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한 세상이다. 그만큼 세상 사는 인정도 찾아볼 수 없다. 그 단적인 한 가지는 집앞, 혹은 사무실 앞의 주차금지 문구에서 읽어볼 수 있다. "주차금지"란 4자성어식 표현은 옛말. "이곳에 차를 세우지 마시오. 차가 파괴되어도 절대 책임지지 않음"이란 공갈 협박성 문구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런 곳에 차를 세웠다가 낭패를 당한 사람들도 한두명이 아닐 터…. 타이어에 펑크를 내는가 하면, 차에 페인트를 뿌리고, 심지어는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 차체를 온통 긁어버려 법정으로까지 가는 사례도 종종 있다.
그렇다면 이런 문구는 어떨까.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주택가의 한 주차금지 문구. 가로 세로 50cm 정도의 사각형 널빤지에 씌여져 있는 글귀가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제발 ㅠ.ㅠ…부탁드립니다!!"로 시작하는 글귀는 여성듯 요즘 채팅 용어로 쓰이는 특수문자까지 곁들인 단아한 글씨체에 모양새도 예쁘기만 하다. 그리고 매우 정중하며 공손하다. 차를 세우려는 사람들도 마음이 약해질 수 있는 대목. "주차하지 마세요!!"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소는 그 바로 다음 글귀에서 터져나올 수 밖에 없다. "적발시 차 뽀샤버립니다!" 거기다 덤으로 쓰여져 있는 조그마한 글씨들까지…. "농담같죠? 진짜에요!!" 이 두 문장은 워낙 작게 쓰여져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다. 기자가 이 귀엽고 애교스럽지만 나름대로 `무서운` 주차금지 표지판을 발견한 날, 그곳에 차를 세운 이는 없었다. 정명은 기자 sljung99@yahoo.co.kr
#아직까진 잘 보이지 않죠.
#애교 있다고 해야할지...
주택가 한 집앞의 재치(?) 넘치는 주차금지 안내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