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순간에 무너져버린 "과학계의 성수대교 사건"
일순간에 무너져버린 "과학계의 성수대교 사건"
  • 승인 2006.05.1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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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줄기세포 논문 '줄기세포 섞어심기'와 '논문 조작' 결합한 사기극


 
"과학계의 성수대교 붕괴 사건이다."
12일 황우석 연구팀의 논문조작 사건 등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한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가 수사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한때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수립한 것으로 발표했던 황우석 박사가 만들어 놓은 공적들이 한 순간에 무너진 것을 빗댄 말이다.
검찰은 황 박사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연구비의 업무상 횡령 그리고 생명윤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5개월 가량 진행된 지리했던 수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검찰은 김선종 연구원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와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적용했으며, 공동으로 연구에 참여한 이병천, 강성근, 윤현수 교수에게는 사기 혐의로 모두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2005년 이후에 황 박사팀에게 난자를 제공한 한나산부인과 장상식 원장에게는 생명윤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를 결정했으며, 200여만 원의 금품을 건네받고 유전자 지문분석을 검사한 이양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연구실장에 대해서는 배임수재 혐의로 국과수에 징계통보하기로 했다.
검찰에 따르면 황우석 박사팀의 줄기세포 관련 연구는 김선종 연구원이 단독으로 저지른 `줄기세포 섞어심기`와 황 박사가 진두지휘한 `논문 조작`이 결합한 사기극이었던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의 진실은 김선종 연구원이 줄기세포 배양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다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를 훔쳐 황 박사팀의 줄기세포 배양용기에 섞어넣기 했을 뿐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황 박사는 정부와 민간 후원단체 등에서 제공한 거액의 연구비를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연구용 난자를 불법 매입하는 등 부도덕한 행위를 저질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황 박사의 최측근이었던 서울대 강성근ㆍ이병천 교수와 한양대 윤현수 교수도 각각 수 천만원에서 수 억원대의 연구비를 빼내 챙긴 사실도 이번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 발표문에 따르면 황 박사는 2004년 1월 미국 제럴드 섀튼 교수의 연구실에서 한국에서 가져간 1번 줄기세포(NT-1) 관련 사진의 해상도가 좋지 않자 박종혁 연구원에게 전화를 걸어 "다른 줄기세포 사진도 괜찮으니 좋은 사진을 보내라"고 요청해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가짜 사진을 게재하는 등 논문을 조작했다.
황 박사는 2005년 논문에서도 줄기세포 갯수와 DNA지분분석결과, 테라토마(기형종) 형성, 배아체 형성, 면역적합성 결과 등 각종 데이터를 조작하도록 연구팀에 직접 지시한 혐의도 있다.
논문 조작으로 국민적 신망을 얻자 황 박사는 줄기세포 수립의 효율성과 실용화 가능성을 과장한 뒤 2005년 9월 SK와 농협에서 각각 10원억씩 20억원을 타냈다고 검찰이 전했다.
황 박사는 2004년 11월부터 2005년 2월 사이 허위 세금계산서를 이용해 정부지원 연구비 1억9천266만원과 신산업전략연구원의 연구비 5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2000년 10월부터 2005년 2월 사이에는 신산업전략연구원에서 받은 `소 구입비` 중 5억9200만원을 빼돌려 자금세탁을 거쳐 횡령했으며, 생명윤리법이 발효된 2005년 1∼8월에는 한나산부인과 환자 25명에게 난자제공 대가로 불임시술비 등 3800여만원을 불법 제공하기도 했다.
2005년 9월에는 국내에서 재미교포 강모씨에게 2억원을 지급하고 미국에서 2억원 상당의 달러를 되돌려받는 방법으로 환치기한 사실도 이번에 적발됐다.
황 박사는 2001년 6월부터 2005년 12월 사이 10만∼300만원까지 여야 정치인 수십명에게 154차례에 걸쳐 5490만원의 정치자금을 합법적으로 제공하고, 후원금을 낸 대기업 임원들에게 1400여만원 상당의 선물을 주기도 했다.
김선종 연구원은 2004년 10월부터 이듬해 4월 사이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를 몰래 가져와 서울대 줄기세포 2∼14번 배양용기에 섞어심기해 황 박사팀의 연구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연구원은 2004년 10월 서울대 줄기세포 2번(NT-2)의 배양이 갑자기 실패하게 되자 즉시 생명력이 왕성한 미즈메디병원의 줄기세포를 가져와 서울대 줄기세포 배양용기에 섞어넣기를 했는데도 황 박사팀이 이를 눈치채지 못하자 과감하게 후속 섞어심기를 감행했다는 게 검찰의 조사결과이다.
검찰은 김 연구원의 이런 범행 과정에 황 박사가 개입했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하는 등 강도높게 조사했으나 둘 사이의 공모관계가 확인되지는 않았다.
김 연구원은 2005년 8월 황 박사팀이 세계 최초로 실시하는 `개` 줄기세포 테라토마(기형종) 형성실험에서 개 줄기세포 시료가 부족하자 사람의 줄기세포 시료를 혼합하는 바람에 실험이 무위로 돌아가게 하기도 했다.
또한 검찰의 수사가 착수되자 미즈메디병원의 연구원들에게 수정란 줄기세포 반출 현황 등과 관련된 기록 등을 삭제토록 요청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병천 교수는 1999년 9월부터 2005년 12월 사이 허위 세금계산서를 이용하거나 연구 인건비를 지급한 것처럼 꾸며 정부지원금과 신산업전략연구원의 연구비 2억9600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강성근 교수도 2001년 10월부터 2005년 12월 사이 비슷한 수법으로 정부지원금 1억1200만원을 챙겼으며, 윤현수 교수는 연구재료를 구입한 것처럼 허위 계산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미즈메디병원의 개발비 5800여만원을 빼돌려 사용했다.
하지만 검찰은 논문조작 등에 대한 법률 적용은 사례가 없어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이인규 차장은 “형사책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학술논문 조작 등에 형사처벌한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고, 학계 자율적으로 내부 논쟁을 통해 검증되고 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황 교수의 경우 연구비 등으로 처벌받는 것을 감안해 (형사)처벌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황 박사팀의 줄기세포 연구와 난자매매 등을 집중 보도한 MBC 팀이 취재 과정에서 김선종 연구원 등을 협박한 것과 황 박사팀의 연구를 방해했다며 황우석 지지자 등이 제기한 각종 고발·고소 사건에 대해 검찰은 ‘공소권 없음’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팀이 취재 과정에서 취재윤리를 위반한 사실이 있지만 김 연구원이 처벌을 원치 않아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돼 공소권이 없다고 밝혔다.
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소추를 할 수 있으나 해당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에는 검찰이 공소할 수 없게 되는 범죄를 말한다.
또한 의 취재로 황 박사팀의 연구가 방해됐다며 제기한 고소건에 대해서도 검찰은 “언론사의 정당한 업무로 황 박사팀의 연구 방해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차장은 이날 수사내용을 발표하면서 “논문조작 행위는 국제적으로 (한국의) 생명과학의 신뢰를 손상했으며 과학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증가시켰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학의 정직성과 진실성에 대한 학계 전반의 성찰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이 차장은 이번 사건이 난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고 언급하면서 “과학계의 성수대교 붕괴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이순애 기자 leesa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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