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숭인동 길레스토랑, 익산떡의 육자배기로 풀어내는 情

<지난호에 이어서>
그래서 이 글을 쓰던 도중 다시 들러 물었다.

"익산떡 사장님, 가스통 들었던 거 사실이야?"
"사실이고 말고…."


#지금은 철거되고 없는 삼일아파트

더 이상 물어볼 필요도 없다. 익산떡 뒷얘기 줄줄 풀어져 나온다. 이게 원래 익산떡 스타일이다.

일단, 익산떡 삼일아파트에 살았던 거 맞다. 오래 살았다. 좀 지난 얘기인줄 알았는데 작년 여름까지 살았다. 가스통 사건도 지난해 일이다. 익산떡, 주민 비상대책위에서 총무 맡았던 것도 맞다. 이 과정에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끝까지 항거(?)하며 남아 있었던 삼일아파트 주민들 수다.

"몇 가구나 남아 있었어요?"
14가구란다. 생각보다 단출하다. 비대위에 위원장도 있고 총무도 있었다고 해서 규모 꽤나 큰 줄 알았는데…. 그렇다고 실망할 일은 아니다. 일단, 중간에 떠나간 다른 주민들에 비해 끝까지 남아서 투쟁했다는 게 그렇다. 그리고 운동사에 기록될 것 까지는 없겠지만 나름대로 혁혁한 투쟁야사도 많다. 물론 이날 익산떡이 전부 들려준 것들이다.

하나는 오물통 투척사건이다.

"왜, 시위할 때 분뇨 등을 던지는 것 금지돼 있잖여…."
"아, 그래요?"

화자, 몰랐던 사실이다.

"그것도 몰랐어?"
"그래서요…."

그래서 머리를 썼단다. 물론 비대위의 상부단체격인 빈민철거민연합에서 귀뜸해 준 것이기도 하지만…. 바로 꿩 대신 닭을 이용하는 것이다. 분뇨 대신 썩은 음식물 쓰레기를 병에 담아 용역직원들에게 투척하는 것이다.

비대위 사무실은 아파트 3층에 있었다. 호시탐탐 강제로 철거를 집행하려는 용역직원들 때문에 난간마다 철조망을 쳤다. 2층 계단에는 육중한 무게의 철문 바리케이트도 쳤다. 이 아이템도 익산떡이 낸 것이란다.

용역직원들이 들이닥친다는 정보가 입수됐다. 1층에는 다른 주민들이 나가서 이들의 진입을 봉쇄했다. 하지만 그들로는 무리다. 밀고 들어오면 힘 없이 밀릴 수밖에 없는 힘없는 주민들. 그래서 2층 계단에 철문을 설치했는데, 결과는 대성공.

실패하고 돌아간 용역직원들. 며칠 뒤엔 다른 이들이 시위 현장에 나타났다. 바로 용역회사에서 고용한 장애우들이었다.

"그것들이 왜 장애인들을 썼겄어. 뻔 하잖여. 살짝만 몸 싸움이 일어나도 금방 넘어져 버리는 게 장애인들인데 그걸 약점으로 잡아서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이었지."

사실 요즘 일부 철거현장에서는 공공연히 장애우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유는 익산떡의 설명속에 담겨져 있다.

그런 와중에 가스통까지 등장했다는 게 익산떡의 설명이다. 물론 가스통을 실제로 사용하진 않았다. 그냥 엄포용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익산떡은 쉼터를 내주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과정에 약간의 보상도 주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게 가스통 투쟁의 결과인지,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받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음호 계속> 정서룡 기자 sljung99@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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