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전시 학도호국단 운영' 대외비 공문 전국 고교에 보내


 
충남교육청이 비밀리에 각 고교 교장한테 보낸 교육부 대외비 문서. 사진/교육희망 윤근혁

<편집자 주>교육부가 매년 3월 전국 고등학생을 전시에 대비한 학도호국단으로 편재하는 계획을 세웠음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실을 단독입수해 폭로한 주간 <교육희망>의 동의를 얻어 기사 전문을 게재한다.


교육부가 전국 고등학생 하나하나에 은밀히 군인용 군번 성격의 ‘학생단번’을 매긴 뒤, 연대와 대대, 중대 등에 일제히 배속시켜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전시 대책으로 ‘좌경학생을 격리조치하고 배후 조종한 교사는 격리차원에서 교원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는 자세한 계획까지 세워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주간<교육희망>이 19일 입수한 ‘전시 학도호국단 운영계획’(2005년 충무 3200 교육시행계획, 문서번호 충남교육청 총무-5)이란 제목의 교육부 ‘대외비 문서’에서 밝혀졌다. 교육부는 A4 용지 15장 분량의 이 같은 문서를 화해평화를 강조하는 참여정부 출범 뒤에도 16개 시도교육청을 통해 전국 고등학교에 내려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충남교육청 이 아무개 비상계획담당관은 “학도호국단 운영계획은 교육부가 올해에도 똑 같은 내용으로 전국 고등학교에 보내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교육청이 2005년 3월 8일자로 각 고교 교장에게 보낸 공문에서 드러난 이 문서를 보면, ‘전시 좌경학생 지도 및 교원·교직단체 대책’이란 항목에서 “좌경학생에 대한 특별지도를 실시하고 교원 및 교직단체에 대하여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한다”고 밝힌 뒤 학생지도와 교원·교직단체에 대한 대책을 적고 있다.

이 문서는 학생지도대책에서 “순화가 곤란한 학생은 관계기관과 협조하여 격리조치해야 한다”면서 △학도호국단 활동 제외 △개별 지도교사 지정 등 특별 순화지도 △학도호국단 지휘관 임명 제외 등의 방안을 내놨다.

교원·교직단체 대책에서는 “배후 조종교사는 격리차원에서 교원징계위원회에서 회부해야 한다. 학교장은 관련 교사를 ‘전시범죄처벌에관한임시특례법’ 위반으로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더구나 좌경교사 등에 대해서는 ‘동향파악을 철저히 한다’고 밝히고 있어 비밀 감찰 의혹이 일고 있다.

교육부 윤 아무개 비상계획담당관은 “시대변화에 따라 내용을 점차 완화해가고 있지만 전시상황에 대비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입장이 휴전 상태이므로 학도호국단 편성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해 교육부의 문서 작성 사실을 시인했다. 윤 담당관은 또 “전시 학도호국단 문서는 민주주의를 추구하기 위한 대외비 자료이기 때문에 보도가 되어선 안 된다. 내용은 앞으로 개선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교육부가 이 문서를 김진표 교육 부총리 체제에서도 만든 사실에 대해 교육인권단체들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자유민주주의는 사상과 인권을 보장하는 체제인데 문제 학생을 격리조치하고 교사를 감찰하겠다는 것은 민주체제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전교조 김범열 부위원장은 “교육부는 전시에 학생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교육할 것인지를 먼저 준비했어야 했다”면서 “전국 수천 개 고교의 학교장 가운데 단 1명도 몇 해째 이 문서에 대해 문제제기하지 않은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비밀문서-어떤 내용 담았나?] 학생 전쟁활용? UN 비웃은 교육부
전쟁위협 짙으면 학도호국단 부활, 방위산업체 군인병원 등에 차출

UN(국제연합)은 2000년 5월 25일 ‘아동의 무력분쟁 관여에 관한 선택의정서’를 채택했다.

이 의정서 제1조는 “당사국은 18세 미만의 군대구성원이 적대행위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것을 보장하기 위하여 실행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 18세(한국 나이 19세) 미만 미성년자에게는 전쟁 관련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만들어 전국 고교에 비밀리에 돌린 ‘전시 학도호국단 운영계획’은 이 같은 내용을 비웃고 있다. 당장 올해에도 고교생 하나하나한테 군번 성격의 ‘학생단번’을 붙인 뒤, 대대와 연대 등 군사 체제에 배속해놨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인권단체인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교육부가 어처구니가 없고 황당한 짓을 저질렀다”면서 혀를 찼다. 전교조 박미자 통일위원장은 “전쟁을 대비하는 실제 방법은 전쟁이 얼마나 인간성을 파괴하는지를 가르치는 화해평화교육을 하는 것”이라면서 교육부의 행태를 개탄했다.

교육부 문서는 학생들에 대한 전쟁 동원 방식을 자세히 밝혀놓고 있다.
이 문서에서는 각 고등학교는 ‘충무 2종 사태’엔 학도호국단 조직을 운영하며, ‘충무 3종 사태’가 발동되면 활동임무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

평상시엔 ‘지면 편성’(학생 이름과 단번을 서류로 편성)토록 했기 때문에 교육부, 교육청 관련 간부와 교장 외엔 학도호국단 운용실태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쟁 위협 상황(충무 2종 사태)이 되면 학도호국단이 일제히 부활되도록 한 것이다.

‘충무 사태’는 정부가 만든 전시 계획인데 전쟁 징후는 ‘충무 3종 사태’, 전쟁 위협 상황 때는 ‘충무 2종 사태’, 전쟁 긴박 상황엔 ‘충무 1종 사태’가 잇달아 선포된다.

부활된 학도호국단 최고 제대장은 학교장이 맡게 되며, 중대장급 이상 지휘관은 교련교사, 군복무 경력 교직원, 기타 교직원 차례로 임명된다. 일반 학생은 대원으로 편성되며, 건전학생으로 지목된 학생을 소대장급 이하 지휘자로 선임한다.

학교장은 해마다 3월말까지 고교생 전체를 ‘학교고유단명+학번’으로 조합한 군번 형식의 학생단번을 부여해 지면편성토록 했다. 하지만 전시엔 학교시설 방호와 함께 긴급복구 사업, 경계지원 등 민방위 지원활동에 동원토록 했다.

특히 실업계 학생은 “방위산업체 등 전쟁과 직접 관련 있는 산업체의 생산활동에 지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 학생은 지역별 구급활동과 군 병원 등에서 간호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윤근혁 기자 <윤근혁 기자는 현재 교육희망(news.eduhope.net)의 기자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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