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3월3일 시작되는 WBC 아시아 지역 예선

야구 월드컵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 지역 예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3월 3일에 개막되는 아시아 예선은 총 4개국이 풀 리그전을 벌여 상위 두 개 팀을 뽑는다. 이 두 팀이 아시아를 대표해 세계 대회 8강에 진출한다. 아시아에서는 한국, 일본, 대만, 중국이 참가한다. 일본이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며 큰 소리를 치고 있고, 우리 선수들은 "야구 전체 수준은 일본이 위지만, 소수정예 싸움은 다르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여기에 지난 아테네 올림픽 예선에서 우리팀을 격침시킨바 있는 대만이 2위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이 객관적으로 한 수 아래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가운데 이제 1주일 후면 야구 삼국지가 펼쳐질 예정이다. 8강을 결정짓는 대만전과, 자존심을 두고 격돌할 일본전을 <위클리서울>이 전망한다.



△3월 3일 한국vs대만
개막전으로 펼쳐지는 이 경기는 우리나라의 세계 진출의 여부가 달린 경기로 평가되고 있다. 아직은 `우리가 한 수 위다`는 인식이 크지만 영국의 도박업체에서는 우리보다 대만의 우승 가능성을 높게 점쳤을 정도로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국의 전력분석관의 유승안 위원도 "대만은 젊고 빠르다"며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했다.

대만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투타의 에이스인 왕치엔밍(뉴욕 양키스·투수)과 첸진펑 (LA다저스·타자)를 잃었지만 여전히 위협적이란 평가다 . 장즈자(세이부 라이온스) 장첸밍(요미우리 자이언츠)등 일본에서 활약하는 수준급 투수진과 괴력의 장타이샨(싱농 불스)이 이끄는 타선 모두 고른 전력을 자랑하는 까닭이다. 더구나 한국전에 선발 투수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대만의 에이스 린잉지에(라쿠텐 골든이글스)의 실력 또한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린잉지에는 대만 리그에 2004년에 데뷔해 2년 연속 삼진왕을 차지했다. 2004년에 14승 10패 방어율 1.73, 2005년에 12승 10패 방어율 2.34라는 성적이 보여주듯 수준급의 실력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좌투수이면서시속 145km를 상회하는 강속구를 구사한다. 더구나 린잉지에 이후에 나올 궈홍치(LA다저스)도 좌완이다. 한국 타선의 주력 타선이 좌타자로 이루어진 것을 감안한 대만의 전략이다.

우리나라는 대만에 대비해 사실상의 대표팀 에이스인 서재응(LA 다저스)을 선발로 낙점 해 둔 상태다. 서재응이 3∼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을 경우, 대표팀의 최고 마무리 투수들이 이어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팀의 김인식 감독이 "중국전에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투수 위주로 길게 던질 생각이다"고 밝힌 바가 있어 대만전에는 오승환(삼성 라이온스), 김병현(콜로라도 로키스) 등 최고의 마무리들이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틀 뒤에 있을 일본과의 결전도 중요하지만 첫 경기인 대만전의 무게감이 더 크다. 일본전에 대비해 남겨둘 여력은 없는 것이다.
한편 타선의 변동도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주축 타자들은 대부분 좌타자다. 현재 9명의 타자 가운데 붙박이 좌타자는 3명이고 유동적인 외야수 한자리까지 포함하면 4명이나 된다. 그러나 대만이 좌투수 위주의 경기로 몰고 나올 경우 이병규(LG트윈스)와 이승엽을 제외하곤 우타자로 바뀔 전망이다. 이럴 경우 최희섭(LA다저스)의 자리는 김태균(한화 이글스)가 대신할 것으로 보이고, 외야 한자리는 송지만(한화 이글스)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3월 5일 한국vs일본
자존심이 걸린 한일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의욕이 하늘을 찌른다. 일본의 이치로 선수의 "(한국, 대만이) 일본에게 이기려면 30년은 멀었다고 느끼게 해주겠다"는 발언이 알려지면서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이병규는 "국제대회에서 일본에게 져 본 경험이 없다"며 "이번에도 진다는 생각은 안한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선발로 예상되는 지난해 MVP 손민한(롯데 자이언츠)도 "투수가 잘 던지면 야구는 이긴다"며 "그런데 이치로는 30년이나 더 뛰고 싶은 모양이다"며 비꼬았다. 선수들의 전의가 불타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은 한국전 선발로 이승엽의 옛 동료인 와타나베 슌스케(지바 롯데)를 예고했다. 와타나베는 투구 동작 시 손끝이 땅에서 10cm도 안 떨어지는 극단적인 잠수함 투수다. 작년에 15승을 거두며 팀을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경험이 있어 노련미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더구나 와타나베에 이어 던질 것으로 예고된 스기우치 도시야(소프트뱅크 호크스)는 전형적인 좌완 오버핸드 투수다. 연이어 던지는 두 투수의 스타일이 크게 달라 우리 타자들이 애를 먹을 가능성이 크다. 스기우치는 작년 퍼시픽리그 다승왕(18승)과 방어율왕(2.11)을 휩쓴 당대 일본 최고 좌완이다.
한편 아테네 올림픽 예선에서 한국팀을 제압했던 와다 쓰요시(소프트뱅크 호크스)의 깜짝 선발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와다는 당시 5이닝동안 9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한국전 승리투수가 됐었다. 와타나베는 좌타자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언더스로인데다 한국 선수들이 언더스로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점도 의혹을 사고 있는 부분이다. 와타나베가 지난해 코나미컵에서 삼성 타자들을 상대로 6이닝 동안 8개의 피안타를 허용했던 점도 마찬가지다. 여러 면에서 와타나베의 선발 예고는 연막전술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대항할 카드로 손민한을 준비시키고 있다. 작년 최고 투수였던 손민한은 아마야구 시절, 일본 킬러로서 그 명성이 높았다. 손민한의 뒤는 구대성이 받칠 공산이 크다. 일본 프로야구 경험이 있고 그 역시도 일본 킬러로서의 명성이 자자하다. 지난 시드니 올림픽 당시 일본 타선을 완벽하게 묶었던 모습은 야구팬 사이에서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명장면이다. 두 투수가 어느 정도 버티느냐가 관건이겠지만, 야구의 특성상 상황에 따라 대만과의 경기에서 아껴둔 투수진 전부가 투입돼 물량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타격에서는 김동주(두산 베어스)와 이종범(기아 타이거스)의 활약이 기대된다. 대표팀의 4번 타자를 맡을 김동주는 "우에하라 고지(요미우리 자이언츠), 와다 쓰요시와 다시 맞붙고 싶다"며 자신감을 표출한 바 있다. 김동주는 1999년 한일슈퍼게임 때는 우에하라, 2003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와다와 승부한 바 있다. 일본 야구 경험자인 이종범의 활약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대표팀 톱타자 이종범은 "이번 대회에 최고의 선수들이 모였으므로 최고의 성적을 보여줘야 한다"며 "최고 성적은 일본을 이기는 것"이라고 말해 이종범의 칼날은 이미 일본을 겨누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종범은 일본 주니치 시절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바람의 아들`로서의 진면모를 과시한 바 있다. 이 두 선수는 좌투수와 언더스로에 강하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일본이 예고대로 와타나베와 스기우치를 내보낸다면 두 선수의 활약에 대한 기대치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하나 기자 gellover@nate.com


△대표팀 엔트리 및 코치진

감독: 김인식(한화 이글스)
코치: 김재박(현대), 선동렬(삼성), 조범현 (SK)

투수(12명)= 박찬호(샌디에이고), 구대성(뉴욕), 서재응(LA), 김선우, 김병현(이상, 콜로라도), 봉중근(신시내티), 배영수, 오승환(이상, 삼성) 박명환, 정재훈(이상 두산) 정대현(SK), 손민한(롯데), 전병두(기아)
포수(3명)= 진갑용(삼성), 홍성흔(두산), 조인성(LG)
1루수(3명)= 이승엽(롯데), 최희섭(LA), 김태균(한화)
2루수(2명)= 김재걸(삼성), 김종국(기아)
유격수(2명)= 박진만(삼성), 김민재(한화)
3루수(2명)= 김동주(두산), 이범호(한화)
외야수(5명)= 송지만(현대), 이진영(SK) 박용택, 이병규(이상, LG), 이종범(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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