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정명은 기자의 코스별로 가보는 북한산 산행기


#도선사의 모습

@코스2-우이동 1217번 종점→도선사→북한산장 매표소→용암문→북한산장→동장대→대동문→구천폭고→아카데미하우스 (소요 시간 3시간)
 
북한산에서 주진모를 만나다

매주 토요일 마다 산행을 하려니 힘들다. 산행만 하고 내려와서 막걸리라도 한 잔 해야 하는데 사정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참고로 기자는 엄청난 막걸리광이다-나중에 아주 맛있는 막걸리집들도 따로 소개해 올리겠다.) 사정이란 건 다름 아니다. 바로 등산이 즐기기 위한 등산이 아니고 일인 때문이다. 북한산 산행 코스를 매주 독자여러분님들에게 알려드리라는 `특명`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다보니 토요일 아침 일찍 산에 올라갔다가 하산하자마자 바로 회사로 출근, 기사를 써야 한다. 막걸리? 호시절 얘기다. `위클리서울`은 토요일도 일요일도 거의 빠짐없이 출근을 한다. 그러다 보니 막걸리는 요원한 얘기다. 물론 독자님들에게 더욱 재미있고 알찬 신문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노력의 일환이기 때문에 불만은 없다. 나중엔 우리 독자님들과 막걸리 한 잔 하면서 여유롭게 등산을 할 수 있는 날도 분명히 있으리라 믿는다.


#거북이 모양의 바위

어쨌든 지난주 수유리-대동문-보국문-정릉 코스에 이어 이번주에는 어떤 코스를 알려드릴까 고민하다가 이내 결단을 내렸다. 바로 우이동 1217번 종점에서 출발, 도선사-용암문-대동문-아카데미 하우스로 내려오는 코스다. 버스 종점에서 하차한 시간이 정확히 아침 9시. 비가 올려나…날씨가 잔뜩 흐린게 기분도 흐려진다. 전날 밤 늦은 시간까지 마신 술 영향도 있으리라. 날씨 때문인지,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등산객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질 않는다. 도선사까지는 시멘트 포장도로. 도선사 신도들을 대상으로 운행하는 버스가 있긴 한데 타고 오르기가 좀 그렇다. 걷기로 작정. 이전에도 몇 번 걸어올라가 본 경험이 있는데 도선사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약 30여분. 조금 걸어올라가니 상쾌한 신록들의 향취에 기분이 조금은 나아진다. 약 5분여 묵묵히 발걸음을 떼는데 순간 눈에 들어오는 낯선 광경. 아니 저게 누구지? 요즘 TV 드라마에서 인기 꽤나 있다는 사람인 것 같은데…. 길 한복판에서 SBS 드라마 `패션 50` 촬영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 중에 눈에 익은 한 남자배우의 모습. 누구더라. 드라마주인공은 주인공인 것 같은데…. 그런데 궁금증을 풀어줄 `인사`를 만날 수 있었다. 세상 참 좁지. 그곳에 다른 신문사에 근무하는 한 후배기자가 취재를 나와있었던 것이다. 야? 여기 왠일이야?? 취재하러 왔지요. 그런 선배님은요? 등산가는 길이지. 그런데 저 남자배우 이름이 뭐야?? 에이, 그것도 몰라요. 주진모잖아요. 주진모…. 이름은 알고 있었는데 얼굴하고 매치가 안됐다. 그렇다고 너무 구시대거나 그런 처지도 안되는 데 말이다. 어찌됐건 주진모와 잠깐 눈을 마주치고 다시 산행길. 으쌰 으쌰, 그래도 임무는 완수해야 하니까. 그런데 이게 웬일. 비가 한두방울 떨어진다. 입에서 좋지 않은 소리가 나온다. 제길헐….



#당단풍나무의 모습이 이채롭다.

어떤 놈이 `딸딸이`를 친 것이야?

도선사로 향하는 길 한두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은 어느 새 그쳤다. 하지만 날씨는 여전히 `흐림` 그 자체다. 도선사로 올라가는 차들이 `규정속도 20` 표지판이 무색하게 쌩쌩 달린다. 경사가 급하다보니 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가스들. 우이구…. 오늘 안내하는 코스의 유일한 맹점이다.
30여분을 오르니 도선사 광장이 나온다. 그곳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코스는 두 갈래. 광장에서 바로 올라가는 코스는 위문을 거쳐 백운대로 오르는 것. 광장에서 도선사쪽으로 좌회전. 10분여를 더 올라가면 그 유명한 도선사가 나온다. 절의 풍채가 자연과 함께 해온 세월만큼이나 당당하다. 절 입구에서 좌회전하면 바로 북한산장 매표소가 나온다. 그곳서는 작은 계곡 하나를 따라 등산로가 이어진다. 천천히 걸어도 30여분이면 능선 정상인 용암문에 도달할 수 있다.(참고로 기자는 이전에 15분만에 주파를 한 경이적 기록도 있다.) 시간이 덜 걸리는 만큼 당연히 고바위길이다. 처음 시작 무렵만 완만하다가 이내 깔딱깔딱 고개가 연이어진다. 간혹 마주치는 등산객들과 눈인사를 하며 오르자 용암문(龍岩門)이 나온다. 휴우∼긴 한숨을 내쉬며 암문을 통과하려던 찰나 눈에 들어오는 희귀한 광경(사진 참조).


#하얀눈의 주인공 산딸나무꽃

어라? 왠 눈이 저리도 나뭇잎 위에 쌓여있지?? 내일 모레면 7월인데…. 가까이 다가가보니 오호라∼나무 이파리 위에 하얀 꽃이 핀 모양이 그렇게 보였던 것이다. 하여튼 신기하다. 녹색 나무 이파리위에 함박눈이 소복히 쌓인 것처럼 무더기로 피어있는 꽃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그건 산딸나무다.(등산객들에게 이름을 물었으나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 나중에 사무실로 와 촬영한 사진을 북한산관리공단측에 보내주었더니 친절하게 산딸나무라고 알려주었다.)


#대동문엔 화장실이 있다.

어쨌든 거기서 우회전하면 위문-백운대다. 좌회전하면 대동문. 산책로 같은 능선길이 산성을 따라 이어진다. 3분여를 걸으면 나오는 게 바로 북한산장. 그 아래엔 물맛 괜찮은 약수터도 있다. 10분 정도를 더 가면 동장대가 나온다. 그 옛날 장군들이 동쪽을 지키기 위해 올라서 망을 봤다는 정자다. 그곳선 북한산 서쪽의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날은 날씨가 흐려 요원하기만 한 일. 발걸음이나 재촉해야지. 이러다 신문사에 늦겠다.

아무리 바빠도 선지해장국은 한그릇

5분여를 더 걸으니 대동문이 나온다. 단체로 산행을 온 등산객들이 가득하다. 그곳에 있는 화장실에서 잠깐 볼일을 보고…. 대동문을 빠져나온다. 날씨가 아까보다 한결 개어있다. 사진도 찍을 만하다. 구천폭포를 지나 아카데미 하우스행. 여름내내 물이 많이 흐르는 구천폭포는 간신히 흔적을 남길 만큼의 물만이 바위를 적시고 있을 뿐…등산객의 아쉬움을 자아내게 한다.


#구천폭포 근처에 피어있는 이름모를 야생화가 예쁘기만 하다.

매표소를 지나자 `아카데미 하우스 공사중`이라는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버스를 타러 내려오는 길에 위치한 고향가든에서 3,500원짜리 선지해장국을 뚝딱 해치웠다. 10년 된 집인데 돼지갈비 3인분이 9,900원이다. 맛도 괜찮다. 한번 들러보시길….



독자 여러분, 그럼 다음주에 만나요. 정명은 기자 j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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