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산건설 74억 횡령사건 둘러싼 의혹 확산
벽산건설 74억 횡령사건 둘러싼 의혹 확산
  • 승인 2005.08.3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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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 여부…초호화생활…은행과 회사 측 대응 등

`74억원 돈자루` 횡령사건을 수사중인 경남 마산중부경찰서가 용의자인 벽산건설 직원 안모(39.경기도 고양시 일산)씨의 행방 쫓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안씨의 행보와 사건을 둘러싸고 몇가지 의혹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일단 경찰은 공범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또 안씨가 도주 당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차량을 갈아탄 점과 범행 이후 부인에게 "큰 사고를 쳤다. 혼자가 아니다"라고 밝힌 점이 이유다.

경찰은 현재 사라진 74억6천600만원 가운데 50억700만원을 지난 27일과 28일 안씨 가족과 채무관계에 있던 이들로부터 회수했으며 나머지 25억원의 행방을 찾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경찰은 지난 28일 회수한 5억원이 안씨와 평소 채무관계에 있던 벽산건설 전 고위간부 2명으로부터 회수된 점을 중시해 다른 채무관계가 추가로 있을 것으로 보고 사채 등 개인 금전거래에 대한 조사에 무게를 한층 더 싣고 있다.

경찰은 미회수된 남은 돈 25억원이 모두 1만원권으로 25만장에 달해 사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황색 비닐포대에 싼 의심가는 돈자루 등이 발견되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안씨가 돈을 가지고 달아난 것은 26일이지만, 사건 발생 4일 전부터 범행을 차근차근 준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거액의 돈이 안씨의 개인 계좌로 빠져나갔지만 돈의 출처에 신경을 쓰야 할 회사나 은행은 이를 방관, 사태가 이 지경에 까지 이르게 한 것 아니냐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씨는 이미 지난 22일 농협 서여의도지점을 찾아가 마산시 중앙동 벽산 블루밍아파트를 짓기 위해 월포 삼익 재건축 조합원들의 2차 중도금으로 모아둔 41억9000만원을 인출해 자신 명의의 국민은행 계좌에 입금했다.

같은 날 일반분양 회사 계좌가 들어있는 국민은행과 일반분양 대출 계좌가 들어있는 농협을 찾아가 32억7600만원을 빼내 앞서 농협에서 인출해서 입금한 안씨 소유의 국민은행 통장에 다시 입금해 총 74억6600만원을 안씨 개인의 통장에 모았다.

안씨는 마산으로 내려와 이틀 뒤인 24일 국민은행에 들어있던 74억6600만원을 한꺼번에 인출하지 못하게 되자 42억 7000만원을 자기앞 수표로 찾아 농협중앙회 마산시지부에 개인통장을 개설, 이 돈을 입금시켰다.

25일 돈을 예치해둔 농협과 국민은행을 번갈아 찾아가 26일 오전 11시까지 마산시 교방동 재건축 아파트 현장사무실로 배달해 달라며 직접 예금인출 전표를 작성해 은행에 제출했다.

26일 국민은행은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빠른 오전 10시 30분께 32억원, 농협은 약속시간보다 1시간 20분 늦은 낮 12시 20분께 42억6600만원을 약속장소에 가져와 안씨가 준비해놓은 카니발 승합차에 실었고 안씨는 오후 1시 30분께 현장을 유유히 벗어났다.

이 과정에서 벽산건설과 이번 사건에 연루된 두 개의 은행에 대한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수십억원의 돈이 법인 계좌에서 개인의 계좌로 움직이는데 회사와 은행이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은 관리상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얘기다.

22일 농협에 있던 조합계좌 41억 9000여만원이 개인계좌에 빠져나가고, 같은 날 일반분양 대출계좌와 법인계좌가 있던 국민은행에서도 32억7600만원이 안씨의 개인 계좌로 입금되었지만 양 은행은 조금의 의심을 하지 않았고 회사에 통보하지도 않았다.

처음 안씨가 돈을 인출해갔던 농협 서여의도지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확인하는 위클리서울 취재진에게 "여기는 관련이 없다"고 발뺌 했다가 결국은 "맞다"고 실토하는 등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왜 거짓말을 했느냐고 묻자 "하도 전화가 많이 걸려와서 귀찮았기 때문"이라고 얼토당토 않은 이유를 대기도 했다.

아울러 "그렇게 거액을 인출해가면 해당 회사측에 통보를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벽산측에서) 두달 여만에 한번씩 인출 해갔는데 이번도 그 일환일 거라 생각했다"며 "통상적으로 예금주가 돈을 찾아가는데 그걸 일일이 회사에 통보하는 일은 없다"고 얘기했다.

이후 안씨의 계좌 이체와 인출 과정도 마찬가지.
안씨는 마산으로 내려온 뒤 농협과 국민은행으로부터 돈을 전달받은 뒤에도 은행에서 준비한 돈 자루에서 돈을 꺼내 자신이 준비한 노란색 돈 자루에 옮겨 담는 대담한 행동을 보였지만 동행한 은행 직원들은 별다른 의심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벽산건설측도 돈이 빠져 나가는데 확인 작업을 하지 않았거나 신고를 미뤘다는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일인 26일 오전 11시 30분께 국민은행 서여의도 지점에서 안씨가 22일 개인계좌로 회사돈 32억원을 입금했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벽산측은 이같은 사실을 안씨가 현장을 떠난지 30분 후인 오후 2시께 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측으로부터 소식을 접한 후 곧바로 조사를 벌였다면 안씨의 횡령을 막을 수도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후 회사는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다가 안씨를 찾을 수 없자 2시간 후인 오후 4시에 경찰에 신고를 했다.

벽산건설측 관계자는 "우리 잘못은 인정한다. 하지만 은행측에도 유감이다. 특히 그 거액을 공터에서 만나가지고 전달해주는 일이 과연 있을 수 있는가"라고 얘기했다.

이 관계자는 "아파트 중도금을 낸 사람들이 엉뚱하게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일단 회사로 입금된 것이기 때문에 모든 걸 회사가 책임질 것"이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여전히 안씨의 범행동기와 그동안의 행적에 대해선 의문점이 남는다. 

서울의 명문 사립대를 졸업한 뒤 지난 90년 벽산건설에 입사해 15년간 근무한 안씨는 3년전부터 자금을 관리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는 집값이 비싼 경기도 일산에 살면서 다이너스티와 그랜져 등 고급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등 풍요로운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는 건설회사 차장에 걸맞지 않게 호화생활을 영위했지만 채무관계는 복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씨는 지난 2002년 벽산건설 전 직원이던 신모씨와 박모씨에게 투자비 명목으로 각각 3억원과 2억원을 빌렸던 것.

안씨는 자신의 친인척에게 돈자루를 건넨 것에 이어 26일 밤 신씨를 찾아가 2억원을 박씨에게 전달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5억원을 전달하고는 행방을 감췄다.

신씨는 "지난 2002년 안씨가 ``대부업을 하는 자신의 형이 있는데 돈을 맡겨주면 톡톡히 불려주겠다``며 빌려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지 확인 결과 안씨는 장남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안씨는 경남 마산시 중앙동 재건축 아파트 비리에도 연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씨는 중앙동 재건축 아파트 조합장에게 사채업자를 소개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진 데다 범행직후 가족 등에게 "공금 횡령뿐 아니라 재건축 비리에도 연루돼 있어 당분간 외국에 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던 것으로 경찰조사과정에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안씨가 빌린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와 함께 안씨의 범행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등 범행동기와 배경에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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