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법원장…박시환 카드, 사법개혁 물꼬 트는 전환점

 
이용훈 대법원장은 19일 김황식 법원행정처 차장(사시 14회), 김지형 사법연수원 연구법관, 박시환 변호사(이상 사시 21회)를 공석인 후임 대법관으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이 대법원장은 또 법원행정처장 권한대행으로 장윤기 창원지법원장(사시 15회)을 임명하기로 했다.

이 대법원장이 ‘김황식·김지형·박시환’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은 외형상 내부승진, 비서울대, 외부인사 수혈 등을 통해 조직의 안정을 고려하면서 대법원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외부의 목소리까지도 최대한 배려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법개혁의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황식 법원행정처 차장의 경우 정통파 법관으로서 조직내 신망이 두터우며 여기에 법원행정처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뛰어난 행정력을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사법개혁추진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어 향후 사법개혁 과정에서 이 대법원장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형 사법연수원 연구법관의 경우 노동법 전문가로써 진보적인 법률해석으로 소장파 법관들로부터 신망이 두텁다는 점과 특히 원광대 출신으로 비서울대라는 점에서 보수 성향이 강한 사법부에 견제역할을 할 수 있어 사법개혁의 지휘자인 이 대법원장에게 힘을 실어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박시환 변호사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과 함께 법률대리인단의 일원으로 활동할 정도로 향후 사법부 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진보 인사로 분류돼 사법개혁의 포석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더욱이 박 변호사는 서슬퍼런 5공 시절에 인사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시국사범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는 소신이 있고, 법관시절 법원 내 개혁성향 연구모임인 ‘우리법 연구회’에서 법관 출신인 강금실 전 법무장관 등과 활동했으며, 2003년 대법관제청 파동 당시에는 기수와 서열위주의 인사에 항의하며 법복을 벗어 화제가 돼 꾸준히 법원 안팎에서 대법관 후보로 추천을 받아 와 박 변호사의 대법원 입성은 사법개혁의 물꼬를 트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조만간 국회에 이들 3명의 대법관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동의를 요구하고,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표결로 동의안을 처리하면 11월 중순께 대법관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 대법관 후보자 3명, 어떤 인사인가

 
#김황식 법원행정처 차장
김황식 법원행정처 차장은 48년 전남 장성 출신으로 광주제일고와 서울법대를 나와 제1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74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원행정처 법정심의관,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겸 법원행정처 법정국장, 서울형사지법 부장판사, 광주고법 부장판사,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사법개혁추진위원회 위원, 서울고법 부장판사 겸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광주지법원장을 거쳐 지난 2월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황식 차장은 이력에서 말해 주듯이 법원행정처의 주요 요직을 지내며 뛰어난 행정력을 인정받아 왔다.

또한 법원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광주지법 법관상조회와 여직원들이 광주지법원장 재직시 법원 내부통신망을 통해 매주 직원들에게 보냈던 73통의 이메일을 모아 광주지법 소재지의 이름을 딴 ‘지산통신(芝山通信)’을 책으로 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메일은 김 법원장이 평소 느껴온 법원 업무에 대한 개선점과 직원들에게 보내는 애정 어린 질책,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느낀 소회 등을 담고 있다.

 
#김지형 연구법관
김지형 사법연수원 연구법관은 58년 전북 부안 출신으로 전주고와 원광대 법경대학을 나와 제2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해군법무관을 거쳐 84년 서울지법 동부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민사지법 판사, 광주고법 판사,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서울고법 판사, 서울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특허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역임하고 지난 9월 사법연수원 연구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지형 연구법관은 노동 사건에 대한 해박한 판결로 외부의 추천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진보적인 법률해석으로 후배 법관들로부터 신망이 두텁다.

 
#박시환 변호사
박시환 변호사는 53년 경남 김해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법대를 나와 78년 제3회 군법무관 임용시험과 79년 제2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85년 인천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민사지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전주·인천지법 부장판사와 서울지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2003년 대법관제청 파동 당시 서열과 기수위주의 인사에 항의하며 법복을 벗었으며, 변호사 개업 후 2004년 2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 변론 법률대리인단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지난해 8월에는 법원공무원노동조합과 참여연대 등으로부터 대법관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주요 참고 사례 = 2000년 11월 서울지법 남부지원 부장판사 재직시 피고인이 경찰서에서 수사를 받을 때 영장실질심사의 기회를 묵살당한 사실을 밝혀내고 피고인을 직권으로 석방하기도 했다.

또한 2002년 1월에는 종교적 이유의 병역거부와 관련해 현행 병역법규정이 헌법상 사상·양심·종교의 자유와 배치된다며 위헌심판제청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2003년 2월에는 한나라당이 ‘허위 칼럼으로 이회창 전 대통령 후보를 비방했다’며 한겨레신문 칼럼니스트 J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J씨가 대선 이전 자신의 칼럼에서 이 후보와 한나라당에 대해 국세청 모금사건, 빌라사건 등을 거론한 것은 명예훼손적 사실 적시에 해당되나 이는 국가적 영향력이 큰 정당과 대선 후보에 관련된 것으로 게재 목적도 공익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신종철님은 법률전문 인터넷 신문 `로이슈`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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