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혁신위가 각 계파간 나눠먹기식으로 구성되면 혁신에 대한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다. 당내 노선투쟁이 가속화되면서 각 계파에서 유시민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혁신위에 전략적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많다. 혁신위를 혁신해야 할지도 모른다.”

열린우리당이 11일 혁신위원회 구성을 마치면서 혁신위를 둘러싼 공방은 봉합된 것처럼 보이나 혁신위에 참여한 각 계파들이 ‘혁신’을 두고 동상이몽격으로 해석해 본격적인 세력 싸움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을 정봉주 의원이 내놓았다.

4.30재보선 참패 결과를 두고 개혁파는 기간당원제를 강화함으로써 당을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실용파는 기간당원제가 참패의 원인이라고 맞서고 있어 각기 다른 ‘혁신’을 관철시키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봉주 열린우리당 의원은 11일 데일리 서프라이즈와의 인터뷰에서 “두고 봐야 겠지만 혁신위에 참여하겠다는 의원들이 많았다는 것은 각 계파가 힘겨루기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며 “자칫 혁신위가 당내 국가보안법 테스크포스팀이나 정당개혁추진위원회처럼 내부의 논쟁에 휘말려 정작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 의원은 “기간당원제 강화를 줄곧 주장해 온 유시민 의원을 견제하려는 세력들이 골고루 신청을 한 것 같다”며 “아마도 국민정치연구회만 안들어갔을 것이다”고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물론 그는 오늘 혁신위가 구성된 만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신중하게 말을 정리했다.

이를 반증하듯 유시민 혁신위 부위원장측에만 26명의 의원들이 혁신위 참여 의지를 밝혔고 한명숙 위원장측에 요청한 의원들까지 포함하면 상당수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리당이 이날 혁신위원에 박기춘, 박병석, 최규성, 민병두, 우상호, 우원식, 이계안, 조배숙, 주승용, 유승희 의원, 정병원 경북도당위원장, 이상호 청년위원장, 김희숙 중앙위원, 이상선 경기성남 당원협의회장 등 14명을 선임해 개혁파부터 보수파까지 골고루 포함시켜 정 의원의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정 의원은 “당선거는 기간당원의 경선을 통해 해야 한다는 인식은 공유되고 있다”면서 “문제는 공직자 선거 부분인데 이를 논의해야 되는 이유는 기간당원들이 선택한 후보자가 과연 본선에서도 경쟁력을 담보하느냐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우리당은 기간당원의 힘으로 일궈진 당이다. 기간당원 경선제를 보완하기 위해선 50:50으로 경선과 여론조사를 함께 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기간당원제를 살리면서 보완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사실 안영근 의원 지역구에서 개혁적인 당원들이 경선을 통해 후보자를 정하게 되면 안 의원은 후보로 선출될 수 없을 것”이라며 “안개모가 기간당원제에 딴지를 건 데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사법 처리 지도부 불신임하면 안개모?

과거사법 처리시 반대표를 던졌던 정 의원은 “지도부가 반대를 표했다고 해서 불신임까지 묻겠다고 한 것은 안개모 등 일부 의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반대한 상임중앙위원은 유시민 의원 뿐이므로 결국 유 의원을 공격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과거사법에 찬성한 우원식 의원이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그는 “미완성법이고 절충할 수 없지만 찬성할 수밖에 없었던 입장을 ‘고통스럽게’ 써야 했다”면서 “자신은 부대표여서 그럴 수 밖에 없지만 누더기가 된 과거사법은 반대해야 할 법이라고 솔직히 밝히는 게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꼬를 텄다’는 표현 역시 맞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과거사법을 머리로만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부정한다’는 표현과 ‘적대시한다’는 표현이 어떻게 같은가. 우리당에서 인혁당 사건을 재조사하자고 나서면 한나라당에선 다른 민주화 사건을 들고 나와 맞설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지도부를 향해 “원내대표라도 당론을 바꾸려면 의총을 먼저 해서 ‘위임을 해주겠느냐’고 물었어야 한다”며 “대표단이 이미 합의한 사안을 두고 의원들에게 뒤집으라고 하니 ‘콩가루 정당’이 되기 싫어 말을 아낀 것 뿐이다. 아마 의원들은 ‘맘대로 하쇼’하는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근태 장관 조기복귀 안해...유시민 연대 진정성있다

민청학련 활동으로 김 장관과 인연이 깊은 정 의원은 김근태, 정동영 장관의 복귀설에 대해 “대권주자들이 조기 복귀하면 안된다”면서 “4월 재보선에서 참패한 것을 10월 재보선에서 불씨를 살릴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김근태 장관에게 복귀설을 직접 물었었다며 “빠른 복귀는 옳지 않다는 내 의견에 대해 김 장관이 ‘맞는 말’이라고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정동영 장관을 의식한 듯 “현재 복지부 정책이 탄력을 받고 있다”면서 “김 장관이 노인복지, 출산 정책 등에서 그 역량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최근 김 장관이 인터넷에 글을 올려 화제가 된데 대해 “인터넷에 글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인터넷 글쓰기는 20대, 30대와 소통하는 과정으로 김 장관 지지 모임에서 자발적으로 하고 있는 ‘사이버 자원봉사단’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유시민 의원이 김근태 장관과의 연대를 선언한 것에 대해 진정성을 느꼈다며 개혁세력 연대에 훈풍이 불 것으로 전망했다.

“유시민 의원이 김 장관과 연대하겠다는 말은 즉석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유 의원은 오랫동안 숙고했고 전략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다. 그를 만나 이를 확인했고 김 장관에 대해 깊은 신뢰가 쌓였다는 것을 느꼈다. 정동영 장관측과 기간당원제 등 당 정책이 엇갈려 실망한 만큼 김 장관과는 정책에 있어 뿌리가 같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 의원은 일부 의원들이 유 의원이 말한 연대를 넙죽 받아들이면 ‘뱀 입에 두꺼비를 넣어주는 꼴’이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면서 “적어도 내가 유 의원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면서 느낀 것은 김 장관에 대해 깊은 신뢰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위에서 함께 일 한 것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정치연구회 대변인인 정 의원은 최근 참정연 총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국정연과 참정연 연대는 진검승부를 앞두고 이뤄질 것”이라며 “국정연과 참정연이 네트워킹을 하고 있는 단계이다. 궁극적으론 연대를 향해 가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재보선이나 지방선거에서 칼을 빼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 양 단체를 둔 채 연대할 것인지, 하나가 될 것인지는 차후에 논의될 것”이라며 진검승부를 해야 하는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대대적인 연대와 통합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선 승리를 위해 민주당과 합당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민주당에게 ‘스토커’라는 말까지 들어가면서 조급하게 할 필요가 없다”면서 “기간당원들이 이를 반대하면 합당하지 말아야 한다. 원칙대로 가다보면 민주당이 먼저 손을 내밀 때가 올 것이다. 그 때 선택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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