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통신망에 “떡값 전달책 억울하다” 심경 고백


옛 안기부 도청테이프 내용 일부가 공개돼 삼성그룹으로부터 소위 ‘떡값’을 후배검사들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는 홍석조 광주고검장이 검찰 내부통신망에 “떡값을 나눠 준 적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글을 지난달 31일 올렸다.

홍 고검장은 특히 “삼성과 중앙일보를 공격해 보겠다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 그 교차점에 놓인 저를 흔들고 있는데 제가 정상적인 공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을 망쳐 놓았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잘못된 것을 바로 잡겠다”고 주장해 대응이 주목된다.

◈ “왜곡된 황당한 내용이라 저절로 해명 될 줄 알았다”

 
홍석조 광주고검장 (자료사진)
홍석조 고검장은 <검찰 가족 여러분께>라는 A4용지 7장의 글에서 우선 “손으로는 ‘미안하다’고 타자를 하면서도 마음으로는 내가 과연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수모를 받고 검찰 가족들께 이런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이르렀는지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 제 솔직한 심정”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홍 고검장은 이어 “처음 노회찬 의원이 떡값검사를 공개하면서 저와 관련해 왜곡된 주장을 하는 것을 보고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황당한 내용이라 저절로 해명이 되리라는 생각을 했는데 너무 안이한 판단이었다”고 자신을 질책했다.

그는 그러면서 “즉각 나서서 해명을 하자니 ‘없는 사실을 없다’고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이상 구차한 변명으로 들릴 수밖에 없고, 한편 말꼬리를 잡혀 또 다른 시비 거리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러나 침묵이 시인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진상을 밝히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글을 올리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 “삼성회장이나 중앙일보 사장이 뭐가 아쉬워 후배검사에게 로비하도록 시키겠나”

떡값 전달 의혹과 관련, 홍 고검장은 “저는 형(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으로부터 검사들에게 삼성 떡값을 돌리라는 명목으로 돈을 전달받은 적이 결코 없고 따라서 검사들에게 삼성 떡값을 나누어 준 사실도 없다”며 “검사들에게 삼성 떡값이라고 준다 해서 받을 검사는 없어 글로 쓰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비상식적인 말”고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더 나아가 “나라 일을 하면서 개인 돈을 쓰는 것이 비리의 시초가 된다는 일반적인 소신 외에 제가 부자라고 해서 개인 돈을 쓰다 보면 동료나 후임자가 곤란할 것이란 생각에서 제 돈을 쓸 때에도 함부로 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홍 고검장은 “그런데 노회찬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의 내용과 월간조선에 공개된 녹취록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아 과연 녹음테이프의 내용이 정확하게 녹취된 것인지, 편집된 것은 아닌지 등 녹취록의 정확성에서부터 의문이 든다”며 “자형(삼성회장)이나 형이 저를 삼성 로비용 창구로 생각하고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은 저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그러면서 “삼성회장이나 중앙일보 사장이 무엇이 아쉬워서 잘 나가는 처남(동생)으로 하여금 후배검사들에게 로비를 하도록 시키겠는지 상식적으로 판단해 달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 사회에서 가진 사람에 대해 기대하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처신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저는 ‘있는 놈이 되게 짜게 구네’라는 말도 듣지 않으면서 ‘자기가 부자라고 돈을 막 쓰고 다닌다’는 말도 안 듣도록 처신하는 것을 목표로 해 왔다”고 말했다.

◈ “삼성과 중앙일보를 공격하려는 사람들이 교차점에 있는 저를 흔들고 있다”

이런 글을 쓰는 것이 괴롭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한숨을 내쉰 홍 고검장은 “아버님이 생존해 계실 때는 아버님의 아들로, 돌아가신 뒤에는 삼성회장의 처남으로, 중앙일보 회장의 동생으로 남에게 인식되거나 거론되는 것이 너무나 싫었다”며 “왜 인간 홍석조를 보지 않고 ‘누구의 무엇’으로 표현하느냐고 대놓고 말한 적도 있고, 나름대로 삼성과 중앙일보와 거리를 두고 검사생활을 했다”고 인간적인 고뇌도 털어놨다.

그는 또 “형이나 자형이 검찰에서 조사 받을 때도 검사 등에게 한 마디 부탁해 본 일이 없다”며 “사리를 따져 보더라도 가장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해 일을 처리할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저를 동원해 일을 해결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홍 고검장은 “금년 초부터 저는 재산문제 등 갖가지 구설에 시달렸는데 언론은 친절하게도 제 문제가 거론될 때에는 형 이름을, 형 문제가 거론될 때에는 제 이름을 꼬박꼬박 세트로 보도했다”며 “저의 재산 증가는 재테크를 잘해서가 아니라 비상장 주식이 상장됨으로써 수량 변동 없이 평가차액만 발생했을 따름”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 사건에 대해서는 그는 “ 대상사건과 관련해 제게 ‘죄’가 있다면 인천지검장으로 발령 받은 점과 대상의 임 회장이 조카(삼성 이재용 상무)의 장인이라는 사실뿐”이라며 “이번 사건만 해도 저의 말과 행동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고,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특히 홍 고검장은 “앞서 말씀드린 모든 사안에서 제가 한 행동은 아무 것도 없어 해명하려 나서기도 참 이상한 처지가 됐다”며 “삼성과 중앙일보를 공격해 보겠다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 그 교차점에 놓인 저를 흔들고 있는데 제가 정상적인 공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을 망쳐 놓았다”고 주장했다.

◈ “떡값 전달책 정말 억울하다…모든 수단 동원해 잘못 바로 잡겠다”

그는 그러면서 “행정부 공직자 중 제일 부자라는 제가 돈과 관련된 문제로 공직생활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차라리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인품이 모자란다는 지적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으나 떡값 전달책은 정말 억울하다”고 강조했다.

홍 고검장은 “지금 고검장인데 무슨 미련이 있겠느냐”며 “그러나 지금 그만둔다면 터무니없는 주장을 인정하는 꼴이고, 제가 일생 동안 지켜왔던 명예와 주지도 않은 돈을 받았다고 의심받는 ‘주니어(후배검사)’들의 명예는 어떻게 하겠느냐”고 사퇴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저는 저 자신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저의 동료와 검찰을 위해서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잘못된 점을 바로 잡으려고 한다”고 말해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홍 고검장은 끝으로 “이 글을 쓰려고 며칠 밤을 설쳤으며, 감정을 다스리기가 어려워 때로는 격한 감정이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제 처지가 왜 갑자기 이렇게 됐나 한심한 생각도 들었고, 저를 음해하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악을 써보고 싶을 정도로 미움이 솟아오르기도 했다”면서 “어쨌든 글로나마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나니 속은 좀 시원해지는 것 같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신종철님은 법률전문인터넷 신문 `로이슈`의 대표입니다.)
 

 

검찰 가족 여러분께

1. 글머리에

먼저 저와 저의 집안이 관련된 문제로 마음을 다치셨을 검찰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손으로는 "미안하다"고 타자를 하면서도 마음으로는 내가 과연 무슨 잘못을 하였기에 이런 수모를 받고 검찰 가족들께 이런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이르렀는지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여태까지는 공식적인 해명을 자세하고 있었습니다만, 이제 여러분에게도 제가 알고 있는 사실, 저의 생각과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2. 이제야 이 글을 쓰게 된 이유

저는 처음에 노회찬 의원이 소위 떡값검사를 공개하면서 저와 관련하여 왜곡된 주장을 하는 것을 보고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황당한 내용이라 저절로 해명이 되리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너무 안이한 판단이었습니다. 김상희 차관이 사직하기에 이르자 각 언론은 마치 그 주장이 확인된 사실인 것처럼 보도를 하고 유일한 현직인 저의 거취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즉각 나서서 해명을 하자니 그래도 사회공기로서의 금도를 지켜 익명 보도를 하고 있는 언론도 있는데 스스로 나서서 도청테이프의 내용(자신의 이름)을 공개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무슨 해명을 한다는 것이 "없는 사실을 없다"고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이상 구차한 변명으로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대화 당사자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지도 모르는 8년 전의 대화를 제3자가 무슨 수로 변명을 하겠느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편 제가 해명을 하면서 말한 사실이 말꼬리를 잡혀 또 다른 시비 거리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침묵이 사실상의 시인으로 받아들여지고 그런 인식이 고착되어서는 안 될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대검에서도 진상확인에 착수한다는 입장을 정하였습니다. 따라서 저도 진상파악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검찰 가족 여러분께도 진상과 저의 생각을 밝히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여 이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3. 이 사안에 대한 해명

먼저 이 사안에 대한 해명부터 간단히 하겠습니다. 저는 형으로부터 검사들에게 삼성 떡값을 돌리라는 명목으로 돈을 전달받은 적이 결코 없습니다. 따라서 검사들에게 삼성 떡값을 나누어 준 사실도 있을 수 없습니다. 검사들에게 삼성 떡값이라고 준다 해서 받을 검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글로 쓰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비상식적인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저는 검사들에게 "공적인 돈" 이외에는 어떠한 돈도 준 적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 누구의 떡값 뿐 아니라 제 개인 돈도 나누어 준 적이 없습니다. 나라 일을 하면서 개인 돈을 쓰는 것이 바로 비리의 시초가 된다는 일반적인 소신 외에 제가 부자라고 해서 개인 돈을 쓰다 보면 동료나 후임자가 곤란할 것이란 생각에 서 제 돈을 쓸 때에도 함부로 쓰지 않았습니다.

4. 소위 구 안기부 X 파일 녹취록의 대화내용

제가 노회찬 의원으로부터 "떡값 전달책"이란 불명예스런 호칭을 받게 된 단 하나의 이유는 소위 구 안기부 X 파일 녹취록 때문입니다.

그런데 노회찬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의 내용과 월간조선에 공개된 녹취록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항간에는 몇 개의 녹취록이 나돌고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과연 녹음테이프의 내용이 정확하게 녹취된 것인지, 편집된 것은 아닌지 등 녹취록의 정확성에서부터 의문이 들고 있습니다. 노회찬 의원은 녹취록에 나온 대화를 근거로 `삼성회장이 검사들을 관리하기 위하여 큰 처럼(형)을 시켜 작은 처남(저)에게 삼성 떡값을 주고 저는 그 떡값을 후배검사에게 돌렸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습니다.

저는 대화의 당사자가 아니라 형이 과연 녹취록과 같은 발언을 하였는지, 하였다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발언을 하였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형(삼성회장)이나 형이 저를 삼성 로비용 창구로 생각하고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은 저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두 분들이 저에게 오직 바라는 것은 제가 아버님의 뒤를 이어 검사로서 끝까지 뻗어 나가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고, 지금까지도 그 마음이 변치 않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형이 녹취록과 같은 취지의 말을 하였다면 그 뜻은 저를 통하여 후배 검사들에게 삼성 로비용 떡값을 나누어 주게 하자라는 취지가 아니라 제가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후배 검사들에게 좀 인심을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회장이나 중앙일보 사장이 무엇이 아쉬워서 잘나가는 처남(동생)으로 하여금 후배검사들에게 로비를 하도록 시키겠는지 상식적으로 판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5. 제가 검사로서 살아가는 방식

법무부 과장 시절, 어떤 검찰 직원이 회식에서 술을 마시고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과장님을 뵈면 세상이 참 불공평한 것 같다"고. 저는 제가 남들이 부러워하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의 행운에 정말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로 인해서 공연히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나름대로 노력하면서 살아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가진 사람에 대하여는 기대하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처신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저는 "있는 놈이 되게 짜게 구네"라는 말도 듣지 않으면서 "자기가 부자라고 돈을 막 쓰고 다닌다`는 말도 안 듣도록 처신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만일 제가 속된 말로 검사로서 끝까지 출세해보겠다는 생각이 없었다면, 후배들이나 직원들에게 좀 더 나은 회식을 베풀었을 수도 있었고, 명절 때 용돈도 좀 나누어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검사가 남의 신세를 지지 않고 가볼 수 없는 업소에는 후배들을 데리고 가지 않았습니다. 후배들에게 공적으로 지급되는 돈 외에 개인적으로 돈을 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선의로 저의 돈을 준다 하더라도 그 돈으로 씀씀이가 커지면 그 돈이 없이는 불편해지고 후임 상사나 다른 선배가 뒷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6. 저와 삼성, 중앙일보

이런 항목으로 글을 쓰는 것이 저로서는 괴롭고 자존심 상하는 일입니다만 이야기를 시작한 김에 마저 하겠습니다.

저는 아버님이 생존해 계실 때에는 아버님의 아들로,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뒤에는 때로는 삼성회장의 처남으로, 때로는 중앙일보사 (회)장의 동생으로 제가 남에게 인식되거나 거론되는 것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왜 인간 홍석조를 보지 않고 ‘누구의 무엇’으로 표현하느냐고 대놓고 말한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자기 편한 대로 돌아가는 것이라 아예 포기하고 제 나름대로는 ‘삼성’과 ‘중앙일보’와 가급적 거리를 두고 검사생활을 하였습니다.

가족들도 저의 검사로서의 영역을 확보해 주기 위하여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형(삼성회장)은 “석조는 자기가 알아서 잘하고 있으니 도와 줄 생각도 말고 도움 받을 생각도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중앙일보 기자로부터 취재방해가 되지 않도록 빨리 요직에서 옮겨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습니다.

제가 검사생활을 하는 동안 검사나 직원에게 삼성과 관련한 어떠한 청탁도 해 본 일이 없습니다. 부탁받은 일이 없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삼성관련 사건 자체가 별로 제 주변에 없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형이나 자형이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에도 한 마디 부탁하여 본 일이 없습니다. 사리를 따져 보더라도 가장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하여 일을 처리할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저를 동원하여 일을 해결하겠습니까.

저는 검사로서 저 나름대로의 꿈과 포부를 가지고 ‘저의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누구를 위하여 검사 생활을 한 것도 아니요, 누구를 위하여 정도에 어긋난 행동을 한 적도 없습니다.

7.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금년 초부터 저는 갖가지 구설에 시달렸습니다.

저와 형의 재산문제로 한동안 시끄러웠습니다. 언론에서는 친절하게도 제 문제가 거론될 때에는 형 이름을, 형 문제가 거론될 때에는 제 이름을 꼬박꼬박 세트로 보도해 주었습니다. 저의 재산 증가는 제가 재테크를 잘해서가 아닙니다. 비상장 주식이 상장됨으로써 수량 변동 없이 평가차액만 발생하였을 따름입니다.

대상그룹 임 회장 관련 사건 처리와 관련하여서는 최근까지 여러 차례 제 이름이 거론되었습니다. 노회찬 의원은 마치 제가 무슨 영향력이라도 발휘하여 사건 처리가 이루어진 듯이 국회에서 발언을 하였습니다. 일부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는 그 발언을 근거로 제가 마치 의혹의 중심인 것처럼 보도를 하거나 주장을 하였습니다. 대상사건과 관련하여 제게 ‘죄’가 있다면 인천지검장으로 발령받은 점과 대상의 임 회장이 조카의 장인이라는 사실뿐입니다.

이번 사건만 해도 저의 말과 행동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저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그 내용도 노회찬 의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해석될 내용이 아닙니다. 편견과 아집, 증오와 질시의 마음이 가득 차 세상의 모든 일을 추악한 거래로만 보는 사람들은 가족간의 정리와 건전한 상식을 무시하고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저를 잘 아는 사람은 그 주장이 말이 안된다고 합니다. 법조에 오래 나온 기자들도 화를 걸어 제가 억울한 것을 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목소리는 묻혀서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모든 사안에서 제가 한 행동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해명하려 나서기도 참 이상한 처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노회찬 의원이 거론한 소위 "떡값 검사" 중에서 이제 현직은 저 하나 남았습니다. 저는 일련의 사건에서 저를 매도하여 공직자로서 무력화하려는 계획적인 의도와 행동을 느끼고 있습니다. 삼성과 중앙일보를 공격해 보겠다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 그 교차점에 놓인 저를 흔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거의 성공하고 있습니다. 제가 정상적인 공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을 망쳐 놓았습니다. 저는 행정부 공직자 중 제일 부자라는 제가 돈과 관련된 문제로 제 공직생활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였습니다. 차라리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인품이 모자란다는 지적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떡값 전달책"이라니 정말 억울합니다. 저는 떳떳합니다.

8. 앞으로 할 일

2002년 제가 검사장으로 승진하였을 때 저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검사장 승진한 것으로 (내가) 노력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 같다. 앞으로 더 출세하고 말고는 관운이고 이제부터는 덤의 검사인생이다." 앞으로 아무 노력도 안 하고 시간이나 때우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출세하기 위하여 시류에 따르거나 관직에 미련을 두고 살아가지 않겠다는 나름대로의 의사표현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고검장입니다. 무슨 미련이 있겠습니까. 내일 9월 1일이 되면 공무원이 된 지 만 29년이 됩니다. 고단하기도 하고 자유로운 생활에 대한 동경심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 만일 제가 지금 그만둔다면 터무니없는 주장을 인정하는 꼴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일생 동안 지키려고 노력해 왔던 저 자신의 명예, 주지도 않은 돈을 받았다고 의심받는 "주니어(후배검사)"들의 명예는 어떻게 하겠습니까. 노 의원의 주장과 일부 언론의 보도, 일부 시민 단체의 주장은 단지 저와 저의 가족, 저의 가족이 관련된 기업의 명예만 훼손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검찰 조직의 명예는 검찰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명예와 분리되어 인식되지 않습니다. 저는 저 자신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저의 동료와 검찰을 위하여서도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잘못된 점을 바로 잡으려고 합니다.

9. 글을 마치면서

이 글을 쓰려고 며칠 밤을 설쳤습니다. 감정을 다스리기가 어렸습니다. 때로는 격한 감정이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제 처지가 왜 갑자기 이렇게 되었나 한심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를 음해하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악을 써보고 싶을 정도로 미움이 솟아오르다가도 그렇게 밖에 세상사를 보지 못하는 그들의 각박한 마음, 남의 불행을 어떻게든 자기의 이익으로 이용해보려는 얄팍한 마음이 딱하게 여겨지기도 하였습니다.

어쨌든 글로나마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나니 속은 좀 시원해지는 것 같습니다. 전화로 이메일로 저에게 격려와 위로를 해 주신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본의는 아니나 저의 일로 검찰의 명예가 손상되어 대단히 죄송합니다.

항상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2005년 8월 31일
홍석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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