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추정 예식장비, 현실과는 동떨어지는 부분 많아

작년 한 해 신혼부부들이 결혼하는 데 사용한 비용은 1억 3,000만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료는 보건복지부가 (주)좋은만남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와 사단법인 하이 패밀리에 의뢰해서 나온 이 자료는 작년에 결혼한 부부 305쌍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신세대 부부들의 결혼 문화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된 이번 조사는 결혼비용의 내역, 결혼 비용원, 자녀계획 등을 파악했다.


#사진은 얼마전 결혼식을 올린 탤런트 홍리나 커플.

조사 내용에 따르면 305쌍이 결혼에 사용한 총비용의 평균액은 1억 2,944만원이었다. 결혼비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주택마련비로 8,571만원(66.2%) 가량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주택비는 남자쪽에서 마련하기 때문에 신랑측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총 비용 가운데에서 남자가 9,606만원(74.2%)를 부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택마련비 다음으로는 예식장비가 1,025(8.9%) 뒤를 이었고, 예단이 840만원(6.5%), 예물 718만원(5.5%), 전자제품 마련이 596만원(4.6%) 순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부부들이 주택마련 비용에 대한 지출이 가장 크지만 실제로 거품이 많고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예단과 결혼식이라고 꼽았다는 것이다. 결혼 후 실제 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항목에 대한 지출은 부담스럽더라도 어쩔 수 없지만, 예단과 결혼식 비용과 같은 `예식`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지출은 거품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신혼 부부들은 `결혼 비용 중 거품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예단(31.8%)을 가장 많이 꼽았다. `결혼식 비용`이 24.9%로 뒤를 이었고, 예물(11.1%), 신혼여행비(10.8%) 순이었다. 결혼 비용의 66%를 차지하는 주택마련 비용에 대해서 부담을 느끼는 사람은 6.2%에 불과했다.

이처럼 신혼 부부들이 거품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의 실상을 알아봤다.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예식장비의 평균은 1,025만원이었다. 그러나 본지가 알아본 결과 1025만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에 있는 웨딩업체들이 내놓은 웨딩 상품 가운데, 서민들이 주로 고르는 저렴한 패키지 가격을 종합해본 결과 약 1,800만원 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대 (1인당 2만 5,000원 짜리×남녀 양가 합산 500명)가 1,250만원으로 식대만 해도 복지부가 내놓은 총 예식비용을 초과했다. 1인당 식대의 경우 2만원으로 책정된 상품이 최하품이었고  5만원을 호가하는 상품도 여럿 있었다. 남녀 합산 500명도 평균적인 하객의 수보다 낮게 잡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촬영 및 의상(야외촬영, 본식 촬영, 메이크업, 턱시도 및 드레스)비가 100만원에서 350만원대까지 있었다. 이 중 200만원 상품을 기준으로 삼았다. △예식장비용도 장소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서민들이 애용하는 흔히 말하는 예식장의 경우는 보통 200만원 수준이었다. 웨딩업체들에서 제공하는 결혼관련 상품의 중 하위 수준으로만 조합해도 1,800만원이 넘는 것을 보면 신혼부부들이 부담을 느끼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예단과 예물에 대한 신혼부부들의 부담도 매우 컸다. 예단 비용의 평균은 718만원으로 나왔으나 이것도 평균적인 가격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녀 세 명을 시집보낸 한민숙(58. 여)씨는 초등학교 교사 남편과 살고 있다. 중산층 기준에 미달하는 수준의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자녀들의 예단비용으로 1,000만원씩 사용했다고 한다. 한씨는 "주위의 지인들도 대부분 그 정도 수준에서 예단을 보낸다"며 결코 높은 수준의 비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중산층 이상의 가정의 경우 예단 비용의 수준은 크게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 결과는 중매회사의 자료를 토대로 했다. 보통 중매결혼은 연애결혼보다 비용이 더 많은 소요된다는 게 정설이다. 그런데 예단 비용이나 결혼식장 비용으로 공개한 자료는 일반적인 연애결혼의 수준보다도 낮게 책정돼 그 신뢰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이 자료가 공개되자 젊은 세대는 `1억 3,000만원 정도면 최소비용이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기성세대는 `너무 많이 쓴다. 혹시 자료가 부풀려진 것은 아니냐?`며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세대가 흐를수록 결혼 문화가 점점 돈 잔치로 변질되어 간다는 우려를 입증해주는 반응이다. 롯데 백화점에 다닌다는 사회 초년생 김모씨(여. 25)는 "요즘 부동산 시세를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서울에서 전세를 얻으려 해도 최소한 8,000만원은 든다. 1억 3,000만원은 오히려 최소비용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기성세대들은 이와 대치되는 반응을 보였다. 김규성 저작권협회 부회장은 "결혼 준비는 남녀를 불문하고 가능하면 자기 힘으로 해야 한다. 살집을 구하는 데 돈이 많이 든다고 하지만 1억3000만원은 너무 과하다. 신혼 초에는 단칸방부터 시작할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며 젊은 신혼부부들에게 쓴 소리를 내뱉었다. 이같은 입장 차이는 결혼비용의 출처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복지부의 자료를 보면 `결혼비용 출처`항목에서 `가족들의 지원`이 7,227만원(55.8%)으로 가장 많았다. 결국 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원하는 수준의 결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본인이 직접 마련하는 부분은 4,284만원이었고 대출은 1,433만원으로 나와, 부부가 자력으로 마련하는 비용은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결혼하는데 부모에게 의지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풍조가 문제인 것이다. 기성세대인 박찬구(남. 53)씨는 이 같은 풍조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박씨는 "부모의 도움 없이 1억3000만원이나 되는 돈을 결혼 적령기까지 모으기는 사실상 힘들다. 결혼비용은 두 당사자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분위기는 그게 아닌 것 같다. 부모야말로 나이가 들수록 노후자금 을 가지고 있어야지 몽땅 자식 결혼비용으로 쓸 순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결혼비용은 성인인 부부 당사자가 마련해야 하고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해야지 부모에게 손을 벌려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봄을 맞아 결혼시즌도 다시 돌아오고 있다. 젊은 신혼부부들은 저마다 조금이라도 알뜰하게 결혼을 하기 위해 계산에 열심이다. 결혼식 총비용이 3억원 이상이 들었던 부부가 4.3%나 있었지만 사회 일부분 일뿐, 대다수의 젊은 부부는 적은 돈으로 사회수준을 맞추기 위해 고생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사회 전체에 만연돼 있는 결혼의 거품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젊은 부부들의 노력은 허사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있어 현재의 결혼문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하나 기자 gellover@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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