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특별한 외상 없어 자살 추정

 

`국정원 불법 도청` 사건과 관련 검찰 수사를 받아오던 이수일 전 국정원 2차장(사진)이 20일 저녁 8시 50분께 변사체로 발견됐다.

파출부 이모(56)씨는 이 전 차장이 광주 서구 쌍촌동 H아파트 102동 1001호에서 숨져있는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전 차장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이씨가 2003년 호남대 총장을 맡아오면서부터 사용한 관사다.

파출부 이씨는 경찰에서 "이 총장 부인으로부터 `남편이 어제부터 집 전화와 휴대전화를 받지 않고 있으니 아파트에 직접 가보라`는 말을 듣고 오늘 저녁 아파트에 가보니 이 총장이 베란다에서 빨랫줄로 목을 매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광주 서부경찰서 형사 5팀은 "이 전 차장의 시신에 특별한 외상이 없고 타살의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직까지 이씨의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숨진 이수일 전 차장은 국정원 도청사건으로 최근 검찰에 두 차례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 전 차장에 대해 도청에 관여했는지, 도청 내용을 당시 신건 국정원장에게 보고했는지를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 등이 폭로한 국정원 도청 문건을 직접 전달했는지도 검찰에서 추궁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전 차장이 검찰 수사로 많은 압박을 받았다는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확보하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중이다.

이 전 차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상당한 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직무상 비밀은 무덤까지 가져간다`는 국정원의 불문율을 깬 데 대한 부담도 상당히 컸었던 것이란 분석이다.
  
  이 전 차장이 처음 소환된 10월 4일 이후 이틀만인 10월 6일 자신의 전임이던 김은성 전 차장이 체포됐고, 11월 두번째, 세번째 조사를 받은 직후에는 자신이 보좌했던 신건 전 원장이 구속됐다. 실제 전.현직 국정원 직원들이 이 전 차장에게 `배신감`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숨진 이수일 전 차장은 42년 전북 완주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찰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전북경찰청장과 경기경찰청장 등을 거쳐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감사원 사무총장으로도 일했다. 2003년 12월 호남대 총장으로 취임해 현재까지 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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