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서울=박석무] 한 해가 다 지나가고 새해의 태양이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무엇인가 새로운 희망을 지녀야 하고, 어렵고 괴로운 삶에서 벗어날 묘안을 찾아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우선 인류의 재앙인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부터 벗어날 기회를 맞아야겠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공포와 위험에 시달리면서 살아왔던가요. 새해 첫 번째 소망은 바로 그런 공포와 위험에서 벗어날 날을 맞아야 합니다. 죽음에의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벌벌 떨면서 살아가는 삶은 이제 지겹게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얼마 남지 않
[위클리서울=김혜영 기자]얼룩을 보고 시가 떠올랐다유난히 상쾌한 샤워를 마친 한낮, 기분 좋게 들어간 방에 하얀 얼룩이 있었다. 슬리퍼에 뭐가 묻었나 싶어 발바닥을 들여다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문득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샤워 전엔 없던 얼룩이었다. 내가 묻어온 것도, 흘린 것도 아니기에 마치 스스로 탄생한 얼룩 같았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김선재 시인의 시 ‘얼룩의 탄생’이 떠올랐다. 그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누군가 발등에 흘리고 간 눈물 같은 얼룩이 돼야지눈에서 눈으로 전해진 풍경이 소식이 되는 날두 번 다시 더해지지
[위클리서울=김수복 기자] 일반 노동자의 한 달 임금을 다 갖다 바쳐도 구입할 수 없다는 이른바 명품 구두를 삼천 켤레도 넘게 소장했던 여자, 삼천 켤레의 구두 하나만으로 세계적인 명사 반열에 올랐던 그녀, 철권통치를 거론할 때면 으레 등장하는 남자 필리핀 대통령 마르코스의 아내, 그녀의 아들이 필리핀 차기 대통령으로 매우 유력하다는 외신이 속속 나온다. 독재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층의 무차별적 지지에 힘입은 바 크다는 해설도 붙었다. 집단지성이라는 말이 21세기를 관통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회의식이 취약한 대중의 정서란 아무래도
[위클리서울=박석무] 신문이나 방송의 뉴스를 보기가 두렵습니다. 누군가가 ‘자살’했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생명이란 것이 어떤 것이고,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스스로 목숨 끊는 일이 그렇게 자주 일어나고 있으니 두렵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려 통계에 의하면 OECD 가입 국가 중 자살율이 제일 높은 나라가 한국이라니 할 말이 없을 정도입니다. 며칠 전에 또 세상을 요란하게 하는 자살 사건이 일어나 시끄러웠습니다. 이제는 ‘자살’이라는 단어도 잘 쓰지 않고 ‘극단적인 선택’이라는 애매모호한 단어가
[위클리서울=김필수] 말도 많고 관심도 컸던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분야 진출이 결국 해를 넘기고 말았다. 지난 2019년 2월 중고차 분야에 대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이 3년에 걸쳐 두 번 연장되어 온 사안이 일몰이 되면서 생계형 업종 선정에 중고차 분야를 다시 신청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완성차 업계의 진출 문제는 이후 동반성장위원회의 생계형 지정 부적합 판정의 내용이 중기부에 제출되었고 법적으로 6개월 이내에 결정되어야 할 사안이 2년을 넘길 정도로 오락가락하는 상태로 해를 넘긴 것이다. 당연히 중기부는 심의위원회에 사안을 넘겨
지난 토요일. 오후부터 흩날리기 시작한 눈송이가 저녁이 되니 집 앞을 소복하게 덮었다. 제대로 된 첫눈이라 아이들은 신이 났다. 아이들은 눈을 굴리고 던지며 한껏 들뜬 모습이다. 동심이 부럽다. 나는 다음 날 아침 집 앞 도로가 빙판길이 될까 걱정하며 옆에서 비질을 한다.눈이 내리고 추워지는 이맘때면 생각나는 술이 있다.뱅 쇼(Vin Chaud). 프랑스어로 ‘뜨거운 와인, 따듯하게 데워 마시는 와인’이라는 뜻으로, 주로레드 와인에 과일과 계피 등의 향신료 그리고 설탕이나 꿀을 넣어 끓여 마시는 와인이다. 프랑스에서는 12월이 되면
[위클리서울=박석무] 며칠 전 병석에 계시던 송기숙 교수께서 기세(棄世)하였습니다. 병환이 깊어 문병할 방법도 없어 가끔 소식만 전해 듣다가, 끝내 뵙지도 못한 채 부음을 접하고 말았습니다. 파안대소하던 그 호탕한 모습이라도 마주보고, 손이라도 한 번 잡아보고 이별했다면 그래도 덜 서운했을 것인데, 그러지도 못하고 빈소에 찾아가 인자하게 미소짓는 영정을 대하고보니 더욱 슬프고 서러웠습니다. 70년대 초에서 80년대 후반, 유신독재와 전두환의 잔인한 독재와 싸울 때, 우리는 하루라도 만나지 않는 날이 없었고, 만났다 하면 술을 마시지
[위클리서울=김필수] 택시 대란이 계속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이나 심야에는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각종 앱을 통한 프리미엄 택시를 통하지 않으면 택시 잡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택시비용은 올라가지만 실제로 일선의 택시 기사에게 가는 이익이 없는데 더욱 문제가 크다고 할 수 있고, 실제로 소비자에게 부담되는 비용만 올라가고 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등은 택시 부제를 풀고 심야 택시를 늘린다고 하지만 돌아간 택시 기사가 되돌아오지 않는 한 택시 잡기가 어려운 부분은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원인은 코로나로
[위클리서울=김수복 기자] 또 한 채의 집이 비었다. 시골 마을에서는 하나도 낯설지 않은, 매우 익숙한 일이지만, 그런데도 빈 집을 볼 때면 항상 가슴 한쪽이 뭉텅 베어져 나간 것 같은 느낌으로 어쩔 몰라 하게 된다. 친숙하면서도 낯선 이 당혹스런 느낌의 정체를 알게 되면 나는 바야흐로 도사라도 될 것 같지만, 그러나 자신은 없다.주인 없는 집의 적막이 멀리서도 느껴졌다. 적막은 지붕 위에, 그 집 앞 골목의 공기 속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었다. 보고자 해서 본 것은 아니고, 느끼고자 해서 느낀 것도 아니었다. 누가 나에게 그 집이
[위클리서울=박석무] 『목민심서』가 공직자들이 행해야 할 일들에 대한 모범적인 사례집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어느 편이나 어느 항목 하나라도 중요하고 값지지 않은 내용이 아닌 것이 없지만, 오늘의 세상으로 보면 「예제(禮際)」편의 내용 또한 지나쳐서는 안될 부분이 참으로 많습니다. ‘예제’란 예의바르게 상호간에 교제함을 뜻하지만, 목민관이 상관에 대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동료나 선후배와 어떻게 교제해야 하는지, 어떻게 아랫 사람들을 거느려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공직자로서
[위클리서울=김필수] 자동차 영역이 급변하고 있다. 지난 130여 년의 내연기관차 역사가 급격하게 전기차 등 무공해 자동차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급격한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는 미래 일자리, 먹거리 등에 큰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너무 빠르게 진전되다 보니 일자리의 변화가 크게 일면서 미래 일자리가 크게 줄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기차로 인한 변화는 부품수가 과반으로 줄고 생산현장의 모듈화로 인한 단순화는 생산 일자리를 줄여주는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래 급변에 대한 일자리는 늘기보다는
[위클리서울=박재현] 십이월. 다이어리의 마지막 장.올해 두 번 남은 칼럼을 어떻게 매듭지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필자 스스로에게 동기 부여도 하고, 칼럼을 쓰는 과정에 재미요소를 주려고 십이월의 첫 칼럼은 형식을 바꿔볼까 한다.연말이니 유명인을 초대하여 묻고 답하는 인터뷰 형식을 택했다.다만, 여기서 유명인은 실제 인물은 아니고 포도나무를 의인화하여 구성했다.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여전히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웠던 2021년, 우리는 와인에 기대어 위로 받고 싶었던 걸까? 10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2021년 와인 수입량은 2020년
[위클리서울=정길호]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민주화 정도‧경제발전 상황‧국방력‧과학 기술‧체육 및 음악을 포함한 문화 등 제 분야에서 최고 수준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전통적으로 높은 교육열로 인한 문맹률은 최저 수준이고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하겠다. 물론 일부 분야에서는 많은 국민들이 한탄하며 아쉬워하는 부분도 있다. 산업 발전 속도보다 정치 수준이 떨어진다는 말이 회자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과거에 비해 정치 수준이 낮다라기 보다는 다른 분야와의 상대적 비교에서 나온 말로 보인다.특정 국가의
[위클리서울=박석무] 세상이 너무나 시끄럽습니다. 대통령 선거는 임박해오는데, 후보자들에 대한 의심스러운 형사사건들이 줄줄이 연결되어 요즘은 어느 날이고 그에 대한 보도가 없는 날이 없습니다. 증거가 불분명하고 뚜렷한 증인이 없어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의심스러운 형사사건을 ‘의옥’이라고 합니다. 그런 의옥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목민심서」의 단옥(斷獄) 조항의 내용은 오늘의 수사와 재판에서도 많은 참고가 됩니다. “의심스러운 옥사는 밝히기 어려우니, 평번(平反: 증거나 증인이 불확실한 경우 가벼운 쪽으로 처리함)에 힘쓰
[위클리서울=김필수] 전동킥보드로 대변되는 퍼스널모빌리티, 즉 PM은 미래 모빌리티 수단 중의 하나로 선진 각국에서 각광받고 있는 이동수단이다.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Last Mile Mobility)라고 하여 주력 이동수단 사이에 짧은 거리를 친환경으로 이동하여 주는 중요한 연계성 이동수단이라 할 수 있다.차량으로 가기에는 가깝고 걸어가기에는 먼 거리를 이동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보다 수년 빠르게 공급된 선진 각국에서는 일반형 자동차를 대신하여 20% 이상 친환경 이동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활용도가 높아지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뉴욕이 그냥 좋다. 도착하자마자 지나가던 사람과 부딪치고, 그 사람에게 (살면서 실제로는 처음 듣는) 미국 욕을 먹은 뉴욕이 좋다.혼자 욕하면서 걷는 사람, 노래 부르면서 걷는 사람, 딱 봐도 마약에 취한 사람, 블루투스 스피커를 목에 걸고 주변인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노래를 들으며 걷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주변 사람, 지하철에서 이어폰 속 음악에 심취해 자신만의 무대인 거처럼 춤을 추는 사람. 내가 제일 정상 같은 뉴욕이 좋다.악취를 풍기는 지하철이 시도 때도
[위클리서울=김수복 기자] 깊은 밤에 일어난 바람 소리가 내 마음을 흔들었던가 보다. 아니 어쩌면 마당을 굴러다니는 낙엽 소리가 내 가슴에 애련한 시를 들이밀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밤새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다가 더 이상은 못 견디겠다 하고 벌떡, 일어나서 바지를 꿰입으려고 하는데 빗방울이 듣는다.아닌가? 우박인가?우박이라면 큰일이다. 허둥지둥 밖으로 나와 보니 우박은 아니다. 빗방울이 우박처럼 거칠게 뺨을 때린다. 다행이다. 만약에 우박이었다면 우리 집 마당의 농사는 정말로 끝장이다. 연한 애호박에 구멍이 숭숭 뚫릴 텐데 그 모
[위클리서울=박석무] 「목민심서」 12편은 어느 것 하나 귀하고 값진 내용이 아닌 것이 없지만, 마지막 편인 「해관(解官)」이야말로 은근하게도 큰 의미가 들어 있는 내용입니다. 「부임(赴任)」으로 시작해 「해관」으로 끝나면서 적당히 마무리하면 될 것 같은 내용이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한다는 뜻에서 곱씹어야 할 내용이 참으로 많은 한 편입니다. 벼슬이란 언젠가는 그만둘 수밖에 없다는 것을 먼저 알고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벼슬자리에 연연하여 언제까지라도 벼슬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는 것이 다산의 뜻이었습니다
[위클리서울=박재현] 첫 만남에서 우리는 어색한 분위기를 완화하고자 서로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을 한다. ‘사는 곳이 어디세요?’하고 묻고, 때로는 좀 더 깊숙이 서로의 고향에 대해서 묻기도 한다. 사는 곳 또는 고향이 어디냐는 물음은 단순히 물리적인 위치를 묻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상대방의 정체성, 사회/문화적 배경, 나와의 동질성 등을 확인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있다.와인도 고향이 있다.와인 파는 곳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그 많은 와인들을 분류하고 진열할까?우선 제일 단순하게 레드 와인 그리고 화이트 와인으로 구분한다.
[위클리서울=박석무] 관존민비의 어둡던 시절, 관의 탐학에 시달리던 백성들의 비참상은 필설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관의 횡포가 극에 달했던 실감나는 사례의 하나가 「목민심서」 호전(戶典)의 평부(平賦) 조항에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어떤 목민관이 탐학하여 백성이 밤중에 산에 올라가서 소리를 질러 매도했다. 그 이튿난 목민관이 향승(鄕丞)을 불러 말하기를 ‘산에서 소리가 나는 것은 귀신이 노했기 때문이다. 마땅히 제(祭)를 지내서 풀이를 해야할 것이다’라고 하고는 집집마다 10전씩 거두어 돼지 한 마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