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 국정원장 대국민사과문 발표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은 5일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특수도청팀인 `미림팀`의 불법감청 문제에 대해 "국민 앞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 원장은 사과문에서 "그동안 최선을 다해 조사하고 확인한 사실을 보고드리겠다"면서 "불법감청은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2년 3월 이후 완전히 근절되었다"고 얘기했다. 이는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1998년 이후부터 4년여간은 불법감청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간접 시인하는 내용이어서 또다른 파문이 일 전망이다.
다음은 김 원장의 대국민사과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과거 `미림팀 사건의 전말`과 `불법감청 문제`에 관해 저희가 확인한 진실을 국민 앞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7월 11일 국정원장에 취임하면서 취임사를 통해,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인권을 침해하거나 정치에 관여하거나 권한을 남용하는 일이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고 다짐한 바 있습니다.

또한 국정원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전문정보기관` , `국민의 신뢰를 받는 세계 일류 정보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여 국가안보와 국익증진을 위한 정보업무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씀 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불과 10일이 지난 지난 21일 언론을 통해 과거 안기부 시절의 비밀조직인 `미림팀` 직원이, 도청한 결과물을 유출시키고 사적인 이익을 위해 악용한 사건이 보도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즉시 특별조사팀을 구성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출국 금지와 아울러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또한 국민들이 의혹을 품고 계신 도청문제에 대해서도 과거 도청의 실태와 현재도 도청을 하고 있는지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여 휴대폰 등 도청 의혹에 관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국민들께 보고 드리기로 하였습니다.

저희는 진실만이 힘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진실은 언젠가 반드시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정직한 고백만이 저희 국정원의 어두운 과거를 씻고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얻을 수 있으며 `세계 일류의 전문 정보기관`으로 새로 태어나는 진정한 전환점이 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도청의 실태를 국민 앞에 고백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많은 고뇌와 주저가 있었지만, 저희는 진실을 보고해야 한다는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오늘 저희는 그동안 최선을 다해 조사하고 확인한 사실을 보고 드리겠습니다. 퇴직한 직원과 간부들에 대하여는 강제수사권이 없기 대문에 아직 사실을 다 확인하지 못한 부분도 있으나, 미진한 부분은 앞으로 자체조사와 검찰의 협조를 받아 더 확인하고 밝혀 나가겠습니다.

다만, 분명히 말씀드리건대 불법감청은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2년 3월 이후 완전히 근절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젠 불법감청을 할 필요도 없고, 불법감청을 할 의도 역시 없습니다.

과거의 불법감청에 대하여 국민여러분께 용서를 구합니다. 그리고 상명하복의 생명과도 같은 정보기관의 속성상 상사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직원들의 고충도 넓은 마음으로 헤아려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누구보다 보안에 철저해야 할 전직원들의 비밀누설과 정보유출로 인해 국민 여러분게 불안감과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저희는 이 점에 대해서도 특단의 대책을 세워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희들은 이제부터 백지에 국가정보원의 역사를 새롭게 쓴다는 비장한 각오로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지금 세계는 총성 없는 정보전쟁이 한창입니다. 한나라의 흥망성쇠는 그 정보력에 달려 있다는 말이 결코 과언이 아닙니다. 저희 국정원은 국가와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 이 치열한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

국민 여러분의 신뢰와 사랑만이 새롭게 태어나려는 저희 원을 지켜줄 것이며 저희는 이에 보답해 국가와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정보기관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립니다. 다시 한 번 충심으로 사과드리며 용서를 구합니다.

2000년 8월5일 국가정보원장 김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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