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서울> 사랑의 편지쓰기 응모작 '아들에게' 2회

아들아.

새 학기를 맞으면서 너희 학교에 다녀왔다. 정기총회를 마치고 각 반으로 들어가 너의 책걸상에 앉아 보았다. 많은 것들로 지쳐 있는 너의 마음의 무게가 그대로 전해져서 후두둑 눈물이 떨어지더구나.

이런 저런 생각으로 또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가득 찬 네 눈망울이 생각나서 마음이 너무 아팠단다.
아직 어른이 되기도 전인데 경쟁의 대열에 끼어서 초록으로 물드는 아름다운 바깥풍경을 거의 보지 못한 채로 교실에 갇혀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까웠어.

이맘때면 개울물이 얼마나 투명한지 그 물에 발을 담그면 또 얼마나 시원하고 가슴이 후련해지는지, 돌멩이 사이로 헤엄치는 피라미는 얼마나 어여쁜 빛깔의 비늘로 단장되어 있는지 너에게 마음껏 느끼게 해 주고 싶은데 그럴 시간을 가질 수가 없구나.

유월의 숲 향기가 얼마나 향긋한지, 숲길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다람쥐의 앙증맞은 눈망울이 얼마나 귀여운지, 바람이라도 불어올 양이면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가 얼마나 청아하고 고운지, 보이지 않는 오솔길의 저 너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상상해 보는 여유도 갖게 해 주고 싶은데 왜 이다지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것일까?

뭉게구름이 하나 둘 생겨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재미, 귀를 가만히 기울여 온갖 산새들의 고즈넉한 지저귐을 듣는 기쁨, 비 오는 날 처마를 두드리는 빗소리가 가져다주는 여유, 해 저무는 논두렁에서 들려오는 개구리들의 합창을 들려주고 싶은데 안타까움으로 애만 탈 뿐이다.

작은 가슴에 쌓인 아픈 상처들을 풀어내 놓을 시간도 얻지 못한 채로 학교공부에 지친 내 아들이 무거운 가방에 눌려 현관문을 들어서면, 엄마보다 훌쩍 커버린 아들을 가만히 안고 엄마는 기도한다. ‘하나님 이 아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삶 속에서 어떤 시련을 만날지라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힘을 주시고 그 시련을 통과하면서 단단하게 성숙한 청년이 되어서 세상은 살아볼만한 일들로 가득하다는 비밀을 많이 많이 경험하는 아들로 자라나게 도와주세요.’라고.
 <이 글은 최인영님이 아들에게 쓴 것인데 동생인 최원경 님이 `위클리서울-사랑의 편지쓰기 마당`에 보내 온 것입니다. 편지를 보내준 최인영-최원경 자매님에게 감사드립니다. 글 내용이 한 회에 모두 싣기에는 많아 몇차례로 나누어 연재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이어 두번째 편입니다. 편지 첫번째 내용은 문화마당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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