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한 앵커 지목 "삼성 로비스트" 삼성측 "모두 사실 아냐"

지난달 14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 김병현 검사로부터 "X파일 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 아닌,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구형받은 이상호 MBC 기자가 최초로 구찌 핸드백 로비사건과 X파일 보도에 관한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3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태평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시사저널> 기사 삭제 사태를 계기로 본 삼성과 언론`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비화를 공개했다.

이 기자는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며 "삼성 독재 치하의 형식상의 민주주의"라며 "매년 선거에 누가 당선되고 이후에 누가 국회의원이 되든 삼성 이건희 독재체제는 온전할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모든 선거 이후에도 결과와 상관없이 삼성 이건희 독재 체제는 유지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에 대해서는 "삼성과 언론의 관계를 보면 확신할 수 있다"며 "이미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언론이 삼성의 손에 넘어가 삼성 이건희 일가의 기호에 따라 보여질 것만 보여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이 기자는 "쿠데타가 일어나면 군부가 가장 먼저 방송국과 언론을 장악하듯이 삼성 이건희 일가도 독재의 기초를 탄탄히 다져왔다"며 "삼성은 이건희 체제의 안기부격인 중앙일보를 확대 개편해왔고 그 탄력으로 이미 막대한 자본력으로 그나마 독립적인 언론들마저 대부분 집어 삼켜왔고 시사저널도 예외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편집국장도 모르게 삼성에 관한 기사를 일방적으로 삭제해 논란이 되고 있는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과 관련된 얘기가 담겨 있는 X파일 녹취록을 일부분 공개하기도 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금 사장은 중앙일보에 근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기자가 공개한 녹취록에는 홍석현 사장과 이학수 실장이 금창태 사장의 인사건과 관련 대화하는 내용이 아주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이 기자는 “금창태 사장이 이번 이학수 삼성 부회장 관련 기사에서 보인 행태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인간적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는 아주 ‘정당’한 것이었다”라고 꼬집었다.

이 기자는 또 MBC와 삼성과의 관계, 간판앵커였던 이인용 앵커의 삼성행에 대한 뒷이야기도 했다.

먼저 MBC와 삼성의 관계에 대해 "영향력 있는 제도 언론에 대한 삼성의 장악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며 "대부분 언론과 언론인이 한 발짝도 떼기 힘들 정도로 한 줄 기사도 출고시키지 못할 정도로 견고하게 장악이 되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2일, 당시 부국장이며 MBC의 간판이던 이인용 앵커의 전격적인 삼성행 발표와 관련해서도 "이건희 회장이 고대에서 경영학이 아닌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으려다가 학생들에게 봉변을 당한 지 불과 수 시간 만의 일이었으며 그 일(고려대 사태)이 발전하기 전에 상대적으로 좋은 이미지의 이인용 카드를 던져서 사태를 전환시키려 한 것으로 보였다"며 "하지만 어느 언론도 이러한 전격적인 발표 시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으며 나아가서 단 한 언론도 현직 언론인의 대기업 대변인행에 대해서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이 기자는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게 된 것에 대해 "X파일과 관련해서 진본이라는 것이 2중, 3중으로 모두 최종 확인된 상태에서 보도를 위해 내부진행중이던 중요한 시점에서 보도국 간부가 회장 대변인 격에 해당하는 홍보실 책임자로 옮겨간 것에 대해 언론이 침묵한 것에 대해 20여 일을 고민하다 삼성자본독재를 고발하는 `자본독재의 부활`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며 이인용 앵커의 삼성행을 비판했다"고 밝혔다.

글이 인터넷에 널리 퍼지면서 조직의 역풍을 맞았고 몇몇 선배들은 이 기자에게 "앞으로 옷 벗을 선배들이 많은데 네 기사 때문에 삼성에서 연락이 안 오면 어쩌냐라고 책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다른 한 앵커를 지목해 "삼성의 로비스트"라면서 삼성이 현역 언론인 개인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X파일 사건 당시 이 앵커 등이 자신을 "출세욕에 사로잡힌 패륜아"로 몰아갔고 그 결과 철저히 조직에서 고립되고 말았다는 이 기자는 "결국 패륜아가 취재해온 X파일은 보도될 수 없다는 논리로 6개월이 넘도록 X파일은 MBC의 전파를 탈수가 없었던 것이 실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기자가 이날 주장한 것이 사실이라면 삼성과 MBC는 물론 현재 MBC에 재직하고 있는 이 앵커에게도 엄청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은 전혀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며 "해당 당사자(금 사장, MBC 앵커) 등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나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청회에서 나온 내용 전반과 관련해서도 "대책 같은 걸 세울 필요가 있겠나"라며 "모든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달 14일 이른바 `안기부 X파일` 내용이 불법도청의 결과물인 사실을 알고도 보도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불구속기소돼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이 구형된 이 기자는 최후진술에서 "보도내용은 자본독재의 심각성을 드러내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항인데도 검찰이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무리하게 기자를 기소했다"며 "반헌법적 통신비밀보호법의 잣대로 재단한 검찰의 공소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기자의 선고공판은 오는 11일이다. 강성일 기자 steel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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