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상호기자 '피의자' 신분 소환 조사에 성명서 발표

이상호 MBC 기자가 `X파일`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은 데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이하 `MBC노조`)가 `도청만 들추고 본질은 덮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MBC노조는 이 성명서에서 "급기야 검찰이 X파일을 보도한  이상호  기자를 도청된 자료인 것을 알면서도 이를 보도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죄목으로 처벌하겠다고 나섰다"며 "검찰수사 결과는 최소한 너무나 명백한 상식의 틀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MBC노조는 "이상호 기자의 보도는 국가적 범죄를 백일하에 드러낸 기자 본연의 고발이었으며, 검찰이 X파일의 본질은 덮고 도청만 들춰 이상호 기자를 처벌하겠는 것은 무능력을 넘어 비겁한 처사라고 밖에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난 7월 X파일 보도로 촉발된 검찰 수사는 네 달여 동안 진행돼 왔고, 검찰청 주변에서는 오는 20일쯤 수사결과가 발표될 것이라는 얘기가 들려오는 등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른 듯하다"며 "그러나 X파일을 취재한 이상호 기자에 대해서는 `통신비밀보호법` 때문에 기소와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이건희 회장이나 홍석현 전 대사,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에 대해선 모두 처벌할 수 없다는 내부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또 MBC노조는 "검찰은 이건희 홍석현 등 관련자 처벌은 고사하고 전문이 공개된 X파일의 대화내용이 맞는 것인지조차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검·경·권·언 유착에 대한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MBC노조 성명서 전문이다.

도청만 들추고 본질은 덮을 것인가

상식의 전도,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다. 급기야 검찰이 X파일을 보도한 이상호 기자를 처벌하겠다고 나섰다. 오늘 검찰은 이상호 기자를 참고인 신분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도청된 자료인 것을 알면서도 이를 보도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이상호 기자의 죄목이다.

지난 7월 X파일 보도로 촉발된 검찰 수사는 네 달여 동안 진행돼 왔다. 검찰은 지금까지 통신비밀보호법이라는 칼을 무기로 삼아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고 전직 국정원 간부들을 줄 소환했다. 검찰청 주변에선 오는 20일쯤 수사결과가 발표될 것이라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른 듯하다.

그렇다면 그 수사결과란 무엇일까? 이미 보도된 대로 공운영 씨 등 수많은 도청 관련자, 전직 국정원장들이 차례로 구속 기소됐다. 따라서 X파일을 취재한 이상호 기자에 대해서도 통신비밀보호법 때문에 기소와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검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반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여전히 해외 도피 중이다. 책임질 것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당당히 말했던 홍석현 전 주미대사는 귀국을 미루다 지난달 12일에야 귀국해 검찰에서 한 차례 조사를 받았을 뿐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건희 회장이나 홍석현 전 대사,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에 대해선 모두 처벌할 수 없다는 내부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다시 묻는다. X파일의 본질은 무엇인가? ‘국가권력이 주도한 도청’을 넘어, 권력과 자본 그리고 언론까지 결탁된 검은 비리의 사슬이 X파일 사건의 본질이 아닌가? 그동안 검찰은 검·경·권·언 유착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되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수사엔 순서가 있다.”는 답을 해왔다. 그러나 어떤가? 검찰은 이건희 홍석현 등 관련자 처벌은 고사하고 전문이 공개된 X파일의 대화내용이 맞는 것인지조차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백번 양보해 X파일의 실체를 파악할 검찰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치자. 그렇다하더라도 검찰수사 결과는 최소한 너무나 명백한 상식의 틀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이상호 기자의 보도는 국가적 범죄를 백일하에 드러낸 기자 본연의 고발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X파일의 본질은 덮고 도청만 들춰 이상호 기자를 처벌하겠는 것은 무능력을 넘어 비겁한 처사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다행히 아직 검찰 수사는 끝나지 않았다. 검찰은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응당 이번 수사의 본령인 검·경·권·언 유착에 대한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2005년 1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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