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에 올라 붉은 단풍 사이에서 호랑이를 보았다고??
불암산에 올라 붉은 단풍 사이에서 호랑이를 보았다고??
  • 승인 2005.10.2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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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정명은 기자의 서울인근산 샅샅이 훑기-불암산편


#천년고찰 불암사 전경.

얼핏 접했을 때 자그마한 산이다. 높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샅샅이 훑어보면 결코 그렇게 자그맣지도 낮은 것만도 아니다. 북한산이 그렇고, 도봉산이 그렇듯 때론 험한 암벽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깔딱고개도 전부 구비(?)하고 있다.
맨날 북한산과 도봉산만 전해드리다보니 다소 싫증을 느끼실 독자님들도 계실 것 같아 이번엔 약간 방향을 바꾸어봤다. 불암산(佛岩山)이다.


#헬기장에서 본 북한산과 서울 시내 모습.

서울 시내에서 202번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되니 찾아가는 길도 어렵지 않다. 버스는 중랑교를 건너 먹골역, 태릉입구역을 거쳐 육사-서울여대-태릉선수촌 등을 경유한다. 가는 길 좌우엔 나무숲이 수려하게 가꾸어져 있다. 삼육대를 지나면 나타나기 시작하는 낯설은 풍경. 바로 끝없이 펼쳐진 배밭이다. 지금은 거의 대부분 수확을 끝낸 상태. 배밭 입구 등에 는 황금색의 살이 튼실하게 오른 먹골배가 무더기로 쌓인 채 행인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그 배밭들 사이엔 갈비집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름하여 `태릉갈비촌`이다. 인근에서 수확한 먹골배를 갈아서 갈비 양념을 하기 때문에 이전부터 찾는 이들이 많다. 가격도 타지에 비해 비싸지 않고 맛도 있어 한번 가볼만하다.


그 끝 언저리에 버스 종점이 있다. 종점에서 내리면 아담한 크기의 촌마을 풍경이 산행에 나선 이들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안는다. 그리고 그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산. 바로 오늘의 목적지 불암산이다. 서울시 노원구와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해발고도 508m다. 불암산이라는 명칭은 큰 바위로 된 봉우리가 마치 송낙을 쓴 부처의 형상이라 하여 붙여졌으며 `천보산(天寶山)`이라고도 한다. 산중턱엔 천보사라는 절도 있다. 화강암으로 된 주봉 남쪽에는 해발고도 420m의 제2봉(헬기장으로 불리운다)이 있다. 한강 지류인 한천(漢川)을 끼고 이루어진 한천평야의 동쪽에 있으며 평야를 사이에 두고 서쪽으로는 북한산과 도봉산을 마주보고, 북쪽으로는 수락산(水落山)과 이웃하고 있다. 남쪽에는 불암산폭포·석천암(石泉庵)·학도암(鶴到庵)·강릉(康陵)·태릉(泰陵) 등이, 서쪽 사면에는 정암사(淨巖寺)·약소암(藥昭庵)이 있으며, 산정에는 불암산 성터가 남아 있다.


불암산에 자리한 불암사는 신라 현덕왕 16년(824년)에서 헌강왕 8년(882년)사이에 지증국사가 창건했다.
조선 세조 때 한양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원찰을 정할 때 동불암, 서진관, 남삼막, 북승가 등 네 곳을 호국안민의 기도 도량으로 정하였는데, 불암사를 그 첫째로 삼았다 하여 더욱 유명한 곳이다. 대표적인 등산로는 202번 버스 종점이 있는 남양주시 별내면 불암동에서 출발하여 불암사-석천암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코스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코스가 있다. 서울 중계동과 상계동 쪽에서 오르는 코스도 여럿이고 불암산 남쪽에 위치한 삼육대 캠퍼스 안을 통과해 오르는 코스, 북서쪽에 위치한 수락산 아래 예비군 훈련장에서 오르는 방법도 있다.
불암사-석천암 코스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가족단위로 등산을 하기엔 다소 험할 수도 있다. 그래서 추천해본다. 불암동 202번 종점에서 하차, 주유소를 지나 바로 좌회전해서 골목으로 직진, 남아미술관옆 군부대 유격장 곁길로 오르는 등산로다. 산입구에 이르는 길 주변엔 먹골배밭이 지천으로 널려있어 더욱 좋다. 운 좋으면 울타리 사이로 삐죽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먹골배를 `몰래` 맛보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산입구에 위치한 남아미술센터를 지나 유격장이 있는 산으로 접어들면 조그마한 계곡을 따라 마치 산책로 같은 등산로가 이어진다. 나무가 많고 계곡엔 물이 항상 흐르고 있어 운치가 넘친다. 약 20여분 오르다 보면 조그마한 약수터와 만난다. 몇 개의 대롱을 바위틈에 꽂아 놓아 물이 흐르는데 흐른다기 보다 한두방울 떨어진다고 표현할 정도로 소량이다. 그러다보니 물을 받으려면 꽤 공을 들여야 하는데 그래도 물맛은 들인 공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좋다. 그리고 그곳서 다시 나무 우거진 사이로 난 등산로를 따라 10여분 오르다 보면 산 능선길과 만난다. 중계동과 삼육대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교차하는 지점이다.

우회전.
바로 나무 계단으로 만들어진 급경사가 앞을 가로막는다. 헐떡헐떡 오르다보면 또다시 행려의 발목을 붙잡는 언덕길. 하지만 거리가 그리 길지 않아 단숨에 오를 수 있다. 두 개의 언덕길을 넘어서면 평탄한 산책로 같은 길이 노고를 달래준다. 콧노래가 나온다. 어린아이들을 대동한 가족단위의 등산객들이 유독 눈에 많이 뜨인다. 정상 부근 암벽을 제외하곤 그래도 큰 위험없이 오를만하기 때문일 것이다. 붉게 불타오르는 단풍을 기대했지만 아직 시기가 이른 모양이다. 낙엽들은 도처에 뒹구는데 나뭇잎들은 아직 채 색이 바래지 않았다. 정상 부근에 이르면 좀 볼 수 있으려나….


버스 종점에서 도합 1시간 남짓 걸으면 나타나는 정상. 헬기장이라고 불리우는 불암산 제2정상이다. 북쪽으로 더 높은 정상이 시야에 들어오고 서쪽으로는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서있는 서울 시내 전경, 그리고 그 너머로 북한산과 도봉산이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꽤 쌀쌀한 날씨인데도 아이스크림 장수가 나와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외치고 있다. 갈증에 `꽤 비싼`(시중가격의 두배) 돈을 지불하고서도 사먹는 이들이 많다.



헬기장 바로 아래엔 산채가 있는데 술과 안주를 판다. 북쪽 길로 접어든다. 마치 하산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급한 경사의 내리막길이 10여분 이어진다. 그리고 나타나는 암벽. 여기서부터 정상을 공략하는 코스다. 동쪽에는 거의 직각에 가까운 커다란 크기의 암벽도 있다. 암벽등산가들이 많이 찾는다. 남쪽에서 오르는 코스 역시 험하긴 하나 로프가 매여 있어 어린이들도 많이 오른다. 우회하는 코스도 있다. 정상 바로 아래의 남서쪽 수풀 가운데 조그마한 샛길이 있다. 샛길을 따라 5분여 가다보면 상계동 쪽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고 조금 더 발길을 옮기면 정상의 북쪽, 평평한 광장과 만난다. 광장에선 막걸리와 라면 등을 판다. 그곳서 바라보는 암벽으로 된 정상의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다. 바로 아래의 나무들은 저마다 울긋불긋 단풍으로 몸치장을 하고 있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등산객들이 사진을 찍어대느라 분주하다. 정상 동쪽으로는 경기도 남양주시 일대가 훤히 눈에 들어온다. 서쪽의 아파트 가득한 서울 시내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불암산 정상 옆 암벽 모습. 왼쪽으로 경기도 남양주 일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 또다른 산봉우리가 하나가 보인다. 바로 수락산이다. 광장에서 북쪽으로 난 길을 계속 따라 걷다보면 내원암과 만나고 거기서 좌회전해서 5분여, 그런 다음 우회전해서 내리막길로 20분여 하산하다보면 도로가 나타난다. 도로위 다리를 건너면 수락산행 등산로와 만난다. 이곳이 바로 불암산과 수락산을 이어주는 지점이다. 불암산으로 만족을 못하겠다면 이 코스를 이용, 수락산에 오르는 것도 해볼만하다. 한 번의 산행으로 두 개의 산을 오르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다년간 등산을 다닌 사람들이 이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아름다운 단풍. 다음주 정도면 더욱 완연하게 붉어진 단풍을 구경할 수 있을듯 하다.

오늘 기자는 내원암 바로 못미처에 있는 한적한 바위 위에서 식사를 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불암산 정상 우회길을 거쳐 6.25전쟁때 육사생도들이 유격대 활동을 하며 칩거지로 사용했다는 땅굴이 있는 석천암 코스를 하산길로 정했다. 다소 경사가 급하지만 곳곳에 유격대들의 활동을 엿볼만한 유적지들이 있어 지루하진 않다. 이들 유격대들을 불암산 호랑이로 불렀다해서 그곳에 있는 몇몇 땅굴들은 불암산 호랑이 제1땅굴, 불암산 호랑이 제2땅굴 등으로 불리운다.


#산 정상 부근에서 만난 단풍.

돌계단을 따라 30여분 하산하다보면 눈앞에 나타나는 수려한 풍채의 절. 바로 불암사다. 그곳까진 차가 올라올 수 있다. 10여분 하산하면 조그마한 가게에서 직접 만든 도토리 묵을 판다. 쫄깃쫄깃한 맛의 도토리묵에 막걸리 한 사발을 곁들이니 세상 시름이 싸악 가신다. 불암동을 거쳐 다시 202번 버스 종점으로…. 앞으로 기회가 닿을 때마다 몇차례 더 불암산과 수락산을 소개해드릴 예정이다. 정명은 기자 sljung99@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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