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FTA추진 위애 약값 재평가 개정 작업 중단"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기 위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약값 재평가’ 제도의 개정 작업을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는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는 대신 약값 인하를 통한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와 국민부담 완화를 양보한 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겨레 제공

<한겨레>는 정부 관계자는 3일 “지난해 7월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함께 약값 재평가 제도 개정안을 추진해 2006년부터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지난해 10월 한-미 통상현안 분기별회의에서 미국이 자유무역협정 협상의 걸림돌이 된다며 취소할 것을 요구해 받아들였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로써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가 자유무역협정 협상 착수에 앞서 내걸었던 스크린쿼터, 쇠고기, 자동차, 의약품 등 4대 전제조건을 모두 들어준 결과가 됐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연방의회조사국(CRS)에 제출한 ‘한미 관계-에프티에이를 위한 협력·마찰·전망’ 보고서도 “2005년 10월 열린 한미 통상현안 점검회의에서 한국정부가 가까운 장래에는 약값 재조정 제도를 도입하지 않기로 미국 정부에 약속했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약값 재조정 결정에 대해 미국이 따질 수 있도록 ‘독립적인 기구’를 만들기로 한 사실도 밝혀졌다. 미 무역대표부는 그동안 의약품 문제 등에서 진전이 없는 한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시작할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의약품과 관련해 미국과 협의를 계속해 왔으나 취한 조처는 없었다”고 밝혀왔다. 배경택 보건복지부 통상협력팀장은 “한미 통상현안회의 결과 ‘미국 쪽을 포함한 업계의 우려를 고려해 약값 재평가 작업을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공식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약값 재평가 제도는 2002년 건강보험의 재정 악화를 줄이고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현행 약값 재평가는 3년마다 선진 7개국(A7)의 평균 도매 약값에 일정한 유통 이윤을 붙인 ‘A7조정 평균값’이 한국의 약값보다 싸졌을 경우 이에 맞춰 내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는 A7조정 평균값이 한국의 약값보다 싸졌을 때만 약값을 내릴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정부는 이에 따라 해당 약의 A7조정 평균값이 한국보다 비싸더라도 3년 동안 크게 떨어진 경우에는 그 비율만큼 한국에서 약값을 내리는 ‘A7변동률’ 방식을 적용한 개정안을 추진했다.

‘A7변동률’ 방식은 초기에는 약값이 비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약값 하락률이 커지는 신약에 특히 불리한 제도여서, 신약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등 다국적 제약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약값 재평가 제도와 관련해 미국 쪽에 양보한 것은 없다. 미국 연방의회조사국 보고서도 잘못된 내용이어서, 외교통상부를 통해 미국 쪽에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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