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연재> 고홍석 교수의 산내마을 '쉼표찾기'

`Weekly서울`이 연재하고 있는 `쉼표 찾기`는 오랜 학교생활과 사회활동 후 안식년을 가졌던 전북대 농공학과 고홍석 교수가 전북 진안군 성수면 산내마을에 들어가 살면서 보고 느낀 점들을 일기 형식으로 적은 것이다. 고 교수는 2004년 3월 전북 전주시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이 한적한 산내마을로 부인과 함께 이사를 갔다. 고 교수의 블로그에도 게재된 이 글들은 각박한 삶을 살아내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아주 좋은 `쉼표` 찾기가 될 것이다. 고 교수는 `Weekly서울`의 연재 요청에 처음엔 "이런 글을 무슨…"이라고 거절하다가 결국은 허락했다. `쉼표찾기`를 위해 산내마을에 들어간 고 교수는 지금도 시끄러운 정세와 지역현안들로 바쁜 사회참여활동을 하고 있다. <쉼표 찾기>를 통해 산내마을에서의 생활과 사회를 보는 시각을 적절히 섞어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Weekly서울`은 고 교수가 부인과 함께 산내마을로 이사를 가기 직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쓴 모든 글과 사진들을 거르지 않고 연재하고 있다. 때론 낙엽지는 시기에 새싹 피어나는 이야기를, 눈 내리는 한 겨울에 여름 무더위 이야기를 접하는 일도 있겠으나 그 또한 색다른 재미가 될 듯 싶어 빼놓지 않고 게재한다.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편집자주>

마이산 댕기풀이 아직까지도 시집 못가고 (6/1)

뒤안에 꽃밭을 만들고 맨드라미, 색동호박, 봉선화, 신경초, 강낭콩, 나팔꽃, 분꽃 씨앗을 뿌렸는데 잠에서 깨면 가장 먼저 움이 트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아침 첫 인사다. 아내가 부엌일을 할 때 뒤안으로 난 창문으로 꽃을 보며 가사노동을 하면 조금이나마 힘이 덜어질 것으로 생각하였던 것이라 빨리 꽃이 번졌으면 하는 마음에 안달이 난다. 지난 주말에 비가 오고 나니 드디어 흙을 뚫고 싹이 돋아났다. 처음 씨앗을 뿌릴 때 기억을 해 둔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에 어떤 씨앗을 뿌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다, 떡잎은 생긴 모양이 비슷하여 떡잎만으로는 무슨 꽃으로 변할 지 구분되지 않는다. 내년에는 아예 뒤안을 들꽃으로 가꿔볼 생각이다.

오전에 마이산을 다녀왔다. 8월에 인도네시아 린자니(3,726미터) 트레킹을 다녀오기 위해서는 사전 훈련이 필요하다. 게다가 아내가 예년과는 달리 체력이 딸리는 것 같다. 당분간은 시간이 나는 대로 산을 오르기로 하였다. 나 역시 산을 오르고 나서 혈당을 체크하면 거의 정상으로 나온다. 그만큼 당뇨병은 운동이 가장 우선이다. 마이산 탑사에 연등이 화려하게 걸려있다. 저마다 무슨 소원이 그렇게도 많은가. 하기사 민중들의 삶이란 항상 쪼들리고, 부족하고, 가라앉고, 한에 젖어 있으니 절대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들의 가슴에 맺힌 설움을 뚫어줄 것은 없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오르다보니 지난번 마이산 산행에서 만났던 댕기풀이 새로 잎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시집을 가지 못해 댕기가 그대로다. 세 갈래로 내려 땋은 댕기풀을 누가 풀어 줄 것인가. 농촌에는 장가가지 못한 총각들도 많은데….  


황장로님이 손을 봐주어 대문 위의 넝쿨 장미가 그런 대로 멋있어졌다.


꽃씨를 뿌려 놓은 뒤안에 떡잎이 나기 시작한다.


마이산 탑사에 연등이 화려하게 걸려 있다.


세갈래로 땋아 놓은 댕기풀. 새 잎이 났는데도 아직까지 댕기를 못 풀어서 시집을 가지 못했다.


전망대에서 바라 본 마이산.


전망대






마이산 산행에서 마주친 들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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