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정부때 제작, DJ 철로 이용 방북때 이용 가능성 관심 집중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철로를 통해 방북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 김  전 대통령이 4월내에 철로를 이용해 방북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을 때 사람들은 그 가능성을 반신반의했었다. 철도와 정치 전문가들이 철로를 이용한 방북은 현실성이 적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경복호와 유사한 외관을 갖고 있는 새마을호

그러나 지난 9일 철도공사의 이 철 사장이 김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만 있으면 철도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대통령 전용 특별열차를 통한 방북이 가능하다"고 말해 김 전 대통령의 철로 방북은 실현 전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이 사장의 발언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대통령 전용 특별열차의 공식명칭은 경복호다. <위클리서울>이 경복호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봤지만 대통령 전용 열차인 만큼 취재에 걸림돌이 많았다.

경복호를 보유하고 있는 철도공사는 경복호에 대한 정보를 일체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관리는 자신들이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청와대에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접촉하게 된 청와대의 보도지원과는 자료담당자를 연결시켜줬다. 하지만 자료담당자 역시 "경복호가 뭡니까?"라며 반문할 정도. 청와대의 언론담당 부서에서조차 경복호를 모르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

청와대 내부의 경복호에 대한 관심은 일반인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 관계자는 "저희가 따로 자료를 갖고 있지 않으니까 경호실로 연결해 보시는 게 나을 겁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경호실로 향했다.

하지만 경호실 역시 "아무래도 현재 운영중인 상태라 말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보안 등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의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서라도 얘기해달라고 해도 돌아오는 답변은 같았다. "경호를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절대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엔 의전을 담당하는 부서로 향했다. 관계자는 "(경복호 관련 정보는)보도지원과에 요청을 하라"고 말했다. 다시 원점. 다시 돌아간 보도지원과. 하지만 한 직원은 "우리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보도지원과 보다는 대변인실에 문의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고 얘기했다.

정말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다시 찾은 대변인실을 통해 얻은 정보는 두 가지였다. 모 언론에서 보도한 바와 달리 경복호는 새마을호와 같은 외관이 아니라는 점, 국내에서 만들어진 열차라는 점(순수 100%기술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이었다. 별 거 아닌 듯한 정보지만 경복호에 대한 보안이 철저한 만큼 얻기 힘든 정보였다. 아래에서 밝히는 경복호에 대한 정보는 <위클리서울>이 다른 경로를 통해 취재한 내용을 종합해 본 것이다. 

베일에 싸인 경복호

경복호의 실물 사진은 철저히 비밀에 쌓여있다. 다만 김 전 대통령이 현직에 있던 지난 2002년 2월,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처음으로 이용했을 당시의 모습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당시 두 정상은 경복호를 타고 경의선의 남측 최북단역인 도라산역(비무장지대)을 방문했었다.

본래 경복호는 6·15정상회담을 비롯, 대통령의 이동수단으로 육로와 공로, 수로에 이어 철로까지 확보하기 위해 기획한 열차다. 1999년 4월에 제작을 시작해 6·15정상회담 전인 2001년 4월에 예정대로 완성됐다. 그러나 경의선의 복구가 남북정상회담의 일정보다 늦어져 경복호는 첫 선의 기회를 2002년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 2년 동안의 제작기간을 거친 경복호의 이름은 `큰 복이 내리고 남북이 화해·협력의 길로 나가길 기원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순수 국내 기술만으로 완성된 경복호의 외형은 새마을호와 같다. 다만 새마을호가 16량으로 구성돼있는 반면 경복호는 8량이 전부다. 대통령은 8량 중 한 곳에 타게되고 나머지 칸에는 경호원을 비롯한 수행원들이 타게 된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자주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는 전용헬기를 이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상조건이 안 좋은 날에만 이용한다. 번잡한 기차역은 대통령 경호에 어려움이 따르는 이유 때문이다.

경복호의 외관은 새마을호와 큰 차이가 없지만 내부 및 성능은 큰 차이를 보인다. 최고시속은 160km로 새마을호보다 10km 가량 빠르지만 소음이나 진동은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첨단 통신설비, 집무실, 접견실. 수행원실, 식당 등을 갖추고 있었다. 또한 일반 열차보다 월등한 장거리 주행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남북한 철도 연결 시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까지 운행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한 완벽한 경호 및 보안유지를 위해 특별 방탄처리 하고 전파 차단장치까지 했다. 그야말로 움직이는 청와대 집무실인 것이다. 경복호는 노 대통령이 취임 이후 KTX가 개통되기 전까지, 지방행사에 참가할 때면 자주 이용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복호 이전에는 일명 `귀빈객차`라는 대통령 전용 열차가 있었다. 1955년에 제작된 이 열차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들이 애용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애용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그 이용 빈도가 점차 줄어들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 이후의 대통령들은 거의 타지 않아 경복호 이전의 `귀빈객차`는 69년도에 제작된 골동품이었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자체를 곱지 않게 보는 세력도 있지만 청와대 측에서 "전 대통령의 신분상 경복호를 이용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밝힌 만큼 경복호를 이용한 방북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다. 건강문제도 큰 걸림돌은 안되고 있다. 일주일에 세 번 꼴로 신장투석치료를 받고 있는 김 전 대통령이지만 경복호에는 침대칸이 따로 마련돼 있어 별다른 무리는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까닭이다.
경복호는 김 전 대통령이 최초로 이용했던 열차였고, 본래 경복호의 제작 목적이 6·15정상회담을 위한 것이었다. 통일을 향한 김 전 대통령의 수십 년에 걸친 노력 속에 경복호도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이 경복호를 이용해 방북을 한다면 여러모로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될 전망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그렇다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용한다는 전용열차는?? 김 위원장의 열차 사랑은 유별나다. 해외 순방길엔 반드시 열차를 고집하는 까닭이다. 중국을 방문할 때는 물론 지난 2001년 러시아 방문 당시에는 자그마치 1만8000㎞를 열차로 주파한 경력을 갖고 있다. 고소 공포증 때문에 열차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지만, 그보다는 안전성 때문일 것이란 주장이 보다 많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반적으로 열차가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손꼽히는 데다, 철저한 사전 점검과 경호 조치가 뒤따르면 사고 가능성이 0%에 가깝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 전용 열차는 장갑차로 불릴 만큼 안전성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객차 규모 자체가 국내 열차보다 큰 데다, 장갑차처럼 방폭장치 및 방탄장치가 갖추어져 있다. 웬만한 화력으로는 충격을 줄 수 없는 열차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열차에는 수십 명의 경호인원이 82mm 박격포 등을 갖춘 채 경호를 하고 있다. 전용열차가 운행되면 10분 정도 앞길에서 지뢰 탐지 기능을 갖춘 경호열차가 선행한다. 이 전용열차의 안전성은 1970년대 말 김일성 전 주석의 실화가 증명해준다. 김 주석이 당시 구소련을 방문했을 때, 구소련이 제공하는 특급호텔을 한사코 뿌리치고 전용열차에서 지내겠다며 고집을 피운 일은 유명하다.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안전성뿐만 아니라 편의성도 최고 수준이다. 김 위원장이 주로 생활하는 1호 객차엔 1인용 침실 5개와, 방문지역의 경제상황까지도 알려주는 위성전자지도(GPS), 인터넷 등 최첨단 통신장비를 대형 스크린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연회실, 회의실, 경호대 탑승칸, 전용자동차(벤츠 2대)의 차고 등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1979년께 제작된 이 열차의 최고속력은 시속 180㎞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북한의 노후한 철로 여건상 시속 100km 이상은 내기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용열차는 달릴 때 흔들림이 거의 없다. 김 위원장이 "달릴 때 고뿌(컵)가 흔들리지 않도록 만들어라"라고 수 차례 지시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특급`열차를 소유한 김 위원장이 경복호를 보고 보일 반응을 예상해보는 것도, 김 전 대통령 방북행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하나 기자 gellover@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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