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향로봉에서 인천 앞바다를 만나다!!
북한산 향로봉에서 인천 앞바다를 만나다!!
  • 승인 2005.09.1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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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정명은 기자의 코스별로 가보는 북한산 산행기

연신내→기자촌 매표소→향로봉→비봉→사모바위→문수봉→대남문→대동문→진달래능선→인수재→국립4.19탑

#백운대와 만경대의 모습


전화벨이 울린다. 낯선 전화번호가 찍힌다. 누굴까. 통화 버튼을 누르자, 굵은 톤의 힘찬 목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저, 강태웅입니다." 아…강태웅!! 기자생활을 하면서 단 한번도 뇌리를 떠나보내지 못했던 그 강태웅. "아이고…오랜만입니다." `아이고`는 최소한 그에게는 오버가 아니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다. 입도 그만큼 반가운 주인의 의식을 그렇게 표현해낸다. "어떻게 지냈어요?" "뭐,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당근이다. 그는 열심히 살아왔고, 열심히 살고 있고, 또 앞으로도 열심히 살 것이다.
"그나 저나 산에 가야죠." "그래 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립니다." 그와는 이전에도 두어차례 산행을 한 적이 있다. 치열했던 삶을 드러내듯 산행 역시 치열하기만 하다. 자칭 `한 산 타는` 기자도 벅찰 정도로….
"얘기는 만나서 하기로 하고…." 약속이 정해졌다. 일요일, 오전 11시 약속장소는 기자가 정했다. 연신내역 3번출구. 강태웅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앞으로 종종 다른 지면을 통해 들려드릴 것이다(이번호에는 3면 참조). 그에 관해선 정말 할 얘기가 많다. 가급적 그가 살아온 얘기들을 그가 직접 위클리서울에 연재해 보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아주 찡,하면서도 유익한 연재물이 되리라 확신한다. 남은 문제는 그를 설득하는 것뿐….
약속장소엔 다른 동행 한 명이 더 참석하기로 했다.

무거운 도시락, 그래도…

약속시간보다 10분여가 늦은 시간. 약속장소에 도착해보니 강태웅씨가 먼저 도착해 있다. 그는 항상 약속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다. 반갑게 악수를 하고 바로 출바알. 기자촌 방향으로 큰 길을 따라 걷다가 우회전, 불광중학교 담을 끼고 직진하다 보면 테니스장이 나온다. 그곳서부터는 고향 마을에 온 듯한 시골풍경이 펼쳐진다. 한길과 연한 논과 밭에선 배추, 고구마, 무, 가지 등이 실하게도 자라고 있다.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계속 직진하다보면 석가사라는 절과 만난다. 그리고 그 인근엔 몇 개의 토종닭집들이 있다. 진짜 토종닭을 놓아서 키우는데 가슴살과 모래집 등을 육회로 내놓을 정도로 신선하고 맛있다. 1마리 3만원. 하산길을 이쪽으로 잡아서 내려오다가 한번 들려보는 것도 좋을 듯….


#능선위 사막 한 가운데서의 강태웅씨.

그곳을 지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연신내 역에서 30여분 걸리는 곳에서 만나는 매표소. 이전엔 없었는데 최근에 생겼다. 원래 그곳에서도 갈라지는 등산로가 여러개 있는데 철조망으로 전부다 막아버렸다. 명목은 자연보호지만 기자가 보기에 그런 것 같진 않다. 매표소를 거치지 않고 무임 산행하는 등산객들을 방지하자는 의도일게 뻔하다. 게다가 산속의 철조망은 많은 문제점들을 양산한다. 우선은 동물들의 이동경로를 막는 악역을 한다. 먹이를 찾아 내려오는 동물들이 움직이질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철조망 공사중에 자행될 게 뻔한 자연파괴는 물론이다. 보기에도 좋지 않다. 자연을 자연 그래도 살리면서 보호하는 방법은 왜 생각해내지 못할까. `돈에만 혈안이 된` 관리공단의 행태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매표소 직원에게 몇마디 했더니 그저 머리만 조아린다. "죄송할 뿐…"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 직원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이와 관련해선 따로 취재해서 그 상세한 폐악을 독자님들께 전해드릴 계획이다.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시야를 가로막고 나서는 깔딱고개. 강태웅씨 몫까지 도시락을 싸온 데다가 좀 전에 슈퍼에 들러 막걸리 두통까지 사서 넣었더니 가방이 천근만근이다. 강태웅씨가 미안해하는 표정이다. 그래도 할 수 있나. 즐거운 산행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발걸음이 자꾸 처진다. 요즘 무리를 했나. 산행이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자신의 체력을 테스트 해 볼 수 있다는 것일 게다. 정기적으로 산행을 하다보면 그때의 몸 상태가 바로바로 드러난다.
비오듯하는 땀…숨은 턱밑까지 차오르고…. 그렇게 20여분을 걷다보면 펼쳐지는 희한한 광경. 아니 북한산 능선에 왠 사막이 있어? 저 멀리 백운대와 만경대가 눈에 들어오고 반대편으론 인천의 계양산과 그 앞바다까지가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하늘. 그 아래 펼쳐진 넓디 넓은 사막. 사막일 리가 없겠지만 진짜 사막 모양이다. 엄청나게 큰 바위가 풍화돼 모래사막을 연상시킬 정도의 모습을 하고 등산객들을 맞는다. 장관이다. 일행들의 입에서 탄성이 나온다. 사진을 찍어야 한단다. 찰칵.


#족두리를 닮았다 하여 족두리봉이라 불린다.

오르락 내리락 힘든 코스들을 헤치고 약 30여분을 더 나아가다보면 만나는 향로봉. 비봉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산 능선 널찍하고 평평한 바위 위에 무더기로 모여 앉아 있는 등산객들. 식사들을 하고 있다. 속칭 식탁바위라고 불리우는 것이다. 강태웅씨가 졸라댄다. 배가 고프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많아 자리가 마땅치 않다. 조금 더 걷기로 한다. 비봉이 나온다. 비봉(飛峯-날아가는 모양의 봉우리라는 뜻)엔 아주 오래된 비석이 세워져 있다. 진흥왕순수비다. 사람키를 훌쩍 넘을 정도의 비석. 제대로 된 도구도 없었을 그 옛날, 이곳까지 어떻게 저 무거운 것을 들고 올라왔을까, 사뭇 의문이 든다.


#비봉 정상의 모습. 진흥왕순수비가 서 있다.

그곳서 조금 더 가다보면 만나는 커다란 바위. 일전에 한 번 소개한 적이 있는 사모바위다. 부처바위라고도 한다. 모양새 때문이다. 그곳에 짐을 푼다. 기자도 배가 고프다. 먼저 막걸리를 따라 단숨에 들이키니, 쏴하게 위를 거쳐 아래로 타고 내리는 그 느낌. 이 맛에 산에 오른다. 제육볶음 등 준비해온 몇 가지 반찬을 펴놓으니 진시황의 성찬이 부럽지 않다. 강태웅씨의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진다. 아무것도 준비해오지 않은 자신이 내려가서 막걸리 대접을 하겠단다. `오∼케이.`


#문수봉 가기 전에 있는 바위 터널.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연결시키는 관문같다.

식사를 마치고 또 오르락내리락 계속되는 산행. 능선길을 따라 걷는 길이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다. 특히 문수봉을 우회해 청수동암문을 오르는 길은 북한산 산행중 가장 힘든 코스중 하나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깔딱고개. 청수동암문에서 한숨을 돌리고 5분여, 대남문과 만난다.


#북한산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중의 하나인 대남문.

여기서부턴 몇차례 소개를 해드렸기에 중략하고, 대성문→보국문→대동문을 거쳐 탈출. 진달래능선을 거쳐 보광사 가는 길로 가다가 빠지면 산속에 `인수재`라는 초막같은 음식점이 있다. 아주 오래된 집이라는 데 그 집 할머니가 직접 담근 막걸리에 직접 만든 두부, 그리고 산 속에서 기른 말그대로의 유기농 야채들을 곁들인 내장볶음이 정말 쥑여준다. 약속대로 강태웅씨가 한턱 냈다. 그리 비싸지도 않다. 적당히 취기가 오른 상태로 10분여를 하산하면 국립 4.19탑과 만난다. 할 것 다한 `썩` 괜찮은 산행이었다. 4시간30분을 예상했는데 5시간이(인수재에서 소요한 시간은 빼고) 훌쩍 넘어버렸다. 오래 걷는데 자신있는 등산객들이라면 한번 타볼만한 코스다. 정명은 기자 sljung99@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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