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검찰 수사 촉구" 사실로 드러날 경우 타격 클 듯


#한동안 승승장구하던 박근혜 대표가 수심에 잠겨 있다. 

 

지난 4.30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뒀던 한나라당이 당원은 물론 현행법상 금지된 `사조직`까지 동원했다는 사실이 당 내부문건을 통해 드러남에 따라 파문을 낳고 있다.

한나라당내 씽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에서 "4.30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사조직을 동원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보고서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알려지게 된 이 사실은 열린우리당이 선관위와 검찰의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 엄청난 후폭풍을 예상케 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한나라당이 전국 6개 국회의원 재선거중 5곳에서 압승하고 열린우리당은 단 1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한 4.30 재.보선 결과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크게 뒤바꿔놓을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면에서 촉각을 세우게 하고 있다.

여의도연구소 대외비보고서인 `4.30 국회의원 재선거 지역별 심층분석`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경남 김해갑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승인으로 "한나라당 당원 조직과 후보의 사조직이 치밀하게 움직이면서 `김 정권 동정론`을 부각시킨 것이 주효했다"고 사조직 동원을 스스로 시인했다.

이 보고서는 열린우리당의 패인으로도 사조직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정욱 우리당 후보는 고향을 40여년간 떠나 있었고, 동(東)김해의 특성상 외지인이 유권자 80%이상 차지해 신규 사조직 구성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며 "8백명의 진성당원 중 실제 활동가능한 당원은 50명 안팎이고 노사모 또한 20명 정도에 불과하고 적극성도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고서는 "공조직도 거의 가동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김맹곤 전의원의 조직이 와해되고 공천문제를 놓고 우리당 내부 갈등이 선거운동기간 돌입 1주일이 될 때까지 봉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보고서는 "박근혜 대표의 방문시, 창원ㆍ마산ㆍ진해 등지에서 대거 동원된 당원들로 인해 실제 김해시민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는 점은 향후 개선사항"이라고 외부 당원을 동원한 사실도 밝혔다.

보고서는 의사 출신인 신상진 후보가 당선된 성남중원에선 "이 지역에서 한나라당 조직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태"라며 "가장 열성적인 조직은 당 공식조직이 아니라 의사협회였다"고 의사협회의 지원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번 4.30재보선에서 가장 치열했던 경북 영천 지역에서도 기존의 사조직이 와해된 것을 힘든 선거의 원인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한나라당의 기존 당 조직은 박헌기 전의원의 사조직이었지만 이번 선거에서 여야로 제각각 갈라지며 와해됐다"며 "한나라당 도당 당직자들이 리ㆍ동 단위로 책임을 맡아 발로 뛰었지만, 농촌지역 외에는 별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포천ㆍ연천 지역에선 당선된 고조흥 후보에게 `제2의 이한동 플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 눈에 띈다. 보고서는 "이 지역에선 이한동 전총리의 영향력이 없다고 볼 수는 없으나 이번 선거에서 크게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이 전총리는 뇌물수수사건에 연루돼 이번 선거에 직접 개입할 수 없었지만, 지지세력들은 한나라당에 우호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며 "고조흥 당선자는 향후 지역을 평정하면서 `제2의 이한동 플랜`을 만들어 이들을 포용하는 정치적 기량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관위와 검찰의 조사 등 사태의 추이를 두고 봐야겠지만 만약 보고서의 내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자칫 4.30 재선거 지역중 상당수 지역에서 다시 선거를 치러야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여야관계에서도 공수가 뒤바뀌면서 정국주도권의 이동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으로선 재.보선 압승에 힘입어 한층 강화된 박근혜 대표의 위상을 바탕으로 선거후 두달 가까이 유지해 온 정국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는 뼈아픈 `자충수`를 둔 셈이 됐다.

`차기 대통령 대졸자론` `맥주병 투척사건` 등 최근 악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 데 급기야 결정타를 맞게 된 것이다.

최근 혁신위의 혁신안 발표후 조기전당대회 개최와 지도체제 개편 등을 두고 당내 논란이 일고 있는 상태에서 이번 사태까지 불거져나옴에 따라 문건 유출경위와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잠복했던 당 내분이 다시 고개를 쳐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사조직과 당원 동원에 따른 재.보선 압승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게 된다면 당초 박 대표의 개인적 인기로 선거압승을 거뒀다는 대전제가 무너지는 것이어서 차기 대권주자인 박 대표 개인도 큰 `타격`을 받게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재.보선 당시 박 대표의 인기가 `거품`이었음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문서유출과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면, 이는 당내 잠재적 대권주자군간의 조기 `파워게임` 양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재.보선 참패 여파로 극심한 당 내분을 겪어 온 열린우리당으로선 `뜻밖의 호재`를 만난 셈이어서 이번 사건을 둘러싼 적극적인 공세로 수세국면의 `탈출`을 기할 수 있게 됐다.

전병헌 대변인이 즉각 논평을 내고 한나라당에 진상공개와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검찰에 즉각 수사착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이 4.30 재보궐 선거에서 사조직과 외부 당원을 이용했다는 엄청난 불법적 행동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선관위와 검찰의 즉각적인 조사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사조직 동원은 현행 선거법상 일절 금지하나 내부가 아니고선 적발할 수 없는 은밀한 불법"이라며 "조직을 동원하면서 음식이나 차량도 동원할 수 있다"고 금품 살포 가능성도 추가로 제기했다.

우리당은 향후 이번 사건 자체의 탈법성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4.30 재.보선 결과와 연계시키면서 여당의 패배가 `민심의 이반`에 따른 것이 아니라 야당의 불법.탈법 선거운동으로 야기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야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한편, 당내 결속을 다지는 `기회`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후보가 개인적으로 사조직을 동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런게 있다면 그 자리에서 고발을 당했을 것"이라며 결백을 강조했다.
김창완 기자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