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첫 패션쇼 현장
 
남한 패션기업의 북한 개성에서의 첫 패션쇼가 26일 오전 박성철 신원 회장을 비롯 남북 인사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2층 규모의 공장 입구에는 가로 20m, 세로 3m 크기의 `피복 전시회` 플래카드가 눈길을 끌었다. `피복전시회`는 패션쇼의 북한말.

신원 개성 공장에서 일하는 북측 여성 근로자들은 미소를 머금은 채 친절하게 남측 손님들을 맞았다.

개성 만월동에 살고 있다는 정필여(34)씨는 "남북이 힘을 합쳐 좋은 옷을 만들게 돼 기쁘다"며 "아직은 기술이 서툴지만 열심히 일해 세계에서 1등 가는 옷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개성공장 준공 기념 패션쇼`는 오전 11시쯤 공장 2층 에벤에셀홀에서 박성철 신원 회장의 축사로 시작됐다.

박 회장은 "11년 전 임가공 사업차 북한을 방문했을 때 손재주가 좋은 북한 노동자들을 보고 처음 북한 공장 설립 계획을 세웠다"며 "280여명의 북측 직원들이 자청해서 하루 10-20분 정도를 더 일할 정도로 생산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당초 연말쯤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북한 근로자들이 열심히 일해준 덕에 공장 가동 4개월만인 지난달 손익분기점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축사를 통해 "남북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에서 열린 이번 패션쇼는 남북을 힘을 합쳐 이룬 뜻깊은 행사"라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개성이 경제, 문화, 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이날 미국에서 공부 중인 둘째딸 영이(21)씨와 함께 행사에 참가했다.

영이씨는 "아버지(고 정몽헌 회장)가 참 어려운 일을 하신 것 같다"며 "남쪽의 높은 기술력과 북쪽의 우수한 노동력이 합쳐 남북 통일의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패션쇼에는 신원의 여성복 브랜드 베스띠벨리, 씨, 비키와 남성복 브랜드 지이크, 캐주얼 브랜드 쿨하스 등 5개 브랜드의 봄.여름 제품 100여점이 선보였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펼쳐진 패션쇼에는 `씨` 모델인 탤런트 김태희씨와 `비키` 모델인 탤런트 최자혜씨, 남녀 패션모델 20여명이 개성에서 생산된 의류제품과 남한에서 가져온 의류제품을 선보였다.

행사에 참석한 남북 인사들은 옆 사람과 밝은 표정으로 개성공단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참석자들은 특히 김태희씨가 개성공장에서 생산된 옷을 입고 등장했을 때 갈채를 보내며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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