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정명은 기자의 코스별로 가보는 북한산 산행기



비가 쏟아진다. 지난주엔 산행을 못했다. 순전히 비 때문만은 아니다. 토요일은 비가 내렸고, 일요일은 그럭저럭 떠날만 했으나 포기했다. 게으름 때문이다. 이번주엔 꼭 가야했다. 바로 이 기사 때문이다. 토요일은 못갔다. 일요일, 비가 오면 어쩌나 했는데, 하느님이 보우하사 비가 그쳤다. 날씨가 그렇게 화창하진 않았다. 이른 시간 집이 있는 휘경동을 떠났다. 이번 코스는 불광동→탕춘대→탕춘대성→비봉→사모바위→문수봉→청수동암문→대남문→구기동이다. 예상 소요 시간은 3시간 반. 도시락 먹는 시간까지 포함할라 치면 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3호선 불광역 2번 출구로 나온다. 국립의료원쪽으로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에 슈퍼마켓이 있다. 필요한 물건을 산다. 오늘 산 건 찐 계란 3개(1천원)에 생수(5백원) 두 개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국립의료원 울타리다. 구기동 터널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왼쪽으로 보면 봉우리가 보인다. 족두리봉이다. 진짜 옛날 여인네들이 머리에 쓰던 족두리를 닮았다.



약 10여분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조그마한 산능선이 다가선다. 아래는 조그마한 공원이다. 그곳엔 약수터가 있다. 물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곳에서 충전하길…. 공원이 끝날 즈음에 오른쪽 산으로 오르는 계단이 나온다. 그곳이 탕춘대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다. 처음엔 숨이 조금 찬다. 하지만 20여분 오르다 보면 산책로같은 능선길이 나온다.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라이더들이 많이 찾을 정도로 평탄한 길이다. 콧노래가 나온다. 머얼리 족두리봉과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 문수봉, 보현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매표소까지 약 한시간 소요. 지나면 탕춘대성 암문이 나온다. 안으로 통과하지 말고 약간 우회해서 좌회전하면 탕춘대성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다. 약 10여분 걷다 보면 향로봉과 비봉으로 나뉘는 길이 나온다. 거기서 우측 비봉길을 따라 오른다. 절경이 이어진다. 약 15분을 걷다 보면 자취만 남은 절터가 나온다. 그곳에 약수터가 있다. 물 충전. 그곳서부터 비봉까지 오르는 길은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급경사의 오르막이다. 커다란 바위위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물개바위와 만난다. 잠시 한숨 돌리고….

마지막 힘을 쓰며 좁은 등산로를 오르다 보면 앞이 훤히 트인다. 비봉 바로 아래 능선이다. 그곳서 좌회전하면 일명 `식당바위`라 불리우는 널찍한 바위, 그리고 향로봉 등과 만난다. 우회전. 바로 앞에 커다란 봉우리가 가로막아 선다. 그게 바로 비봉이다. 비봉의 비(飛)는 한자에서 보듯 날비자다. 하지만 그 봉우리에 진짜 비석이 세워져 있다. 이름하여 진흥왕순수비다. 



신라가 한강 유역을 차지한 후 진흥왕이 돌아본 기념으로 세웠다고 한다. 진품 순수비는 국립박물관으로 옮겨 보관하고 있으며 지금 세워져 있는 것은 대신 세워 놓은 모조품이라고 하니 조금은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비봉을 오르는 길은 다소 위험이 따른다. 왠만하면 바로 입구에 좌회전하는 길이 있으므로 돌아가시길…. 약 5분여를 더 걷다보면 기이한 광경이 펼쳐진다. 사모바위, 장군바위, 부처바위라고 불리우는 사각의 바위다. 사각의 바위 모양이다, 해서 사모바위라고 불리우기도 하지만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도 있다. 사랑하는 연인들에 관한 이야기다.

조선 인조 임금 때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남자는 전쟁터로 갔다가 다행히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고향에 돌아오니 사랑하는 여인의 반가운 얼굴 대신 그녀가 청나라로 끌려갔다는 슬픈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는 여인이 풀려나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전쟁이 끝나고 여인들은 청나라로 끌려갔다가 풀려났으나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북한산 자락, 지금의 홍은동 지역에 모여 살았다. 남자는 여인을 찾으려고 그 지역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지 못했다. 결국 그는 북한산에 올라 북쪽을 바라보며 언제고 돌아올 그녀를 기다리다 바위가 되었다는 슬픈 얘기다.

탕춘대 쪽에서 사모바위를 보면 정말 북쪽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하염없이 무언가를 기다리는 모습을 하고 있다. 장군바위라는 이름은 양쪽 어깨에 견장을 올린 것 같아서 붙은 것이다. 사모바위 근처는 헬기장에다 넓고 평평한 바위가 많아 식사하기에 좋다.



문수봉쪽으로 향한다. 이어지는 능선길은 오르락 내리락, 약간은 힘이 들면서도 지루하지가 않은 코스다.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이어주는 동굴문 같은 곳(기자는 그 이름을 정확히 모른다, 다른 등산객들도 아마 마찬가지일 걸)을 지나고 나지막한 봉우리를 넘어서면 커다란 봉우리가 산행을 막아선다. 700미터가 넘는 문수봉이다. 문수봉 아래엔 문수사가 있다. 이곳도 비봉과 마찬가지로 정면돌파하는 건 위험천만한 일. 우회로를 택한다. 물론 이 우회로도 만만치않다. 북한산에서 가장 힘든 깔딱고개 중의 하나다. 한꺼번에 오르려고 하면 심장마비 걸리기 십상. 욕심내지 말고 쉬었다 가라. 천천히 천천히…. 그렇게 한참을 오르다 보면 만나는 문. 청수동암문이다. 그곳서 싸온 과일이라도 깎아먹으면서 숨좀 돌리고 우회전(내리막길로 직진하면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북한산성과 만난다. 완전히 우회전 하면 문수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 들렀다 가도 좋다, 약 10분 소요). 5분여를 걷다보면 대남문과 만난다. 날씨가 우중충한데도 인산인해…. 단체로 온 사람들이 저마다 자리를 깔아놓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바쁘다. 하긴 대남문은 초보 등산객이나 단체로 온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의 하나다. 기자도 처음 북한산에 오를 때 이곳부터 찾았으니까…. 대남문에서 능선을 따라 더 가면 대성문-보국문-대동문-용암문-위문을 지나 백운대까지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기자는 여기서 탈출. 구기동가는 길을 하산길로 택했다. 기대했던대로 내려가는 길 좌 우편의 계곡엔 물이 가득. 장맛비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경사가 진 곳은 폭포를 이룰 정도로 장관이다. 그 쏟아져 내리는 계곡물에 서민들 시름이 조금이라도 씻겨나갔으면…. 약 1시간 하산하다 보면 구기동 매표소와 만난다. 시계를 보니 약 3시간 걸렸다. 목표 초과 달성. 하지만 등산객 여러분, 산에선 절대 서두르지 맙시다. 경관을 즐기면서 천천히…천천히. 그럼 다음주에 만나요. 정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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