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글' 낭독..한편에선 반대 1인 시위도 열려

지난 23일 1인 릴레이 시위의 주인공은 1,000만 관객 `왕의 남자`의 주인공 강성연씨와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양윤모 씨였다.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1시부터 시작된 릴레이 시위에서 양 씨는 두 사람이 함께 쓴 `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낭독했다. 낭독을 마친 양 씨는 민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했고 강 씨가 자리를 지켰다.

<문화는 그 나라의 영혼입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바라는 것은 영혼이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선 강 씨는 국민의 무관심과 왜곡된 시선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강 씨는 "관심이 없어서 멀리서 보면 우리(영화인)가 (정부와 미국에)칼을 휘두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우린 칼이 아닌 방패를 들고, 날아오는 칼을 막기 위해 겨우겨우 휘두르는 것이다"며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은 무관심에서 기인한 것이라 주장했다.
강 씨는 "밉게만 보면 끝이 없다. `왜?`라는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거듭 호소했다. 강 씨는 또한 "대한민국 사람은 밥을 먹고  살아야 하듯, 우리의 얼이 담긴 우리 영화를 봐야 한다. 우리는 헐리우드 영화를 비롯한 외국 영화를 몰아내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영화가 자라날 터전을 지켜내자고 주장하는 것이다"며 영화인들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을 반박했다.

영화인들의 1인 릴레이 시위나, 농민들과 함께 한 `쌀과 영화` 문화제 등이 감정적인 호소에 치우쳐 오히려 반감을 사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감정에 호소하기보다는 국민들에게 정보 제공을 하는 게 우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강 씨는 이 지적에 대해 "1인 릴레이 시위는 국민의 자격으로 선 것이다. 행정적인 부분에 대해서 하고 싶은 얘기는 우리도 많다. 하지만 우리도 스크린 쿼터 축소는 워낙 기습적인 발표라 우리도 당황했다. 국민과 똑같은 처지다"며 " 몰랐던 일에 대한 `항의`와 `통보` 차원에서 국민들이 `눈으로 볼 수 있게`한 방법이 1인 릴레이 시위다"고 답했다.
스크린 쿼터가 있어도 상영관에 걸리는 한국영화는 작품의 질을 떠나 배급사의 힘에 달려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말하기 민감한 부분이다. 내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은 관객은 결국 좋은 영화를 선택할 것이라 믿는다는 것이다"며 직접적인 대답을 회피했다.


#1인 시위에 나선 조유나씨

한편 강 씨가 1인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는 곳에서 5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한 시민이 <국민들은 한국 영화를 사랑합니다. 스크린 쿼터가 축소돼도 한국영화는 발전될 수 있습니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영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시민이라는 조유나(여. 30)씨는 "FTA는 어쩔 수 없는 대세인 것 같다. 이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지 우리끼리 싸우면 안 된다는 생각에 1인 시위를 계획했다"고 얘기했다. 나오기 전까지 매우 떨렸다며 자신은 평범한 시민임을 강조했다. 조 씨는 "우리 영화가 외국 영화와 싸워보지도 않고 그 결과를 어떻게 아느냐?"며 "우리 민족이 그렇게 나약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스크린쿼터가 축소돼도 한국영화는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것임을 확신했다. 조 씨의 피켓에 작은 글씨로 쓰인 `관객의 힘을 믿으세요`라는 문구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이하나 기자 gellover@nate.com


영화평론가협회 양윤모 회장, 현재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
1인시위 앞서 발표한‘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글’대통령에게 전달

23일(목) 현재 청와대 앞에서 FTA 국제통상협정을 빌미로 문화 침략을 노골화하고 있는 미 정부 규탄과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1인 시위를 하고 있던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양윤모 회장이 ‘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대통령에게 전달하고자 청와대로 들어가 민원실에 접수하였습니다. 양회장은 1인시위에 앞서 23일 오후 1시 광화문 교보 빌딩 앞에서 기자회견문 ‘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양회장은 회견문에서 대통령선거 당시 스크린쿼터를 국민공약으로 삼았던 노무현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스스로 약속을 저버리고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을 발표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며 현행 스크린쿼터제 유지를 촉구하였습니다. 양회장의 청와대 앞 1인시위는 오후 5시까지 이어질 예정입니다. 다음은 ‘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글’ 전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글!

대한민국 영화배우 강성연과 대한민국 평론가 양윤모는 오늘, 이 시국이 제 2의 을사조약의 길로 간다고 판단하여 독립운동을 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1. 노무현대통령께 드리는 글!
우리 영화인들은 노무현 정권의 창출에 공헌했습니다. 그러나 집권이후 우리는 할말이 많았지만, 설마 하고는 분노를 안으로 삭히며 인내했습니다. 왜? 우리가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것처럼 비쳐 노무현대통령의 통치력에 부담감을 주게 될까봐! ?노무현 대통령은 전 세계가 인정하고 균형잡힌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또한 대국민공약사항인 스크린쿼터를 왜 헌신짝처럼 버리려 합니까? 이것이 참여정부의 진실이며, 정체성입니까? ?노무현대통령님! 우리가 언제 돈을 달라 했습니까? 우리가 언제 제도를 만들어 달라했습니까! 어찌 우리의 운명을 미국에 맡기려하십니까? 이러고도 자주국가 대통령이랄 수 있나요! 그런데 이 참여정부는 매우 치밀하고 간교하게 비밀리에 저희들의 뒷통수를 때리는 배신적 행위를 일삼고야 말았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정의와 진실이 왜곡되어 되돌아온 것에 분노합니다. 그러나 진실이 승리한다는 믿음아래 삼고초려하고자 합니다. 오늘부터 세 번에 걸쳐 청와대 앞 1인시위를 저는 하려고 합니다.

2.
권태신 재경부 차관은 관권을 동원하여 조직적으로 영화인을 집단이기주의자로 몰아쳤습니다. 그리고 한덕수 부총리는 김대중 정권서부터 국민적 동의없이 스크린쿼터 73일을 비밀리에 미국에 조공하였습니다. 분명 말하지만 한미FTA는 국민적 공감없이 친미관료세력과 재벌 등 탐욕세력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장받기 위해 문화주권을 제물로 받쳐, 국가의 미래를 재앙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여러분 과연 누가 집단이기주의자입니까? 노무현대통령은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권태신과 한덕수는 사퇴하라!

3. 글로버 스탠다드 <세계문화다양성협약>이 미국식 스탠다드 <한미FTA>에 우선한다.
21세기 세계평화의 아젠다는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문화다양성협약”을 존중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문화 5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은 타국을 침략하는 공격의 역사가 없는 평화롭고 인종차별주의가 없는 세계의 몇 안되는 문화적 정서를 탁월하게 지켜온 매력적인 나라입니다. 한국영화는 이러한  정신을 훌륭하게 수행해왔습니다. 스크린쿼터 축소를 받아들일때는 곧장 폐지로 가고, 한국영화는 편수가 줄어들어 종국에는 소멸의 단계로 들어설게 불 보듯 명확하기 때문에 저희는 축소음모에 끝까지 저항할 것을 전 세계에 선언합니다.
침략전쟁의 선전물인 헐리우드 영화는 세계평화를 구실로 폭력적 수단의 동원을 합리화하고 세뇌시키는 무기입니다. 우리가 스크린쿼터를 사수하여 문화주권을 지키려하는 것은 전세계 시장의 85%를 지배하는 미국중심의 세계관과 문화가 지구촌 문화의 사막화를 가져오고 세계문화계의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란 세계지성들의 경고를 받아들여 비판적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세계문화다양성협약” 정신을 존중하여 스크린쿼터 사수하여 문화주권을 지켜냄으로써 민족주권도 지켜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것은 세계평화에도 공헌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노무현대통령은 대국민 공약사항인 스크린쿼터를 지켜라!
노무현대통령은 한미FTA를 전면 재고하기 바란다!
노무현대통령은 제2의 을사보호조약을 체결하여 역사의 심판대에 서려 하는가!

2006년 2월 23일

문화침략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 조직위원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양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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