 경험에 대해 물었더니, 응
시가 어려워 가끔 자신의 아이큐를 탓하기도 하는 요즘, 단 한 줄도 고민 없이 감상하며 공감하고 감동하는 시집을 안은영 저자가 해드림출판사를 통해 출간했다. 자신을 무명이라고 당당하게 표현한 안은영 작가의 첫 번째 시집이다. ‘참 쉬운 시’ 64편의 시 속에는 쉽게 공감되는 이야기들, 가슴 찡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래서 더 읽기 쉬운 시이다. 힘든 시련과 기억도 시간이 흐르면 모두 과거로 남듯이 그렇게 시로 남긴 이야기지만, 시 속 소재들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시인이 갈등하며 끄집어 낸 것들이니, 우리 삶의 생채기를 어루만
제11회 베이징아시안게임 역도 금메달리스트인 김병찬 선수의 사망소식으로 국민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 이하 문체부)는 김병찬 선수와 같이 메달리스트로서 연금을 받고 있다할지라도 경제활동이 불가능해서 생계가 어려운 경우에는 특별지원이 가능하도록 새롭게 제도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체육인 지원제도로는 △연금 비수급자 중 불우한 체육인을 체육단체 추천을 통해 선정한 후 1000만 원 내 일시금을 지급하는 특별보조금제도, △연금 수급자더라도 1년 이상 장기요양을 요하는 경우 의료비에 한하여 5천만 원
먼지 가득한한 올의 숨을 쉬고이 땅을 딛고 살아감이하루살이와 같은 것이거늘 으스대며거들먹거리며수염을 잡아당기는 꼴이라니눈뜨고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살아가는 이유에서삶의 가치는 결정된다.육신의 만족인가?거룩한 완성인가? 매일을 살아가는하루하루가 쌓여10년이 지나가도자랑스러운 일을 하라. 열흘 가는 꽃이 없고십년 가는 권세 없으니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는자신이 바로 알 것이다. 내일 일을 알 수가 없으니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고오늘 여기에서최선을 다하라. 살았다 하나죽은 자가 있고죽은 것 같지만영원한 삶이 있다.
인터넷으로 모든 사물을 연결하여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의 정보를 상호소통하는 지능형 기술 및 서비스인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을 창시한 IT 분야의 거장 케빈 애슈턴이 '창조’ 및 ‘창조성’의 본질을 탐구하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자신의 첫 대중 교양서인 ‘창조의 탄생’을 통해 사물 인터넷이 아닌 그 실체도 모호한 창의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을 바꾼 ‘멋진 결과물’ 그 자체보다 혁신적이라고 불리는 그 기술을 선보이기까지 겪었던 ‘고통스러운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그
‘세운상가의 시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1966년 작성된 세운상가 건립 기본설계 청사진이 50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아키토피아의 실험’ 전은 건축가의 새로운 실험정신과 철학을 배경으로 탄생한 건축도시 이상향 ‘아키토피아’ (Archi-topia)에 대한 비평적 탐구를 주제로 세운상가, 헤이리, 파주출판도시, 판교단독주택단지 등 한국도시건축사의 이정표가 된 도시건축 작업을 재조명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화)부터 열리고 있는 ‘아키토피아의 실험’ 展을 통해 세운상가에 대한 국내·외적
유튜브 1억뷰에 달하는 신인 주목 아티스트 ‘어게인스트 더 커렌트(Against The Current)’가 오는 9월 한국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진다. ‘어게인스트 더 커렌트’는 미국 뉴욕 포킵시에서 결성한 밴드로 영팝락(Young Pop Rock) 장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밴드이다. 유투브에서 알렉스 구트와 함께 작업한 리메이크 작품들로 1200만의 조회수를 달성, 이름을 널리 알렸다. 또한 첫 번째 싱글 앨범인 ‘Thinking’을 발매함과 동시에 2012년 7월에 EP로 데뷔했다. 첫 EP앨범 ‘Infinity’ 발표 이전, 다
2013년 10월 중순경이었다. 그해 10월 30일 부산 벡스코에서 WCC 10차 총회가 열리게 되었다. WCC총회를 앞두고 ‘핵없는 세상을 위한 그리스도인 연대’(핵그련)가 주축이 되어 고리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40일 릴레이 금식기도회가 부산시청 앞에서 열리고 있었다. WCC총회에 참석하는 세계교회 지도자들에게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알리고 이것을 향후 의제로 채택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릴레이 기도운동에 부산을 비롯하여 전국에 걸쳐서 많은 목회자, 평신도,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에서는 그리스와 유로그룹의 현재 상황을 유명 영화제목에 빗대 ‘My big fat Greek divorce’라 표현했다.(원래 영화 제목은 ‘My big fat Greek wedding’이며 국내에서는 ‘나의 그리스식 웨딩(2002)’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됐다.) 유로존에 남고 싶은 그리스와 긴축 재정안을 포함한 재정개혁을 하지 않으면 유로존을 탈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유로그룹간의 밀고 당기기가 마치 이혼법정에 선 부부 같다는 말이다. 7월 1일 현재 그리스가 3차 구제금융을 요청했으나 최종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