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 축령산에 올라 남이장군의 호걸다움을 짐짓 흉내내보다!!
이 겨울 축령산에 올라 남이장군의 호걸다움을 짐짓 흉내내보다!!
  • 승인 2006.02.0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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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정명은 기자의 서울인근산 샅샅이 훑기-경기도 남양주시 축령산편



가는 길에 보았다. `산꿩 판매.` 그 순간 동행이 외쳤다. 우리 내려오는 길에 꿩 한번 먹어 보는 것 어때요. 꿩? 그래요 꿩!! 그것도 살아 있는 꿩!! 그래서 의견을 모았다. 기자와 식성이 똑같은 딸아이는 당연히 `오브 코오스!!`를 외치고…. 아내도 `오우케이`한다.
이날 산행의 동행은 기자를 포함 네명이었다. 기자가 다니는 신문사의 부동산담당 팀장, 그리고 아내와 딸아이. 한가한 일요일 오전이었고 눈이 온 뒤라 날씨는 포근하면서도 바람이 불었다. 지난해 초겨울, 홀로 천마산에 올랐을 때 이 산의 그리매를 보았고 미루고 미루다 결국 나선 산행길. 바로 축령산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과 가평군 상면 행현리 경계를 이루는 축령산(879.5m)은 한북정맥에서 가지를 쳐 나온 산이다. 운악산(936m)을 지나는 한북정맥은 47번 국도가 넘어가는 길원목장 남쪽 고개에 잠시 가라앉았다가 444m봉에 이른 다음, 남서쪽으로 휘며 수원산(710m)~국사봉(547m)~죽엽산(610m)으로 이어진다.
444m봉과 수원산 사이 신팔리 서파고개에서 한북정맥을 이탈해 남쪽으로 가지를 쳐 달아나는 능선이 있다. 이 능선이 주금산(814m)을 들어올린 다음 또 두 갈래로 갈라진다. 남쪽으로 계속 이어지는 능선은 철마산과 천마산으로 흘러가고, 남동으로 갈라지는 능선은 화채봉(649m)~서리산(825m)을 지나 축령산에 닿는다. 축령산을 지난 능선은 은두봉(678.4m)과 깃대봉(624m)을 들어올린 다음, 나머지 여맥들을 수동천과 북한강에 모두 가라앉힌다.
축령산은 주능선을 경계로 서쪽은 자연휴양림, 동쪽은 150ha에 달하는 잣나무단지로 이뤄져 있다. 이 잣나무 단지는 예전부터 축령백림이라 하여 잣 생산지로 전국에서 제일로 꼽는 곳이다.
축령산은 조선조 때 비룡산, 또는 오득산으로 불렸는데, 조선 태조 이성계가 등극하기 전 이 지방에서 사냥을 즐길 때 지은 이름이라 전해진다. 유독 축령산에서만 짐승이 잘 잡히지 않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재빠른 동작으로 사냥을 하게 되는데, 이 빠른 동작이 마치 용이 나는 듯하다는 의미에서 비룡산이라 했고, 짐승사냥이 시원치 않자 신령스런 곳이기 때문에 사냥이 안된다고 판단, 산제를 지나고나니 한꺼번에 멧돼지를 다섯 마리나 잡았기 때문에 오득산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축령산 등산코스는 마석에서 들어가는 수동면 외방리 축령산 자연휴양림 코스와 청평에서 현리로 가는 길인 가평군 상면 행현리에서 들어가는 잣나무골 코스가 있다. 양쪽 모두 나름대로 비경지대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등산인들은 행현리 잣나무골보다는 수동리 축령산자연휴양림 코스를 많이 찾는다.
자연휴양림 코스가 근교산행 코스로 인기 있는 이유는 서울시내 청량리역이나 강변역, 또는 잠실역에서 마석행 시내버스가 수시로 운행되는 등 대중교통편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연례행사인 봄철 산불예방기간에도 입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코스는 잣나무골 코스에 비해 산행거리가 절반에도 못 미칠 만큼 짧다. 그래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산행이나 노약자나 여성들끼리의 산행에 적합하다.
기자 일행은 이날 교통편을 잘 몰라서 승용차를 가지고 나선 터였다. 서울 청량리에서 망우리 고개를 넘으면 구리시. 왕숙교-남양주경찰서를 지나면 나오는 덕소 방향과 춘천 방향 세갈래길에서 좌회전. 이 길이 바로 춘천가도. 계속 직진해서 달리다보면 금곡-호평동이 스쳐 지나고 마치 터널이 나온다. 그곳을 빠져나와 마석 못미쳐에 새터 휴게소가 있고 지나자 마자 수동 가는 길로 좌회전. 5분여 달리다보면 좌측으로 천마산 입구가 나타나고 약 15분여 수동 표지판을 보고 달리다 보면 축령산 입구 안내판과 조우한다. 우회전해서 또 10분여 달리면 나타나는 축령산 입구의 조그마한 마을. 바로 전지라골 마을이다. 계속 달리다 보면 매표소가 나온다. 조금더 가파른 급경사길을 올라가면 주차장. 그곳서 하차해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하지만 살펴보니 청량리에서 축령산 입구까지 왕복하는 버스도 있다. 이 경우 축령산 입구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마석에서 왕래하는 버스편을 이용하는 게 좋다.



주차장 부근에 등산 지도가 있다. 코스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한 등산객에게 물어보니 오른쪽 길을 택하란다. 급경사로 올라가 정상에 올랐다가 급경사로 절고개까지 와서 아름들이 잣나무숲이 울창한 완경사길로 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지도를 보니 중간에 독수리바위와 남이바위가 표시돼 있다.
 
반대쪽 코스는 가평군 상면 즉 청평에서 현리로 들어가는 길목인 상면 행현1리에서 축령산으로 들어오면 된다. 가평군쪽 산행코스의 특징은 축령산 중에서도 가장 잣나무숲이 짙은 송림을 거쳐 절고개에 이른다는 것. 절고개에 이른 뒤엔 정상-남이바위-전지라골마을 순으로 능선을 따라 미니 종주를 한 뒤 산행을 마칠 수 있다.

등산길에 접어들자 마자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커다란 잣나무 숲 사이에 이리저리 자리를 잡고 있는 방갈로들. 겨울이라서 전부 문을 닫고 있지만 여름 같은 계절엔 이용하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다. 가파른 경사의 등산로를 따라 오르길 20여분. 커다란 바위 사이에 약수가 있다. 일명 석간수다. 겨울인데도 물이 얼지 않고 암벽 사이에서 똑똑 떨어지는데 아래에 받쳐놓은 컵이 차길 기다렸다가는 더 이상 산에 오를 수 없을 정도로 미량이다. 물 한모금을 마신 딸아이 입에서 `캬아`하는 소리가 절로 난다.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약 10여분 더 오르니 마침내 능선. 일명 서릉이라고 부른단다.
계속 능선을 타고 30분 가량 오르면 독수리바위가 나타난다. 높이 약 30m에 남쪽으로 천장바위를 이룬 독수리바위는 독수리가 하늘로 비상하려는 자태로 보인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정상 1.7km`. 안내판을 본 딸아이 한마디 한다. "아직도?"


#독수리 바위

수리바위 안내판을 지나 30여분을 더 오르면 바위가 움푹 패어 엉덩이를 들이밀고 앉기 그만인 기암이 나타난다. 남이바위라고 불리는 이 바위는 옛날 남이장군이 이곳에 앉아 호연지기를 길렀다고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 조망은 일망무제 과연 남이장군의 호걸다움을 짐짓 흉내내볼 수 있는 절호의 경관을 앞에 두게 된다. 이 바위는 서남으로 뻗어가던 능선이 서북으로 방향을 돌리는 어간에 자리잡고 있어서 마치 배의 선수에 선듯한 느낌을 주어 더욱 호방한 기개를 감지할 수 있는 명소이다. 수동면 골짜기너머 천마산, 주금산, 남쪽으로는 용문산과 천마산, 북한강도 보이는 조망은 남이바위 부근에서는 절정의 경관을 볼 수 있다. 딸 아이 한마디 한다. 경치도 경치지만 먹을 건 먹고 갑시다. 하지만 겨울이라 서둘러야 한다. 꽁알대는 딸아이의 입투정에 아랑곳 않고 길을 재촉한다.

남이바위 이후로는 계속 암릉길이다. 오른쪽이 수십 길 절벽이어서 추락방지를 위한 밧줄이 계속 이어지는 암릉을 오르내리며 약 800m(남이바위에서 약 30분 소요) 거리에 이르면 `주차장 2.8km, 북릉 경유 주차장 2.9km` 라고 쓰인 안내판이 있는 축령산 정상에 닿는다. 게양대 옆 삼각점(양수 25) 옆에서 사위를 휘둘러보는 조망은 막힘이 없다. 우선 북으로는 운악산, 길매봉, 청계산, 국망봉, 귀목봉 그리고 귀목봉 오른쪽으로는 명지산이 하늘금을 이룬다. 명지산 아래로는 연인산, 우정봉, 매봉, 깃대봉, 약수봉, 대금산, 청우산, 불기산이 멀리 화악산, 응봉, 촉대봉, 몽덕산, 가덕산, 북배산, 계관산 등과 함께 시원하게 터진다.

동으로는 청평 방면 깃대봉과 호명산 뒤로 삼악산과 장락산을 넘는 널미재도 보이고, 널미재 오른쪽으로는 뾰루봉, 화야산, 고동산이 멀리 하늘금을 이루는 용문산과 함께 사야에 와 닿는다. 남으로는 오득산과 은두봉 너머 멀리 문안산, 운길산, 앵자봉이, 서쪽으로는 천마산에서 철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너머 멀리로 북한산과 도봉산이 아른거린다. 북서로는 서리산과 주금산이 마주보인다.


#잘고개

딸아이가 환호성을 지른다. 경치보다 이제 먹을 수 있다는 기쁨에….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지 정상엔 사람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정상 바로 옆 평평한 공간에 자리를 깐다. 도시락을 펴니 만수성찬이다. 바들바들 떨면서도 `꿀맛이다 꿀맛`을 연신 외쳐가며 도시락을 비워내는 딸아이가 용하다.
올라온 길 반대편 급경사길을 따라 하산한다. 급경사길은 약 20여분 간 계속 이어진다. 안내판에서 보았던 사거리 갈래길이 나온다. 여기가 절고개다. 절고개에서 우리가 출발했던 자연휴양림 주차장은 2.0km, 향현리는 우회전해서 5.7km, 서리산 정상(상산으로도 불린다)은 직진해서 2.7km 거리다. 계속 갈까? 아니! 그만 내려가자. 왜 힘들어? 응! 그래 그럼. 좌회전하자마자 나타나는 거대한 잣나무 숲. 정말 거대하다. 절고개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나오는 향현리 쪽은 잣나무 숲이 더 울창하다는데….
잣나무 숲길에서 한껏 피톤치드를 마시면서 약 40여분 내려오면 전망대(팔각정)가 나온다. 그리고 20여분뒤 아까 출발했던 주차장과 만난다. 총 소요시간 3시간.(도시락 먹는 시간 30분 포함).
차를 타고 내려오다 산꿩집에서 맛보는 꿩 매운탕 맛은 산행의 기쁨을 극대화시킨다. 산꿩을 파는 곳은 수동면 근처의 큰 길가에 있다. 산 꿩 한 마리 4만원. 정명은 기자 jungme@naver.com

등산코스


 ㅇ제 1코스[3시간]
  관리사무소- 독수리바위- 남이바위- 정상- 절고개- 관리사무소
ㅇ제 2코스[10.3Km, 3시간15분]
  외방리(4km, 1시간10분) - 수레넘이 고개(2.3km, 1시간) - 주봉(1.5km, 20분) - 절고개(2.5km, 45분) -전지라골
ㅇ제 1코스[14Km, 5시간10분]
  임초리(4km, 1시간) - 두개리(3km, 1시간20분) - 주봉(1.5km, 20분) - 현행리 새마을회관 (2km, 30분) -현행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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