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회장 귀국 현장 스케치


 
화제의 인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5년 8개월간의 해외 도피 생활을 끝내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김우중 전 회장은 예정보다 25분 빠른 14일 새벽 5시 25분쯤 아시아나 항공 734편으로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10여명의 검찰 수사관들은 출입국관리사무소 입국과에서 수속을 마친 김 전 회장에 대해 바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김 전 회장은 흰색 와이셔츠와 검은색 양복 차림으로, 오랜 도피생활 탓인지 얼굴은 매우 수척했고, 수염을 깍지 않아 초췌해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대우피해자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와 취재진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포토라인이 무너지고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입국 절차가 지연되는 소동이 벌여졌다.

김 전 회장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앞서 김 전 회장은 우리 시간으로 14일 새벽 1시 반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귀국길에 올랐다. 공식적으로는 의료진과 법무대리인 등 4명이 수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노이 공항에도 많은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 혼잡을 빚었는데, 김 전 회장은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통관장이 아닌 다른 입국장으로 들어갔고, 기내에서도 일반인들과 격리된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했다.

그러나 취재진들이 김 전 회장을 촬영하기 위해 역시 기내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계속되는 기자들의 질문에 "책임지기 위해서 귀국하는 것이고, 자세한 내용은 검찰에서 말하겠다.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검찰은 이날 새벽 김우중씨의 귀국 시간에 맞춰 검사와 수사관들을 파견해 신병을 확보했다.

김우중씨는 기소중지자 신분인데다 인터폴에 적색수배돼 있는 상태여서 귀국즉시 공항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검찰은 곧 김우중씨를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압송했다. 김씨는 11층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김우중 전 회장은 41조원대의 분식회계를 한 뒤 금융기관에서 9조 2천억원대의 불법대출을 받은 혐의와 25조원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69살의 고령이고 건강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외로 도피하는 등 죄질이 무거워 구속 수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체포 영장이 만료되는 시한이 48시간인 점을 고려할 때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늦어도 내일 저녁쯤에 청구될 것으로 보인다.

옛 대우 관계자 등 김우중 전 회장의 측근 일부와 김 전회장의 재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우맨`` 관계자 100여명이 새벽 일찍부터 공항에 나와 김 전 회장을 기다렸다.

한 관계자는 "오랜만에 오시니까 반가워서 얼굴이라도 보기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별도의 환영행사는 하지 않았다.

이와함께 옛 대우계열사 소액주주 500여명이 5년전에 모여서 만든 대우피해자대책위원회도 `뜨겁게` 동참했다. 물론 이들이 나온 이유는 대우맨 들과는 많이 다르다.

또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와 민주노동당, 사회당 소속 당원들을 포함해 약 200여명도 인천공항에 나와 김 전 회장을 성토했다.

이들은 피켓을 들고 "김 전 회장이 대우사태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골프장과 호텔 등 가족명의 재산의 은닉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대우그룹이 패망한 것은 대형 금융사기이자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한 범법 행위"라며 "김씨 귀국이 단순히 과거를 덮고 면죄부를 주면서 재기를 합리화하기 어려운 수순으로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재평가는 일고의 가치도 없고 반드시 처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국장에는 내외신 취재기자도 100여명 이상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는데, 충돌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공항경찰대 경력 200여명이 배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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