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노조에 임직원 고용보장 약속, 경영적인 인수 준비 완벽 마무리

대우건설 인수가 재계의 화두를 모으면서 다소 생소한 기업 이름 하나가 눈길을 끈다. 바로 유진그룹이다. 유진그룹은 매출 5조원, 자산 5조5000억원의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불과 몇 달 사이 유진그룹이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유진은 1969년 그룹의 모태인 영양제과 설립 후 레미콘, 케이블TV, 시멘트, 주택건설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 온 37년 역사의 중견그룹이다. 하지만 특별한 브랜드가 부각된 적이 없는 B2B기업이라 일반인 사이에 잘 알려진 편이 아니다.



인수전은 본 입찰을 앞두고 막판 교통정리가 시작됐다. 인수전에 뛰어든 한화가 중도하차를 선언한데 이어 산업은행, 군인공제회 등 투자사들도 연이어 하차를 선언하며 예기치 못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또한 지난해 형제간 싸움으로 불거진 비자금 사태로 도덕적 신인도가 추락한 두산도 중도 하차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전문그룹, 강력한 인수의지

유진그룹의 최근 행보는 하나의 목표에 집중돼 있다. 바로 건설전문그룹으로의 변신이다. 대우건설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도 이 같은 비전 빨리 현실화하기 위한 방편 가운데 하나라는 게 유진측 설명이다.

실제로 유진은 과감한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비전을 확실히 하고 있다. 건설전문그룹이라는 ‘이상향’에 맞춰 모든 사업 분야를 재배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알짜배기로 소문났던 드림씨티방송과 브로드밴드솔루션즈를 CJ에 매각, 대우건설 인수자금을 조달하자 놀란 이가 적잖았다는 후문이다.

이로써 대내외에 강력한 인수의지를 재확인시켰다. 유진의 부채비율은 100%에서 81%대로 낮아졌다. 재무 구조의 건전성이 경쟁기업에 비해 월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진그룹의 비전은 미국의 벡텔과 견주는 세계적인 전문건설기업이다. 대외적으로 건설 관련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우선 우수한 재무적 투자자(FI)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금융지원 체계 확보에 나섰다. 더불어 설계, 감리, 엔지니어링, 물류, 건설소재분야의 세계 유수업체와 제휴 또는 M&A를 이미 추진 중이다. 유진의 계획대로라면 머지않아 한국은 전문성으로 똘똘 뭉친 글로벌 건설전문그룹을 갖게 될 전망이다.

유진그룹 CFO인 김종욱 사장은 “유진의 목표는 세계적인 건설회사 벡텔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건설전문그룹으로 성장하는 것”이라며 “기획에서 설계, 파이낸싱, 물류, 시공 등에 이르는 건설 관련 제반 업무를 유기적으로 통합해 PM(Project Management)사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원과 역량을 한군데로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사장은 “전문건설그룹으로 발전하기 위해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했다”면서 “유진은 대우건설의 해외기술력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 중동뿐만 아니라 국내 건설의 불모지로 여기는 세계 전역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아울러 PTL, 해외 자원 개발 등 사업 영역을 다각화할 채비를 마쳤다”고 강조한다.

지난해부터 이뤄진 레미콘 계열사 통합 작업도 건설전문그룹으로 가기 위한 중요한 수순 가운데 하나다. 유진종합개발과 유진기업 합병에 이어 최근에는 이순과 이순산업을 유진기업에 합병, 단일 레미콘 전문업체로는 세계 최대 수준의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와 함께 시멘트 및 콘크리트연구소를 건자재연구소로 통합해 R&D 역량을 확충하는 한편 세계유수 대학들과 산학협동 프로젝트도 추진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대한민국 건설-세계 제일로 가는 길’이라는 시리즈 광고를 선보이면서 ‘세계건설 1등과 한국건설 30등의 차이는 규모가 아닌 전문화의 차이’라는 다소 저돌적인 카피를 선보이기도 했다.

김종욱 그룹 전략기획팀 CEO는 “기획에서 설계, 파이낸싱, 물류, 시공에 이르는 건설 관련 제반 업무를 유기적으로 통합해 PM(Project Management)사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건설전문그룹”이라면서 “여러 산업에 핵심역량을 낭비하지 않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해당 분야를 선도하는 전문그룹들이 이미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건설업 노하우는 ‘시너지 효과’

전 계열사가 건설업과 관련된 업종으로 뭉쳐진 유진은 시멘트, 레미콘 등의 사업에서 얻어진 노하우를 대우건설 시공능력과 합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우건설을 중심으로 시멘트-레미콘-건설-물류까지 수직 계열화를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유진그룹의 관계자는 "대우건설에 사활을 걸었다. 유진 만이 대우건설을 인수하여 성장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이미 투명 경영을 통해 도덕성을 검증받았다. 특히 전문건설그룹이라는 점에서 대안인 것"이라고 말한다.



경영적인 준비는 이미 마무리 단계다. 대우건설 인수만 뜻대로 된다면 ‘방점’을 찍는 것이나 다름없는 형국이다.

유진은 대우건설 노조에 임직원의 고용 보장을 약속했다. 인수 후에도 구조조정보다는 우수 인력을 재활용하여 유진과 대우건설이 함께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고도의 인재 채용 전략이다. 사실 유진은 2004년 고려시멘트를 인수한 뒤 점령군을 파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의 고용을 그대로 승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스스로가 자생할 수 있도록 그룹차원에서 경영지원을 하는 정도였다는 것.

유진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에도 대우건설에 남아 정상화시킨 직원들이야 말로 진정한 대우인이다. 그들을 배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의 이 같은 고용승계 정책이 대우노조 우리사주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타 경쟁사에 인수되면 고용불안을 느껴야 하는데 유진이 인수할 경우 고용 불안이 해소된다는 점 때문에 이것이 오히려 강점이 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보여주고 있는 변신의 속도는 숨이 가쁠 지경이다. 37년 역사 가운데 최근 2년간의 움직임이 가장 역동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설전문그룹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사업구조를 재배치하고 재무구조도 혁신했기 때문이다. 부채비율은 100% 아래로 떨어지고 ‘실탄’은 든든해졌다. 사회공헌활동 역시 질적·양적 측면에서 뒤지지 않는다. ‘다윗’ 유진이 비상을 꿈꾸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다양한 사회공헌활동도 눈에 띈다. 장애아 및 저소득 맞벌이 계층을 위해 사회복지법인 유진소사복지재단을 설립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각 지역 계열사를 통해 각종 후원, 기부, 기금 전달 등에 후한 인심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룹 유재필 회장 자신의 취미이자 비인기종목인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후원활동에 열심이다.

전문건설그룹으로 거듭나는 유진, 그 방점을 대우건설에 인수에서 찍게 될 것이다. 박정섭 기자 jspa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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