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홈런왕 이어 일본에서도 홈런왕 새 역사 가시권...남은 건 미국


화려한 전반기를 마친 요미우리 이승엽(30)이 일본은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까지 관심을 갖는 등 야구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이른바 실력-인기-주가 등 모든 것을 갖춘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삼성 시절이었던 지난 2003년 56호 아시아 최다홈런 신기록을 달성한 이후 일본 진출 3년 만에 일본 최고의 야구선수로 우뚝 선 것이다.

홈런 1위 등 공격 전부문 상위권 들어 최고타자 등극

첫 번째는 실력. 이승엽의 요미우리 이적과 함께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 요미우리의 중심타자로 센트럴리그의 집중표적이 될 것이고 요미우리 내부의 배타적이고 오만한 독특한 팀 분위기에 적응여부도 회의적이었다. 압박감이 이승엽을 옥죌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보란 듯이 모든 난관을 뛰어넘었다. 이승엽은 한 경기에 결장했을 뿐 88경기에서 모두 4번 타자로 뛰었다. 연일 홈런포를 날려 팀의 초반 상승세를 이끌었고 팀이 부상선수 속출로 부진에 빠졌을 때도 ‘고군분투’했다.

리그 홈런 1위(29개)를 필두로 센트럴리그 타격 3위(.323), 최다안타 2위(109개),타점 4위(64개), 득점 1위(70개), 장타율 2위(.638)로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서 상위권에 랭크되며 일본진출 3년만에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섰다. 외국인 선수로는 3번째이자 통산 70번째 요미우리 4번 타자라는 타이틀이 전혀 부끄럽지 않은 성적이다. 이젠 이승엽의 실력에 딴죽을 거는 이는 없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상 처음으로 한국의 홈런왕이 일본서도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새 역사를 쓰는 일도 이제 꿈이 아니다.

아울러 팬들의 절대적인 인기를 받으며 요미우리의 간판선수가 됐다. 이승엽은 요미우리 70대 4번타자로 기용된 후 유난히 말조심을 했다. 홈런을 쳤지만 거만하지도 않고 항상 팀 승리를 연관시켜 말을 했다. 실력있고 겸손한 4번타자에 동료선수들이 먼저 높은 점수를 주었다. 실력있다고 거만하게 구는 외국인이 아니었다. 팬들은 이런 이승엽에게 많은 박수를 보냈고 이승엽은 이제 요미우리의 상징이 되고 있다.

일본야구 적응력이 정상 자리 오른 비결

2004년 일본 진출 이후 해가 거듭될수록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 이승엽. 정상의 자리에 오른 그의 비결은 뭘까.
가장 큰 원인은 일본야구 적응력을 들 수 있다. 이제 3년째에 접어들며 일본 야구가 어떤 것인지 확실히 알게 된 것이 불방망이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승엽이 일본 야구를 속속들이 꿰뚫고 있다는 증거는 여러가지다. 우선 빠른 카운트에서의 승부가 늘었다. 이승엽은 올시즌 전반기 초구 타율이 무려 6할에 이른다. 지난해 3할4푼1리보다 2할6푼 가량이 높아진 수치다.

보다 중요한 것은 공략 비율이다. 이승엽은 지난해 시즌 내내 초구를 44번 공략했다. 올시즌엔 벌써 45번을 쳤다. 이미 지난해 수치를 크게 넘어선 것이다.
초구에 과감히 방망이를 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의 볼배합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지난 2년간 끊임 없이 이승엽을 괴롭혔던 변화구 공략 능력도 향상됐다.
이승엽은 퍼시픽리그와 교류전서 무려 3할8푼9리나 됐다. 직구 타율 3할4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물론 이런 경향은 센트럴리그 팀들과 경기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 역시 일본 배터리의 볼 배합이 머릿속에 완전히 입력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승엽은 지난해 김성근 전 감독(현 지바롯데 코치)와 만난 이후 거의 매일 특훈을 함께 했다. 경기 후 김 코치와 1대1로 타격 훈련을 하며 단점을 보완했다.
다시 곁에서 훈련을 지켜봤던 통역 이동훈씨는 "아무 말도 없이 계속 타구음만 들려왔다. 긴장감과 침묵, 가끔 공포스럽기까지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이승엽의 좌우명처럼 이때 흘린 땀은 시간이 갈 수록 큰 힘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승엽은 올시즌 크게 나눠 세가지 타격 폼을 선보이고 있다. 오른 다리를 들었다 놓으며 힘을 싣는 것이 기본형이다. 다리의 위치 등 작은 변화는 있지만 큰 틀은 역시 외다리 타법이다.

그러나 투수 유형과 경기 상황에 따라 변화를 줄 때가 있다. 두 다리를 모두 붙이고 치는 기마형, 팔로스루 마지막 순간 왼손을 놓고 오른 팔을 크게 치켜 올리는 만세 타법을 섞고 있다.

지난해부터 생긴 변화다. 기마형은 특정 좌투수 상대, 만세형은 타구를 띄우고 싶을때 쓴다. 모두 지난해 특훈을 통해 몸에 익힌 것들이다.

일본 언론은 시즌 초 이승엽이 세가지 무게의 방망이를 쓴다며 `삼도류(三刀流)라는 표현을 썼다. 세가지 폼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으니 시즌후에는 `삼태류(三態流)`라는 수식어가 붙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승엽의 전반기를 이야기 하며 하라 요미우리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하라 감독은 이승엽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주며 든든한 후원자 노릇을 하고 있다. 부상만 아니면 경기 출장 여부를 놓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지난 2년간 경기 상황에 따라 벤치를 지키는 일이 적지 않았던 이승엽 입장에선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다.

거듭된 출장은 기량 향상으로 이어졌다. 타격 페이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정신적인 안정감까지 얻게됐다.

50홈런 달성 후 메이저리그 진출

요미우리 이승엽(30)은 전반기 88경기에서 29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경기당 0.33개의 페이스다.

50홈런은 홈런왕의 유력 수치다. 그 뿐 아니다. 숫자가 주는 의미가 각별하다. 요미우리 선수로는 오 사다하루(소프트뱅크 감독),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만이 달성한 갯수다.

요미우리가 남겨 놓고 있는 경기는 이제 57경기. 수치 상으로는 19개의 홈런을 더해 48개까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조금 더 욕심을 내면 50 홈런도 충분히 가능하다.

숫자놀음만이 아니다. 이승엽이라면 충분히 50개의 홈런이 가능하다.
이승엽은 인기와 실력이 따라주니 주가(몸값)는 당연히 상종가를 치고 있다. 요미우리 와타나베 구단회장은 내년시즌 이승엽의 잔류지시를 내렸고 메이저리그에서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이미 몇몇 메이저리그 구단은 이승엽에 관한 모든 조사를 마치고 시즌이 끝나기만 바라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요미우리와 메이저리그 구단간에 치열한 ‘이승엽 쟁탈전’이 예상된다. 이미 연간 500만 달러를 웃도는 몸값이 형성돼 있다. 또 마쓰이가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 입단할 때 3년간 2100만 달러를 받았던 수준의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승엽으로선 양손의 떡을 쥐고 행복한 고민을 하게 생겼다. 지금 이승엽보다 행복한 야구선수가 있을까? 최일성 기자 choice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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