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서울> 사랑의 편지쓰기 응모작-엄마가 아들에게 (1회)

아들아!!

올해는 유난히도 여름이 빨리 와서인지 가방을 둘러멘 네 어깨가 많이 지쳐 보인다.
무더운 한낮에 더운 교실에 앉아 땀 흘리며 공부하는 너를 생각하면 한쪽 마음이 싸아하게 저려온다.
요즈음 우리 아파트 일층 베란다에 뻗어 오른 포도덩굴 보았지?

엄마가 얼마 전에 거기에 매달린 포도송이를 일부러 보라고 했었는데 같이 바라본 기억나지?
올해 처음으로 열매를 맺었는데도 알알이 들어박힌 포도송이가 얼마나 빨리 영글어 가는지 매일 바라볼 때마다 새롭단다.

그런데 너도 그렇게 빨리 자라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요즈음 엄마 키보다 훌쩍 자라난 너를 바라볼 때마다 엄마는 참 감사해. 네가 태어났을 때 엄마 아빠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넌 상상도 할 수 없을 거야.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거든.

거기다 네가 방긋 웃어줄 때면 그 어떤 것도 부럽지 않았어.
옹알이를 하고 엄마를 알아봐 주고 기어 다니며 말썽을 부릴 때도 마냥 예쁘기만 했단다.

그 작은 입으로 ‘엄마’ 하고 불러주었을 때 엄마는 눈물이 다 났단다. 서투른 걸음걸이로 한 걸음을 떼어 놓던 날 여기저기에 전화를 걸어서 내 아들이 걸었노라고 동네방네 자랑을 해대던 기억도 선하다.

세발자전거를 졸업하고 보조바퀴가 달린 두발 자전거를 탔을 때, 보조바퀴를 떼어내고 두 바퀴 만으로 신나게 골목길을 달리는 모습을 보며 엄마 아빠가 널 얼마나 대견해 했는지 아니?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던 날 엄마도 같이 일학년이 된 기분으로 정말 자랑스럽게 학교교문을 들어섰었단다. 친구들과 어울려 엄마는 안중에도 없이 신나하는 너를 보며 하나도 서운하지 않았어.

지금 되돌아보니까 네가 자라나면서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기쁨과 감사할 것들을 많이 가져
다 주었는지 헤아릴 수가 없더구나. 너를 기르면서 엄마 아빠는 참으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고 깨달으며 어른이 되었단다.

이 세상에는 부모님의 은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식의 은혜도 있단다. 네가 태어나 자라나면서 우리에게 안겨주었던 그 많은 기쁨들은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값진 것들이란다. 그래서 엄마는 자식의 은혜를 아는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단다.

<이 글은 최인영님이 지난해 아들에게 쓴 편지입니다. 동생인 최원경 님이 `위클리서울-사랑의 편지쓰기 마당`에 보내와 게재를 결정했습니다. 편지를 보내준 최인영-최원경 자매님에게 감사드립니다. 글 내용이 한 회에 모두 싣기에는 많아 몇차례로 나누어 연재할 계획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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