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닭백숙을 가운데 놓고 치러진 큰 여자의 생일잔치
토종닭백숙을 가운데 놓고 치러진 큰 여자의 생일잔치
  • 승인 2006.06.2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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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숭인동 길레스토랑 익산떡의 육자배기로 풀어내는 情

익산떡 반갑게 맞는다. 네 명의 인사들도 속속 도착한다. 잠시 뒤 드디어 식탁 위에 오른 토종닭. 두 다리를 하늘을 향해 한껏 벌린 그 놈은 이전 것보다도 더 커 보였다. 익산떡이 투박한 손으로 사지를 찢어준다. 다리 하나가 작은 여자에게 건네진다. 미안하다는 표정 한 번 짓지 않고 덜컥 받아 커다랗게 한 입 뜯는 작은 여자. 얼굴에 화색이 돈다.

"어때…맛있어?" "응…."

남은 다리 하나를 뜯어 큰 여자에게 건넨다. 큰 여자 사양한다. 그래도 넘겨준다. 오늘의 주인공 아니신가. 막걸리 대신 소주로 생일 축하 건배!! 큰 여자 다리의 살점 일부만을 뜯어낸 뒤 나머지는 다시 원위치 시킨다. 나눠 먹자는 것이다. 포크와 젓가락을 이용해, 몸통 살을 뜯어 입에 넣는다.



어라? 그때 그 맛이 아니네…. 살이 폭폭하게(표준말로 `뻑뻑하게` 맞나?) 느껴진다.

이번엔 날개를 뜯어 먹어본다. 조금 낫다. 다른 자리에 앉은 손님들이 부러운 눈으로 만찬장을 훔쳐 본다. 괜스레 미안해진다.

처음 참옻토종닭 만찬 때 자리에 함께 했던 일행 중 한 명에게 물어본다.
"이거, 저번 것 보다 폭폭한 거 같은데…."
그 역시 동의한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아마 냉동을 시켜놔서 그런 걸 거야."

큰 여자도 맞장구를 친다.
"맞아요. 원래 생닭은 바로 끓이면 살이 부드러운데, 한 번 냉동을 시키면 폭폭해지는 거에요."

이런 제길, 화자만 모르고 있었나보다. 처음 맛보았던 참옻토종닭 생각이 간절하다.
익산떡, 얘기를 들었나보다. 냉동하면 원래 그렇다고 한마디 더 거들고 나선다.
신김치가 나온다. 폭폭한 부위의 살은 마늘, 고추 등과 함께 신김치에 싸먹으면 훨씬 낫다. 이미 경험이 있던 터다.

큰 여자와 작은 여자, 그래도 맛있다면서 열심히 먹는다. 고맙다. 소주잔이 연신 기울여진다. 그리고 이내 찹쌀죽이 나온다. 다시 이어지는 하얀 만찬.
그리고 어느 순간, 작은 여자 젓가락을 놓는다. 그러면서 한마디 한다.

"이제, 국수 먹어야지…."
배가 부르고도 남을 법 한데 아랑곳 않는다.
"배 부르지 않아?" "아니."
단호한 답변이다. 큰 여자 웃는다. 일행들이 웃는다. 익산떡도 웃는다. "아줌마가 맛있게 끓여줄게잉…." 작은 여자 얼굴에 웃음기가 번진다.

작은 여자는 그날 2인분은 될 정도로 양이 많은 국수를 다 해치웠다. 그러면서 하는 말 "이 집 국수가 두 번째로 맛있어." "그럼 첫 번째는 뭐야?" "그건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조개 국수."

그날 만찬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 날의 주인공 큰 여자는 생각보다 그리 많이 먹지 않았다. 그래서 약속했다. "다음 번에 참옻토종닭 한 번 다시 같이 먹자…."

하지만 그 다음 이어진 참옻토종닭 만찬에 큰 여자와 작은 여자는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했다. 갑자기 생긴 일로 시골에 내려갔다가 토종닭을 잡아 온 익산떡 덕분이었다. 대신 다른 일행들이 포식을 했다. 그리고 참옻토종닭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호 계속) 정서룡 기자 sljung99@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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