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땅이 아니라 우리의 땅, 결코 내줄 수 없다”
“내땅이 아니라 우리의 땅, 결코 내줄 수 없다”
  • 승인 2005.06.0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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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신부의 평화강연에서 만난 대추리 여성주민들


 
 
1일 오후 8시 전북 익산 삼성동사무소 강당에서 문정현 신부의 평화강연이 열렸다. 평택미군기지확장 및 한반도 미군기지벨트화 저지, 평화실현을 위한 평화유랑단 ‘평화바람’이 전북을 방문한 두 번째날. 전주, 부안, 익산 등을 돌며 캠페인 등 각종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들의 주장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듣기 위한 자리였다.

평화바람 단원들과 대추리 주민 네명은 전날 전주에 도착해 전북대 앞에서 캠페인을 벌이고, 새만금생명평화전북연대 발족식에 참가한 후 부안으로 이동해 전 부안대책위 활동가들을 만났다. 오후에는 우천으로 익산에서 예정된 캠페인은 벌이지 못했고, 바로 강연에 참가한 것이다.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평택 팽성 대추리 부녀회 소속 여성주민 네명에게 전북방문은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문정현 신부를 비롯해 평화바람 단원들의 일부가 전북 출신이고 이 여성주민들 네명중 두명이 각각 고향이 전주, 진안이다.

전주가 고향이라는 김영숙 씨는 “25년전에 결혼을 해서 이제 대추리를 ‘제 2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성인이 된 자녀 둘을 둔 김씨는 어느날 갑자기 날아온 쪽지 한 장으로 이 ‘고향’을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김씨는 ‘미군때문에 50여년전 구대추리를 빼앗긴 건도 분한데 지금 마을까지 뺏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군기지확장 관련 공청회 저지투쟁부터 시작해 274일째 치러지는 주민촛불집회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참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투쟁에도 불구하고 “언론방송들은 우리의 간절한 외침을 전하기는커녕 왜곡마저 하고 있다”고 따끔하게 일침을 놓는다.

김씨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부안반핵투쟁 당시 주민들의 분노와 정부·관·언론의 태도가 똑같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추리 주민들이 이날 오전 전 부안대책위 활동가들을 만난 이유도 그것이었다.

부안주민들의 풀뿌리같은 핵폐기장반대 투쟁과 승리는 대추리 주민들에게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이들이 만난 전 부안대책위 ‘아줌마’ 활동가들은 부안투쟁에서의 경험을 전하고 용기를 북돋아 줬다고 한다. 또 부안대책위가 사용하던 앰프를 전달하는 전달식도 치러졌다고 한다.

그런 한편으로 전날 뜨거운 땡볕 아래 전북대 앞 캠페인을 벌였지만 무심하게 지나가는 젊은이들 때문에 “많이 속상하고 눈물도 흘렸다”고 여성주민들은 전했다. 평택 한곳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전체 평화가 달린 일이기에 이렇게 전국을 순회하고 있지만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 모습은 주민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내 “평화바람도 그렇고, 강연에도 참석하고 함께하겠다고 말해주는 이들을 만나며 다시 용기를 얻는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오후 8시가 약간 넘어서 평택 대추리 주민들의 투쟁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고, 문정현 신부가 연단에 올라 강연을 시작했다. 문 신부는 6개월여를 대추리에 아예 집을 얻어 살다보니 운동가라기보다는 이웃주민의 마음으로 대추리 여성주민들을 참석자들에게 소개했다.

이어 국방부가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합의절차도 없이 편지 한 장으로 일방통보하며 시작된 평택 미군기지 확장의 문제점, 연로한 주민들까지 한마음이 돼 274일째 촛불을 밝히며 벌어진 여러 가지 에피소드, 또 평택뿐만 아니라 인천, 광주, 군산 등을 잇는 미군재배치계획의 한반도 및 동아시아 평화위협의 문제 등을 특유의 강단있는 목소리로 토해냈다.

문정현 신부는 특히 주한미군기지 재배치에 따라 한국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6조억원에 이른다며, “우리사회의 비정규직, 실업, 빈곤계층의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는 돈으로 미국의 패권주의를 도와주고 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한미관계는 변한게 없지만 우리가 변했다”고 단언했다. 매향리 폭격장 폐쇄투쟁, 용산미군기지 투쟁, 평택 투쟁, 군산 직도 투쟁 등 한국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와는 달리 주민들이 스스로 일어서서 주한미군 철수, 평화실현 등을 외치고 현실을 변화시킬 정도로 국민들의 의식이 변했다는 것이다.

문정현 신부는 “7월 10일 평택에서 열리는 전국평화대행진에 전국 방방곡곡의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이 평화지킴이가 돼서 함께 하자. 대추리에 10만명의 평화지킴이들이 전경병력이 들어올 틈도 없게 모여 미군기지 확장 저지와 평화의 목소리를 내자”고 제안했다.

참가자들의 커다란 박수 속에 강연이 끝나고, 대추리 여성주민들과 평화바람 단원들은 자리를 정리하고 늦은 저녁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여성주민들은 “우리는 지난 3년간 몸싸움도 해가며 피도 흘렸다.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땅이 아니라 우리의 땅이다. 우리의 땅을 미국에게 절대 넘겨줄 수는 없는 일이다”며 투쟁의 각오를 말했다. 참소리=최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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