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숭인동 길레스토랑 '익산떡'의 육자배기로 풀어내는 情 <7편>

"전라도 민요의 하나. 일반적으로 육자배기는 <긴 육자배기>와 <자진육자배기>를 합쳐 말한다. <긴 육자배기>는 진양조에, <자진육자배기>는 세마치장단에 맞추며, 보통 《보렴》 《화초사거리》 《육자배기》 《흥타령》 등의 순서로 부른다. 음계는 낮은 소리는 떨어주고, 중간소리는 평으로 내며, 그보다 위의 소리는 반드시 꺾는 목소리를 내는 전라도소리의 공통적인 특징을 갖는다. 서도의 대표적 민요가 《수심가》라면, 전라도의 대표적인 민요는 《육자배기》이다."
그녀를 보면 <육자배기>가 떠오른다. <육자배기>가 정확히 뭔지 몰랐다. 그런데도 그녀에게선 그 <육자배기>가 배어 나왔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그리고 무릎을 쳤다. 아하, 그래서였구나.
전라도….
맞다. 그녀는 전라도 여자다. 얼굴만 보아도 안다. 행동만 보아도 안다. 말투는 남도인지, 북도인지 헷갈리게 할 정도다. 육자배기 같은 걸쭉한 입담이 그칠줄 모르고 쏟아진다….
<위클리서울>은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그 `숭인동 길레스토랑`에서의 에피소드를 자유로운 형식으로 연재하고 있다.

일곱 번째 이야기-5병의 막걸리

청국장 김치 지짐 맛? 말해 무얼 하리. 입에 담는 것으로 그 맛을 깎아 내리는 건 아닌지 우려될 정도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포기째 들어간 김장김치에 익산떡의 시댁이 있는 정읍의 촌에서 직접 날라온 청국장의 오묘한 조화. 거기다 익산떡의 타고난 손맛까지 더해져…아이고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화자, 동행에게 "맞아! 바로 이 맛이야" 하면, 동행은 화자에게 "우리 어릴 때 어머니가 해주던 그 맛!!" 하고 주고받는 꼴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감탄스런 그 맛!!

매일 여기 와서 이런 맛난 김치지짐에 하얀 쌀밥 먹을 수 있는 임 부장과 그 일행이 새삼 부럽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 김이 뭔 김인지 아쇼??"
난데 없는 임 부장의 질문.

"뭔 김인데요??"

"이게 이래봬도 저 남쪽에서 올라온 진짜 귀한 거요."

아하 그랬군. 지방 출장을 다니는 임 부장이 남도 어느 어촌인가에 갔다가 직접 사왔다는 얘기도 덧붙여진다.

그래서 포장마차 리어카 깊숙이 숨겨두고, 다락에서 꿀단지 빼내듯, 신주 모시듯, 한 장씩 조심스럽게 빼내서 구웠던 게로군.

김 맛을 아는 놈이건, 모르는 놈이건 이쯤 되면 김 맛은 절정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일. 눈치를 챘는지 익산떡 하얀 쌀밥도 한 공기 퍼날라온다. "김치지짐도 그렇고 김도 그렇고 짠게 한번 싸 먹어봐…"라는 얘기와 함께.

시켜놓은 메인안주는 천덕꾸러기가 된다. 남도에서 올라온 귀하디 귀한 김과 하얀 쌀밥과 김치청국장 지짐과 막걸리…. 배가 불러온다. 긴장이 풀어진다. 삶이 나른해진다. 막바로 집에 들어가면 몇날 며칠이고 잠에 곯아 떨어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집에 갔느냐고??

현실을 보라. 몇날 며칠이고 잠에 곯아 떨어질 수 있을까. 삶이 그렇게 녹록하기만 할까. 내일 아침도 이렇듯 긴장이 풀어진 채 뜨는 해를 맞을 수 있을까. 이 복잡한 도시에서, 이 복잡한 삶에서, 이 복잡한 세상에서….

"익산떡!! 막걸리 한 병 추가!!"라는 외침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배가 부른데 어떻게 막걸리를 또 마시느냐고?? 허허…막걸리의 그 깊은 속성을 몰라서 하는 소리. 가서 빼면 된다. 생맥주처럼…. 물론 생맥주는 빼고 나면 바로 배가 가라앉고 허기가 지지만, 막걸리는 그렇지 않다. 배는 가라앉되 허기는 지지 않는 깊고도 진정한 술세계의 예술.

익산떡 싱긋이 웃으며 슈퍼마켓으로 달려간다. 그 사이 화자와 동행은 부리나케 배를 비운다. 이쯤되면 3병+2병은 너끈하다. 익산떡 미리 알고 대처한다. 손에 들려 있는 두병의 막걸리.

임 부장이 인사를 건넨다. "먼저 갑니다. 많이들 먹고 가쇼." 탁자를 보니 소주 두 병이 비워진 채다. "예, 조심히 가세요. 또 뵙겠습니다!!"

기분이 좋아진다. 이게 사는 거 아니겠나.
<다음호 계속> 정서룡 기자 sljung99@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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