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종묘공원에서 어르신들의 머리를 깎는 이유는?
그들이 종묘공원에서 어르신들의 머리를 깎는 이유는?
  • 승인 2006.03.2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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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사람들-' 매월 이미용봉사활동 현장

매월 넷째주 목요일, 종묘공원에 가본 사람들은 봤을 것이다. 공원 입구 팔각정 바로 앞에 설치된 한 임시 천막안. 그 안에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 벌어진다.



남녀 미용사들 20여명이 천막 안에서 어르신들의 머리를 깎느라 땀을 흘린다. 밖에는 수십명의 어르신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바로 `아름다운사람들의모임`(이하 아사모, 회장 강병식)이 펼치는 이미용 무료봉사현장이다.
일제시대의 식민지와 처절한 6.25 동란을 겪었고, 보릿고개와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가난했던 시절에도 후세들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희생한 어르신들.

아사모는 지난해부터 이곳 종묘공원에서 자원봉사 이미용사 100여명과 함께 매월 넷째주 목요일만 되면 어김없이 봉사활동을 펼친다.

이들이 하루에 머리를 깎아 드리는 어르신들만 해도 400여명. 하루 봉사에 나선 이들의 수효가 20여명에 이른다는 것을 감안할 때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약 5시간 동안 미용사 한 명이 20여 어르신들의 머리를 깎고 있는 셈이다.

아사모의 이미용 봉사 활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매월 첫째, 셋째주 월요일엔 영등포 쪽방촌에서, 넷째주 월요일엔 아사모의 안산 사무실에서 봉사활동을 펼친다.

또 격월 첫째주 화요일엔 선한이웃간병센타와 경성한방병원, 둘째주 목요일 인천 은혜병원(치매정신병동)에서 봉사활동을 펼친다.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강병식 회장은 "마땅히 쉴만한 문화공간이 없어, 같은 마음을 함께 할 친구를 찾아 탑골 공원이나 종묘공원에 모이시게 되고 또 가족에게 버려진 어르신들 역시 홈리스가 되어 사회의 어두운 면을 채우고 있다"며 "나이가 들면서 건강을 잃어버리거나 치매로 인해 병원에서 남은 여생을 살아가시는 어른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얘기한다.
삶의 의미를 상실한 어르신들에게 희망과 위안을 드리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아사모는 소록도 봉사활동을 통해 서로 알게 된 기독 시각장애인 10여명이 2002년 12월 결성했다. 장애인으로 살아오며 느꼈던 설움과 좌절을 떨치고 자신들보다 더 소외된 이웃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자며 의기투합한 결과였다.

아사모 회원들은 매주 정기적으로 봉사에 나선다. 불편한 몸에도 아랑곳없이 사회 구석구석 자신들보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섬긴다.



아사모 회원중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침술선교회는 지역 교회와 그 인근지역의 노인이나 환자들을 대상으로 안마, 침술을 통해 건강의 회복과 치유를 위한 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매월 첫째, 셋째 월요일엔 영등포에 위치한 광야교회에서 노숙자들과 그 주변 쪽방 주민들을 대상으로, 둘째,넷째 월요일은 아사모 사무실에서 안마와 침술과 교정을 해주고 있다.

그리고 해마다 수시로 소록도를 방문하는 일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 곳에 살고 있는 700여명의 주민들은 평균연령이 70세 이상인 고령자들. 아사모는 그들의 가정을 방문하여 이미용봉사, 전기용품수리, 목욕서비스, 도배, 말벗, 청소와 방역, 위로공연, 자녀로의 결연, 반찬 만들기 등의 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전국의 12개 소년원 중 유일하게 여자청소년들의 수감소인 안양의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에서 절도, 폭력, 본드 흡입, 마약 등 비행명으로 인해 수감되어 있는 여자청소년들의 자아정체성 회복 및 퇴원후의 생활 지도,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도움 제공 및 자립 지원 등을 실시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퇴원생들의 생활 안정과 지도를 위해 쉼터, 생활공동체, 미용실 등의 계획을 세워 놓고 있으며 현재는 안양에 `예향이네 집`이라는 생활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봉사활동을 위해 아사모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은 바로 재정문제이다. 회원들의 회비와 일부의 후원으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많은 사역들을 감당해 나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다. 이러한 일들을 해 나가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것은 모두 강회장의 몫이다.

강 회장은 자신의 집 근처에 텃밭을 일구고 있다.
매일 아침 아내와 함께 텃밭에 나가 자신이 심은 고구마, 배추, 고추, 호박 등을 수확해 이를 팔아 아사모의 운영비와 활동비를 충당해 나가고 있지만 힘에 겨운 상태다.

참기름 짜는 기계를 제작하는 일을 하는 강회장은 사실 IMF때조차도 어려운 줄을 몰랐다. 하지만 요즘은 IMF때보다 더욱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자신의 사업의 어려움보다는 자칫 아사모의 봉사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이처럼 어려운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인 후원을 해 주는 작은 손길들이 있기에 아사모의 어려운 이웃들을 향한 봉사의 손길은 계속되고 있다.

강 회장은 "회장으로서 제가 하는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후원자나 봉사자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정서룡 기자 sljung99@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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