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서울=김수복 기자] 4월의 햇빛은 송곳처럼 날카롭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뾰족한 햇빛이 내 살의 어딘가를 뚫고 푹 들어올 것만 같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은 습기가 한 점도 없이 바늘처럼 예리하게 바싹 말랐고, 그래서 산비탈은 눈처럼, 스키장처럼 미끄럽다. 걷고자 하는데도 걸어지지 않는, 올라가고자 하는데도 올라가지지 않고 자꾸 내려가지는, 그런 산길을 우리는 헐떡거리며 오르고 있었다.3년만이었다. 해마다 치르는 4월의 연례행사를 지난 2년 동안은 생략하고 있다가 올해는 안 되겠다, 우리끼리만이라도 하자, 하고 나선 길이었다
[위클리서울=박재현] 코로나 이후 바뀐 것들이 많은데, 근래에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우리 시대를 구분하는 새로운 언어 표현이다. AC/BC (After Corona/Before Corona).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적인 대유행병이 된 후와 전으로 우리 시대를 구분하는 표현이다. 그만큼 우리 삶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지금 이 순간도 변화속에서 일상을 꾸려가고 있다.이번 글에서는 BC 시절 필자가 경험했던 일을 이야기하려 한다.코로나 이전에 필자의 연간 업무 중 한가지는 ‘와이너리 투어’였다. 필자가 속한 회사가 수입하는 와
[위클리서울=박석무] 코로나19가 창궐하여 국민 모두가 불안과 공포에 떨며 고난을 겪고 있는 것이 3년째가 되었습니다. 하늘이 내리는 재앙이어서 쉽게 극복해내지 못할 형편입니다. 국가적인 고난이기도 하지만 국민 개개인이 당하는 고난이어서 근본적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고난 극복을 위한 제반 조치를 취해야 함이 당연합니다. K-방역이라 하여 그런대로 잘 대처해준 정부에 고마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감염자가 급증하고 사망자도 늘어나 못마땅한 생각을 버리지 못합니다.다산 정약용은 역병이 만연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위클리서울=박재현] “100점 많이 받아 보셨나요?”필자의 기억으로는 중학교까지는 100점 만점에 몇 점하는 식으로 평가를 받아왔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니 수능점수 만점은 100점보다 더 큰 수였지만, 평가 점수는 백분율로 환산되어 100% 중에 전국 석차 몇 % 하는 식으로 평가를 받았던 터라, 100이라는 숫자는 어딘지 모르게 이상적이고 감히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위압감을 준다. 동시에 간절한 염원이기도 했다.정량화. 주어진 문제가 주관식이건 객관식이건 개의치 않는다. 채점이 끝나고 점수를 받아 드는 순간에는 항상 숫자로 표현된
[위클리서울=김수복 기자] 바람이 분다. 심하다. 어제도 바람은 불었고, 대나무가 활처럼 둥글게 휘어질 정도로 악착스러웠다. 그제도 바람은 불었고, 어디서 날아온 것인지 알 수도 없는 비닐과 종이 쪼가리들이 사방천지로 휙휙 미친 듯이 날렸다.겨울이 지나갈 즈음이면 으레 바람이 온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이렇게도 거칠게 몇날며칠 마라톤 선수처럼 숨 가쁘게 몰아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비도 없었다. 눈도 없었다. 대충 계산으로도 석 달, 내지는 넉 달 동안 비다운 비 한 번 안 내렸고, 눈이 쏟아져야 할 계절인데도 희끗희끗
[위클리서울=박재현] 우리들 각자는 봄이 다가옴을 느끼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필자가 봄의 시작을 느끼는 것은, 다시 길어진 해 덕분이다. 겨우내 어둡기만 했던 아침 5시~6시 언저리 시간이 3월이 되자 차츰 달라진다. 여전히 어둑어둑하지만 어둠 속에 뭔가 밝음을 품고 있는 어둠이다. 몸이 반응을 하며 하루의 시작이 빨라지고 뭔가 경쾌하다. 이번 주부터 다시 아침 운동을 시작했다.이렇듯 봄이 온다는 것은, 그저 겨울이 가고 다른 계절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새로운 마음가짐과 다시 딛고 일어섬을 요구하는
[위클리서울=김수복 기자] 밤하늘을 획획 가로지르는 그것은 얼핏 유성 같았다. 하지만 유성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유성 치고는 그 높이가 너무 낮았고, 아련한 은빛 낭만이 없었다. 아련한 은빛 낭만은커녕 시뻘건 욕망이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넘실거렸고, 비명과 죽음의 냄새가 마치 사막 한가운데서 일어난 회오리바람처럼 내 영혼을 덮친다는 느낌이었다.러시아의 예견된 우크라이나 포격이 시작되던 그날, 로켓포가 휙휙 정신없이 날아가는 장면을 보면서 나는 화약을 생각했다. 웃음과 기쁨과 환희를 불러내는 에너지원이었던 화약, 그것을
[위클리서울=박석무] 대통령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표를 던져 대통령으로 뽑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쉬운 일이면서도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열 길 물 속이야 알아볼 수 있으나 한 길 사람 속은 알아보기 어렵다는 속담처럼, 사람 알아보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때는 방법을 하나 찾아내야 합니다. 고전(古典)으로 돌아가 공자 같은 성인에게 물어보거나, 다산 같은 현인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날 어떤 사람이 공자에게 물었습니다. “덕으로써 원수를 갚
[위클리서울=이종훈] 자치경찰이란 사회적 약자와 범죄 피해자의 지원 확대부터 일상 속 안전과 치안까지 촘촘하게 개선하는 경찰을 말한다. 기존의 일원화된 국가경찰에서 이제는 국가경찰, 수사 경찰, 자치경찰이라는 삼원 체제로 바뀌었다. 자치경찰은 특히 주민과 관련된 업무에서 조금 더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또한 교통 관련 민원이 빠르고 신속하게 처리되고 있다.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교통시설물을 군과 협업하여 바로 이동할 수 있었고, 가로등이 어두워 치안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골목길이 밝게 정비되었다. 주민 친화적인 교통정책이 많
[위클리서울=박재현] 가족 중에 코로나 확진자가 생겨서 지난 두 주간 재택 격리 생활을 경험했다. 갇혀 지내다 보니 창 밖의 풍경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었다. 잃는게 있으면 얻는게 있다고 스스로 다독이며 시간을 보냈다.격리가 끝나고 제일 먼저 집 주변 공원으로 달려갔다.잎들이 다 떨어진 채 아직은 앙상한 모습이지만 봄이 찾아오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상상하면서 평소보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걸었다.나무들도 기억을 할까? 어떤 원리로 나무들은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제 모습을 바꿀까?와인이라는 선물을 주는 포도나무는 지금 이 시기에
[위클리서울=김수복 기자] 대통령 후보로 나선 윤석열이 툭툭 던지는 메시지는 어지럽게 현란하고 섬뜩하고 파괴적이다. 어떤 말이건 일단 접하고 나면 여간해서 지워지지 않고 가슴에서 그리고 머릿속에서 꿈틀거린다. 꿈틀거리는 그것의 이미지는 지옥과 연옥의 개념을 생생하게 제시한 단테의 ‘신곡’을 떠올리게 하고, 유겐트를 창시한 히틀러를 연상케 하는가 하면, 마오쩌뚱의 아내 강청이 주도한 홍위병을 생각나게 하기도 한다.‘네 편’과 ‘내 편’의 구분을 명확하게 해서 ‘내 편’은 조건 없이 끌어안고 ‘네 편’은 조건 없이 멸절시키고자 했던,
[위클리서울=박재현] 필자가 흔히 듣는 질문 한가지로 글을 시작하려 한다.‘무슨 기준으로 와인을 고르시나요?’일견 단순해 보이는 질문인데 답을 하려니 주저하고 망설여진다.오랜 시간 와인을 업으로 하다 보니 의식적으로 마셔보지 않았던 와인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선택은 장기간 와인을 마셔보고 필자만의 기준이 나름대로 섰을 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와인을 선택하는 기준은 크게 보면 와인이 어디서 생산되었는가 하는 원산지와 포도품종이다. 가령, 프랑스 와인은 왠지 모르게 전통적이고 유서 깊은 농가의 느낌이
[위클리서울=김용태]그리 오래되지 않은 동안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 요즘이다. 유례없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의 삶은 크게 변화되었고, 그로 인해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은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6인 이하 집합 금지로 인해 고향에 방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주택용 소방시설을 구매하여 부모, 형제에게 선물하면 화재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최고의 선물이 되리라 생각한다. 화재 통계에 따르면 봄, 겨울철 화재 발생률이 가장 높고, 그로 인한 인명피해는 겨울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사실은 주택용 소방시설이 반드시 설치되어야
[위클리서울=김수복 기자] 하늘 아래 완전한 창작은 있을 수 없다는 말도 있듯이, 잘 만들어진 소설이나 영화는 그 스토리의 원형 서사를 품고 있기 마련이다. 원형은 수천 년 전의 신화나 전설일 수도 있고, 백여 년 전이나 오십여 년 전, 심지어는 당대 사회의 어떤 사건이나 현상일 수도 있다. 2022년 대한민국 제 20대 대통령 후보로 나선 윤석열 부부와 그 가족 그리고 측근들의 언행은 매우 특이해서 창작하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가슴에 한가득 설렘을 품고 있다는 얘기가 자꾸 들려온다.나 또한 창작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고 보니 머리와
[위클리서울=김혜영 기자]2021년에게 작별인사를 하지 못했다이제 2022년이라는 숫자도 슬슬 익숙해지고 있다. 폭죽이 터지는 화려한 카운트다운 덕분에 머릿속에 금박의 글씨로 확실하게 각인이 된 건 아니고, 새로 일을 하면서 계약서를 쓰거나 코로나로 인한 직원 건강 명부 따위를 작성하다보니 절로 익숙해졌다. 새해 첫 글로는 너무 퍽퍽한 서두이려나. 2021년에 작별 인사를, 2022년에 환영 인사를 제대로 하지는 못한 사람은 별다른 도리가 없다. 사실 작별인사는커녕, 그 해가 지나간다는 사실에는 조금도 서운하지 않았다. 좋은 일들도
[위클리서울=박재현] 필자는 와인 수입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이 안에서 다양한 직무의 구분이 있고 역할이 다르지만 간단히 말하면, 이 이 업의 골갱이다.이번 글에서는 필자의 업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분을 이야기할까 한다.가격대, 브랜드의 대중성, 트렌드에 대한 민감도 등의 요소에 따라서 와인을 판매하는 판매처가 나뉜다. 이것은 비단 와인 뿐만 아니라 모든 소비재에 공통된 사항일 것이다. 와인 판매의 특이점 중 하나는 맛에 대하여 소구하면서 구매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다. 와인이
[위클리서울=김수복 기자] 흰 눈이 펑펑 쏟아져 내릴 때, 이글거리는 화목난로 옆에 앉아서 유리창 너머를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노라면 별별 것들이 다 지나간다. 무엇인지 알 수도 없는 그것들은 곧 생각으로 이어지고, 나는 어느 순간 내가 이런 생각도 할 수 있는 동물이구나, 하고 놀란다.겨울 한철 내내 잠을 자는 곰이나 뱀들의 생존전략은 너무나 훌륭하다. 겨울에도 먹을 것을 찾아 열심히 뛰어야만 하는 멧돼지나 고라니나 이런저런 온갖 새들이 겪는 가난의 슬픔을 곰이나 뱀들은 아마 상상도 해볼 수 없으리라. 아, 이것은 연구해볼 만한
[위클리서울=박석무] 새해 세 번째 주가 지나갑니다. 무서운 전염병에 공포를 느끼느라 정신이 없고, 요란한 선거운동 탓으로 한가한 시간을 내기가 불편한 세월입니다. 전염병도 선거운동도 개의치 않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일을 찾다보니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 뿐입니다. 일생을 책과 함께 보내며 살아온 삶이지만, 어느 때나 이만하면 만족하게 책을 읽었다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다가 하루를 보내는 경우도 많고, 세간의 일에 마음쓰다가 며칠을 책과 멀리 지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기 위
[위클리서울=박석무] 날씨도 춥고 코로나19도 극성을 부려 마음이 편할 날이 없는 요즘입니다. 이렇게 불편하기 그지 없는 나날에, 지금 세상은 온통 거짓말의 홍수 시대로 들어갔습니다. 바야흐로 거짓말 천국에서 살아가는 셈입니다. 마음도 불편한데, 분위기까지 요란해 안정된 마음을 지닐 수 없는 세월입니다. 누구 말은 믿고 누구 말은 믿지 않아야 할지 알 수가 없는 혼란스러운 판국입니다. 어떻게 해서 이런 세상이 되어 버렸을까요. 더구나 선거철이 가까워오자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실현불가능한 거짓 공약들이 남발되면서, 머리가 혼란스러운
[위클리서울=박재현] 새해 아침. ‘새해’라는 단어의 어감이 참 좋다.현재는 과거 흘러간 시간들의 집합이라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새해’라는 단어의 마법 같은 힘을 빌리고 싶다.신기한 일이다. ‘새-‘라는 접두어를 붙이기만 하면 모든 것이 달리 보이고 벅찬 희망을 준다.‘새집’, ‘새옷’, ‘새다이어리’, ‘새해’…...어제가 다소 실망스러웠더라도, 어제가 제아무리 힘들었더라도 오늘은 새로 시작하는 날이다.첫날이니까, 다급할 것도 없다. 안단테 칸타빌레. 걷듯이 천천히 노래하듯이.새해 아침 음악을 들었다. 차이콥스키의 현악사중주 제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