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 자락 밑에서 대살육의 현장을 목격하다?!
불암산 자락 밑에서 대살육의 현장을 목격하다?!
  • 승인 2005.10.0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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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착> 먹골배밭…왕무당거미…사마귀의 처참한 죽음

지난 25일. 불암산에 가는 길이었다.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불암동 버스 종점 옆에서 먹골배밭 사이로 난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 공주와 함께였다. 사방에 펼쳐진 배나무 숲. 배나무엔 저마다 종이로 감싸진 채 커다란 배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올라가는 길과 배밭 사이는 각종 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져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뒤따라 오던 공주가 소리를 지른다.
"아빠, 이것 봐!!"


#1. 무당거미가 거미줄에 걸린 사마귀를 마악 잡아 먹으려 하고 있다.

또 무슨 일이기에 저리 호들갑일까, 고개들 돌렸더니 표정이 심상치 않다. 공주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분명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름 모를 나무가 울타리 역할을 하며 우거진 사이에 커다란 크기로 둘러쳐져 있는 거미줄. 그리고 그 한가운데서 대살육이 막 이뤄지고 있었다. 거미는 여태까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커다란 크기의 몸뚱아리에 검은색과 노란색이 혼합돼 지극히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얼핏 봐서도 몸 길이만 최소 3-4cm는 돼보일 정도. 거기다 여덟 개의 긴 다리는 몸을 더 거대하게 보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거미줄에 걸려 있는 대살육의 희생자. 거미 보다 조금은 더 커보이는 사마귀였다. 이미 저항할 힘을 잃은 사마귀는 자신의 머리부터 고스란히 왕거미에게 헌납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왕거미가 잠시 행동을 멈췄다. 그 모양새가 꼭 우리를 공격할 듯 위협스럽기까지 했다. 공주가 재빨리 한걸음을 물러났다.


#2. 사마귀의 머리가 이미 사라지고 없다. 무당거미는 보통 잡은 곤충의 머리부터 먹는다고 한다.

거미줄엔 이미 희생당한 나비와 다른 곤충들의 잔해들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한참을 왕거미와 눈싸움을 벌이다가 사진 몇 컷을 찍은 뒤 자리를 떠야 했다.
"진짜 징그럽다!!" 공주의 얘기.


#3.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공주가 "징그럽다"고 한다. 하지만 이게 대자연의 섭리인걸...

그리고 3시간 정도의 산행 뒤 다시 그곳으로 내려와봤다. 거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사마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왕거미는 혼자 여유롭게 포식 후의 나른함을 즐기고 있는 듯 했다. 또다른 먹잇감이 자신의 마수에 걸려들길 기대하면서….
나중에 인터넷 등을 통해 거미의 종류를 알아보려 했으나 정확히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이곳저곳 전문가들에 문의해본 결과 거미가 왕거미가 아니고 무당거미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4. 약 3시간여의 산행뒤 다시 들렀을 때는 무당거미 혼자였다. 사마귀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무당거미는 왕거미과에 속하는 것으로 몸길이는 암컷 20∼30mm, 수컷 6∼10mm이다. 몸빛깔은 짙은 갈색이다. 머리가슴은 길고 전체에 짧은 은색 털이 나 있다. 눈은 8개의 홑눈이 두 줄로 늘어서는데, 앞눈줄은 살짝 앞으로 굽고 뒷눈줄은 뒤로 살짝 굽는다. 두 줄의 옆눈은 서로 닿아 있다.
큰턱·작은턱·아랫입술은 검다. 가슴판 앞쪽과 뒤쪽 가운데에는 노란색 무늬가 있다. 더듬이다리는 끝쪽이 약간 검다. 다리는 넓적마디와 종아리마디에 노란 고리무늬가 있다. 배는 긴 원통형인데 푸른빛을 띤 가로무늬가 있고 옆면 맨 뒤쪽에는 붉고 커다란 무늬가 있다. 아랫면에는 옆쪽으로 붉은 빗살무늬가 있다.
산지나 들판, 인가 부근의 나뭇가지 사이에 바구니 모양의 노란 입체 그물을 치고 산다. 늦가을에 활엽수 나뭇잎이나 처마 밑에 누에고치 모양의 알주머니를 만들고 400∼500개의 알을 낳은 뒤 11월 말경에 죽는다. 성체가 되는 시기는 8∼10월이다. 한국·일본·중국·타이완 등지에 분포한다.
기자가 촬영한 사진을 본 한 전문가는 무당거미 치고는 크기가 상당히 큰 암컷으로 많은 먹이들을 섭취해 그런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는 10월경의 산란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여줬다. 거미에 대한 몇가지 설명은 아래 박스 기사를 참조하시길…. 정명은 기자 sljung99@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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