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수박사의 생생 미국생활 체험기-그 첫번째

"사소한 문화차이로 빚어진 엄청난 해프닝"

우리는 종종 예기치 못한 상황을 겪으면서 새로운 많은 것을 배운다.  특히, 미국에 온 많은 외국인들(유학생들을 포함)은 자국에서와 다른 여러 관습과 문화의 차이로 많은 순간 황당한 그리고 위험천만한 상황들을 경험하게 된다.  지금 생각하면 흥미로운 에피소드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당시 그 순간은 나에게 있어 참으로 난처하고 당혹스런, 어찌 보면 상당히 위험한 순간이었다. 

  이 이야기는 필자가 미국생활을 시작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벌어진 잊지 못할 해프닝이다.  그 당시 나는 미국에서 어학연수 (Language Course)를 막 시작하고 있었고, 주일날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평소 잘 알고 있던 선배 한명이 나와 다른 후배 한명에게 선배의 차로 형수와 가족들을 집으로 데려다 줄 것을 부탁했고, 우리는 그러기로 했다. 형수를 집으로 바래다 준 우리는 다시 교회로 돌아가는 길 이었다.  그 때, 후배가 선배의 차를 운전하고 있었고 나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우리는 조심조심 교통신호도 잘 지키고, 제한속도 (Speed Limit)도 엄격히 준수하며 안전운행을 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백미러로 뒤를 보니, 경찰차 한대가 우리 뒤에 서있었다.  우리는 말 그대로 `안전운행"을 하고 있었기에 무심히 보아 넘겼다.  신호가 바뀌고, 차는 서서히 대로에 들어섰다.  우리는 더욱 조심스럽게 신호와 제한속도를 지켜가며 차를 몰았다.  경찰차가 계속 뒤따라오기에 우리는 양보하는 심정으로 차선을 1차선에서 2차선으로 옮겼다.  그런데 경찰차도 차선을 바꿔 우리 뒤를 계속 따라 오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삑삑" 우리 뒤에 있던 경찰차가 가볍게 싸이렌을 울렸다. 우리는 개의치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안전운행을 하고 있었고, 잘못 한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또 한번 약간 길게 "삑삑" 경찰차가 싸이렌을 울렸다.  나는 후배에게 조언(?)을 했다.  "우리가 지금 너무 늦게 가고 있어 경찰차가 비키라고 하나보다."라고. 그리고 후배에게 말했다, 속도를 좀 더 내라고.  그런데 이게 웬걸, 갑자기 뒤에 따라오던 경찰차가 더욱 크고 길게 "삑삑삑" 하며 싸이렌을 울리는 것이었다. 우리는 더욱 속도를 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우리 앞에 달리던 많은 차들이 오른쪽 가장자리로 차들을 모두 세우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심상치 않음을 느낀 나는 후배에게 우리도 차를 잠깐 세우는 것이 좋겠다고 했고, 다른 차들을 따라 오른쪽에 멈쳐 섰다.

  몇 초후, 반대편 차선으로부터 다른 경찰차 여러대가 싸이렌을 울리며 나타났고 급하게 돌진, 우리차를 둘러싸는 것이었다.  영화속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차에서 내리려고 하자, 우리 뒤에 서있던 경찰차에서 스피커 소리가 들렸다.  "Don`t come out of the car.  Just stay in the car and put your hands on the steering." 잠시 후, 경찰차에서 나온 경찰관 한명이 우리 차로 접근해 왔고, 천천히 나올 것을 명했다.  경찰은 우리를 차 뒤 트렁크에 손을 올리게 하고 뒤로부터 몸수색을 했다.  더욱 난처했던 것은, 그때 운전을 했던 후배가 국제운전면허증을 기숙사에 두고 왔던 것이었다. 후배는 그 일로 경찰차 뒷자석에 수갑을 채인 상태로 갇히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기가 막힌 순간이었다. 나는 그 순간 어찌해서든 후배를 구출하고 당시 상황에서 벗어나야 하겠다는 일념으로 서투른 영어로 손짓 발짓까지 해가며 우리 입장을 설명하려 하였고, 상대방 경찰관은 싸이렌을 여러 번 울렸는데도 왜 멈추지 않고 계속 도주하려 했냐고 몰아세웠다.  한국에서 운전을 하다 경찰에게 걸려본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우리가 잘못 한 것이 없는데, 왜 멈추어야 하는 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던 것이다.  다행히 다른 경찰차로 현장에 도착한 미국 경찰관 한명이 우리를 세웠던 경찰관에게 가끔씩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미국의 교통법규를 알 지 못해 종종 이런 경우가 있다고 말했고, 우리를 잡은 경찰은 한참 만에 후배를 경찰차에서 나오게 했고, 딱지를 끊어 주며 앞으로 조심하라고 하며 놓아주었다.  하지만, 차는 운전면허증을 소지 않은 채로 운전할 수 없다는 이유로 견인되어 갔고 견인된 차는 나중에 과태료를 물고 다시 찾을 수 있었다.  다른 경찰관 한명에게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차를 세우도록 했냐고 묻자, 그 경관은 차의 앞 유리창이 심하게 금이 가있었고, 차 번호판이 다른 주(State) 것이었기에 혹시 도난차량이 아닌 가 의심을 했고, 차를 세우도록 경고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차 속도를 높였기 때문에 우리가 도주를 시도한 것으로 간주했다는 것이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우리는 가끔씩 그때를 회상하며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다른 친구들에게 그 당시 이야기를 하곤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 그 순간은 조금만 잘못 됐어도 경찰서에 끌려갔거나, 추방되었거나, 심지어는 총을 맞을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 웃지 못 할 해프닝에서 얻은 교훈은 첫째, 경찰차가 싸이렌을 울리면 무조건 길 가장자리로 차를 세울 것, 본인이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을 지라도. 속도를 높이는 것은 절대금물이다.  둘째, 운전면허증은 항상 반드시 소지할 것.  셋째, 평소 차량 관리를 철저히 하고, 이사를 하면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번호판을 바꿀 것. 주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사를 한 후, 60일 이내에 번호판을 교체해야한다. <정인수 박사는 한양대를 졸업한 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유학, 박사학위를 딴 뒤 현재 동부의 한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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