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인터뷰>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

* "등원은 나 혼자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결국 한나라당이 등원해야 하는 것"
* "한나라당의 개혁 추동 세력 규합 노력 기대만큼 성과가 미흡했던 점에 대해 인정하고 국민들의 비판 겸허히 받아들일터"




사학법 개정안 통과를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장외투쟁을 그만두고 등원할 것을 한나라당에 요구했으나, 1·2개각의 여파로 당내 분란에 휩싸인 채 장외투쟁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한나라당 내에서 장외투쟁을 그만 두고 등원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장외투쟁 반대 진영의 핵심에는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있다. <편집자주>

원 최고위원은 지난 3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장외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박근혜 대표를 비난하며 한나라당의 등원을 촉구했다. 원 최고위원은 장외투쟁의 이유에 이념과 전교조를 끌어들이는 박 대표에 대해 감정 섞인 비난을 노출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물론이고 한나라당 내 중진의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5일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단 회의에서 원 최고위원은 다수 의원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았고, 한나라 당 부대변인은 "원 최고위원이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고 당의 투쟁에 동참하기로 약속했다"고 발표를 했다. 이에 원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표에 대한 감정적인 발언을 제외하고는 기존 입장과 변함 없다"며 반발했고 6일 오전 라디오 방송에서 그 같은 입장을 거듭 확인하기도 했다.
사학법 장외투쟁과 관련, 박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이 과정에서 차기 대권설, 탈당설 등에 둘러싸여 있는 원 최고위원을 이 만나봤다.

-잇따르고 있는 사학재단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학의 투명성을 높이면서도 동시에 자율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가 이번 사학법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이다. 개방형 이사제 도입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협상 과정에서도 어느 정도 의견의 접근이 이루어졌던 부분이다.
물론 개정 사학법에서 논의할 것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사장의 직계 존비속의 교장 임용 금지 조항, 파견된 관선이사 임기 제한 철폐, 납입금 운영비 사용 등의 조항은 여러가지 논란의 소지가 있다. 내가 현재 통과된 사학법을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학법으로 학원이 전교조에게 장악될 것이라는 식으로 이념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기존 사학의 이사회 자체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할 뿐 유명무실했다.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투명하게 기능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 그 장치로서 개방형 이사제는 도입될 필요가 있다. 만약 개방형 이사제가 사학에 불필요하게 족쇄 채우는 면이 있다면 그 부분을 보완 또는 완화하면 된다.

개방형 이사에 대한 재추천 권한을 사학에 준다든지, 개방형 이사가 들어갔을 때는 의무와 책임을 지운다든지, 업무상 비밀을 지키도록 한다든지 하는 보완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사학법 협상 테이블에서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사학의 일리있는 요구도 수용해야 한다. 사학의 입장은 외부 이사들이 학교 운영을 휘저을 것 같으면 차라리 학교 운영을 그만 두고 싶다는 주장을 하는데, 궁극적으로 봐서는 국채 등을 발행해서라도 학교를 나라에 넘기고 재산 찾고 나갈 수 있는 길도 마련해줘야 한다.
또 몇 백억 전 재산 다 학교에 투자했는데 판공비, 월급 등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품위 유지는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현행법에서는 이걸 빼내는 것도 다 횡령이 되니까,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립학교 자체가 혼합적 성격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공공성만 강조하면 설립자는 반발할 수밖에 없다. 또 중장기적으로 특성있고 우수한 소수의 사립학교는 자율권과 선택권 더 줘야 한다.

-전교조는 사학법 논쟁에서 논외로 두어야 한다는 입장인가.
▲새 시대에는 개방적인 합리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낡은 이념은 결국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한 강화된 편견일 뿐이다. 개인적으로 강정구 교수는 정신병자라고 생각한다. 전교조의 APEC 동영상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만약 우리 아이 담임 선생님이 그런 것을 튼다면 나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그러나 사학법은 이념의 문제와 다르다. 만약 전교조가 정말 친북 행위를 한다면 그런 행위를 막는 법안을 만들거나 전교조를 불법화하면 된다. 그런 논리라면 나는 동의한다. 그런데 사학 비리를 견제하자는 사학법을 전교조의 이념 문제와 연결시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투쟁의 논리가 틀렸다.
물론 정치에는 이념이 불가피하지만, 이제는 극한 대결적 이념이 아니라 포용하는 이념이 돼야 한다. 강정구 교수 뿐 아니라 한나라당 강경파의 반공 이념 또한 `강화된 편견`일 뿐이다.

- 일각에선 사학법인들의 신입생 배정 거부 철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이 길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대한 원 의원의 생각은.
▲현재의 장외 투쟁 기조는 아직은 당의 다수의 의견이다. 하지만 원내대표 경선을 거치고, 다가오는 정치일정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등원론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본다. 결국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정치 아니겠는가?

-원 의원은 등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신대로 움직이겠다`는 선언대로라면 해당행위를 감수하고서라도 등원해야 옳은 것이 아닌가.
▲등원은 나 혼자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한나라당이 등원해야 하는 것이다.

-고진화 의원도 나서고 있다. 소장파 의원들 간에 교감 등이 있었나. 향후 행동 계획 같은 게 있다면.
▲소장파를 비롯해 등원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대해 새정치수요모임에서는 민생정치에 전념할 후보가 원내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표를 대권주자로서 `나름대로` 괜찮다고 했는데, 원 의원이 보는 박 대표의 대권주자로서의 장단점은.
▲박근혜 대표의 최대의 장점은 대중친화력이다. 박근혜 대표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이념 문제에 대해 좀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원 의원이 지적한 박 대표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좁다는 의견은 사과부분에 포함되지 않은 본인의 의견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의 대표로서 부적격하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은가.
▲한나라당의 대표는 당원이 뽑는 것이지 누가 그 자격을 논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선 한나라당의 색깔과 맞지 않는다, 탈당하라는 얘기까지도 나왔다. 물론 하루 이틀 있었던 일은 아니지만 여기에 대한 견해는.
▲특별히 대꾸할 마음이 없다. 나는 보수의 가치를 지키고 실현시키기 위해 한나라당을 선택했고, 한나라당이 보수 정당으로 국민들로부터 지지와 성원을 받도록 하기 위해 당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누가 나가야 하고 누가 남아야 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본인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원 의원의 잇따른 한나라당과 박 대표 비난, 그리고 소신 넘치는 행보 등에 대해 대권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대한 생각은.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아직 얘기할 때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회창 독주 체제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자간 경쟁 구도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이다.
의원간의 친소 관계, 지역간 역학관계 등으로 대권 경쟁을 파악하는 것 같은데 그런 것은 부차적인 것이다. 과거의 이념적 대결이 아닌 정책 비전으로 대권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나도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다. 당 대표 출마, 대권 도전은 아직 말할 여력이 없다.

-유시민 의원의 입각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청와대에서 차세대 지도자로 키우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 발표도 있었고, 또 다른 사람들은 정계개편 밑그림이 숨어 있다고도 한다. 여기에 대한 생각은.
▲여권의 정치구도에 내가 무어라 언급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문제는 유 의원이 보건복지부장관으로서 국민을 위한 행정을 할 자질이 있느냐일 것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해서 훌륭한 대선 후보라고 칭찬한 적이 있다. 현재 여야를 통틀어 가장 유력한 후보를 꼽으라고 한다면.
▲아직 대선까지는 시간이 많다. 국민들은 더 많은 후보들이 더 좋은 정책 비전을 가지고 경쟁하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자민련이나 민주당과의 통합설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자민련과의 통합은 물밑에서 조율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이에 대한 원 의원의 생각은.
▲한나라당은 지역주의에 기반한 과거와 연대할 것이 아니라 미래 세력을 품어 안아야 한다고 본다.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당내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집착할 뿐 생산적인 이슈 메이커로서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오해가 있다. 한나라당의 개혁을 추동하는 세력을 규합하겠다는 것이 기대만큼 성과가 미흡했던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국민들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겠다.
사실 반대를 반대로 정체성을 세우려고 한 적 없다. 올 한 해는 정책과 비전을 이야기하는 해로 만들겠다. 오형석 기자 lorrely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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