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공무원, 소년소녀가장 학비 1000만원 쾌척

 
공무원으로 보이는 익명의 독지가가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못다한 공부를 하기 위해 모은 학비 1000만원을 소년소녀가장 장학금으로 써 달라고 기탁, 훈훈한 정을 전달하고 있다. 

특히 이 독지가는 그 동안 힘겨웠던 자신의 삶과 금연과 노동으로 1000만원을 모으게 된 사연을 담은 편지를 함께 전달해 새해 벽두 감동을 주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40대 가량의 독지가는 지난 3일 북제주교육청을 방문, "소년소녀가장에게 써달라"는 부탁과 함께 1000만원의 장학금과 한 통의 편지를 전달하고 되돌아 갔다.

그는 A4용지 한장에 컴퓨터로 타이핑한 편지에서 "학창시절 가정이 어려워 대학진학을 포기해야 했고, 나이가 들어 꼭 10년전 어느 조그마한 사업소에 공무원으로  임용돼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서 "1년이 지나 자기 발전으로 학창시절 못다한 공부를 시작하면서 `박사`까지 하겠다고 자신과 약속, 대학원 석사까지 마쳤으나 공교롭게도 내가 공부하는 과는 제주도에 박사과정이 아직 개설이 안돼 몇 천번 고민 끝에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결혼한 후 자식도 낳았으나 가장생활은 이루 말할 수 없어 아기에게 따뜻한 온 한 벌 사주지 못했고 외식한번 못했지만 아내가 격려를 아끼지 않았기에 힘든 가운데서도 박사과정에 입하하기 위해 1000만원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1000만원을 모으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5년동안 담배를 끊어 300여만원을 저축했고, 외국어 학원과 문화의 집에서 일본어를 강의하면서 번 강사료 300여만원, 툐요일과 일요일, 쉬는 날이면 아는 목수를 통해 하루 5만~6만원의 노동을 하면서 번 150여만원, 매년 성과금 15만원씩을 저축하고, 겨울철 밀감 밭에서 밀감나르기 등으로 받은 150여만원 등 지난 5년동안 자신의 인내와 땀이 배여 있는 1000만원을 내역을 상세히 적어 주변을 감동시켰다.

그는 "`하면된다`는 신념을 갖고 박사라는 목적을 위해 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내는 물론 그 누구도 모르게 준비한 피 눈물 아는 돈"이라면서 "부모가 계시고 가장이 있고 자식이 있는 내 자신도 사용해야 할 곳이 너무나 많으나 그래도 제일 먼저 사용해야 할 곳이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피 눈물 나는 돈` 1000만원을 기탁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익명의 독지가는 "적은 돈이지만 그들에게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따뜻하고 조그마한 불씨가 되었으면 한다"며 "나도 어렵고 힘들지만 앞으로도 계속 나의 가슴 속에 맺은 한을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적었다.

그는 그리고 맨 마지막에 "교육청에서 익명으로 전해주세요"라고 적어 놓았다. 이재홍 기자 chjhlee2000@hanmail.net <이재홍님은 제주지역 인터넷 대안언론 `제주의 소리` 대표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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