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제주도에 해군기지 2014년까지 완공' 강행 파문

 
해군이 제주 해군기지건설을 위한 로드맵을 작성, 오는 2014년을 완공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제주도민의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해 파문이 더욱 번지고 있다. 제주도내 시민단체들은 해군기지 강행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군의 일방적 군사기지 추진 중단을 요구하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일방적 밀어 붙이기

해군본부측은 지난달 30일 오전 제주시 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제주 해군기지건설 관련 민관 T/F팀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사업설명회에서 해군측은 제주 남방해역이 잠재적 해양분쟁이 예상되는 지역이고, 10억 배럴의 석유 등 풍부한 해저자원을 매장하고 있으며, 국가무역의 핵심 수송로이기 때문에 국가주권수호와 해저자원 및 해상교통로 보호를 위한 기동함대를 제주에 주둔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군은 특히 이 사업은 지난 93년 12월 화순항을 후보지로 전제한 최초 해군기지사업 소요제기 후 지난 95년 12월 대통령 재가를 통해 국방중기계획에 반영된 국책사업임을 강조했다.
해군은 이를 위해 지난 7월 제주해군기지추진기획단을 창설, 단장에는 부산 해군전략기지와 평택해군기지 건설 등 해군기지 건설 전문가인 강승식 대령을 임명했다.
이날 정옥근 해군 전략기획참모부장(소장) 등 해군본부 관계자들은“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예산이 지난 7월29일 기획예산처로부터 통과돼 5억9700만원의 예산을 배정받아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기초영향평가를 위해 전자입찰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군측은 기초영향평가가 끝나는 오는 11월말쯤 전문용역업체의 기초조사결과와 제주도 민관 T/F팀의 분석결과를 토대로 최종 후보지를 선정하고 오는 2007년 9월까지 대통령의 기본계획승인을 거쳐 오는 200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기지건설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군측은 특히 주민동의 절차와 관련 “해군기지의 문제는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제주도 전체의 문제이며, 주민동의라고 해도 도민 전체에게 물어보지도 못한다”고 전제한 후 “이미 5.31 지방선거에 출마한 세명의 후보가 모두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으며, 이는 투표를 통해 검증되었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다시 찬반투표를 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도민사회의 여론이 성숙됐다고 주장했다.
해군은 또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제주도 민간 TF팀의 자료요청에 적극 지원하는 등 김 지사의 당선자 시절 제주도와 해군간 의견 합의를 본 부분을 바탕으로 최적의 위치를 도출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주민들이 반대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민관 T/F팀의 질문에 대해 정옥근 소장은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고, 단장으로 임명된 강승식 대령은 한 발 더 나아가 “국가에서 추진하는 국책사업인 만큼 제주도에서 도민투표 등을 통해 찬반을 논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혀 도민 반대에도 강행할 뜻임을 강력히 내비쳤다.
또 해군측은 또 사업이 추진될 경우 토지보상과 어로권 제한 등은 법 절차에 따라 진행되지만 도민과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설명하고, 기지건설을 지역업체에 전량 배분하는 문제는 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해군측이 이미 건설업체 공고계획을 제주도에 공문으로 알리는 등 입찰업체 공고를 추진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와함께 해군은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방정부이지만 외교와 국방은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도 내비쳤다.
이 자리에선 민관TF팀 질의응답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관TF팀에 참석한 제주대학교 모 교수는 호주 시드니에서는 폐군함을 이용한 관광상품이 있다며, 해군측이 제주도에 폐군함을 제공해 입장수입을 제주도가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질문을 하거나, 이즈함이 지금 만들어졌느냐 등 사전 준비가 없는 질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또 다른 교수는 제주도민 전체가 해군기지를 찬성할 것이라고 말한 뒤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지역주민) 불만을 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며 조언을 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공군이 제기한 제주도내 탐색구조부대 건설에 대해서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공군이 추진하는 부대는 항공단이 아니라 소규모 부대가 필요하다는 것인데다 아직까지 방위산업청에 보고된 것은 없다”면서 “현재 공군은 알뜨르 비행장 관리 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며 , 공군에서는 안보, 전략환경에 따라 중기계획에 반영될 뿐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온 게 없다”고 밝혔다.
해군의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은 올해부터 2014년까지 9년동안 총 사업비 8000억원을 투입, 12만평의 부지에 부두 1950m 등 함정 20여척이 계류 가능하고, 7500명의 군장병과 가족 등이 상주하는 규모로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해군은 이를 위해 오는 9월부터 기본계획 및 영향조사를 위한 용역업체를 선정, 조사에 나서 오는 11월 중 후보지를 선정한 후 오는 2007년 9월까지 교통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지표조사 등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영향분석을 한 후 오는 2008년부터 본격적인 해군기지 건설에 나설 계획이다.

제주 소용돌이 속으로

이에따라 현재 도민사회의 현안인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도민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해군측이 변함없이 추진하면서 제주사회가 다시 한번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이와함께 해군측이 국책사업임을 들어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할 경우 공군 역시 제주에 공군기지 건설 명분으로 국책사업임을 들고 나오게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제주사회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제주도군사기지반대 도민대책위원회(상임 공동대표 대효. 이규배. 허진영. 정민구. 윤용택. 강순문. 김효상. 양동철)는 30일 오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반도 평화적착을 위한 핵심장소로서, 동북아시아의 교류와 소통의 가교로서의 역할을 지향하는 제주도에 군사기지 문제는 본질적으로 단호하고도 당연히 거부돼야 할 사안"이라며 해군기지 T/F 불참선언과 제주도의 군사기지 총체적 대응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해군기지 TF팀의 행보는 해군기지 유치를 전제로 여론을 수습하기 위한 의도된 절차에 불과하다는 의혹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들은 민관TF팀 구성의 공정성과 함께 위상과 역할마저 모호한 자문위원제도 등 운영상의 문제가 있다며, 해군기지 민관TF팀 참여 자체가 도정의 해군기지에 대한 사실상의 유치행보에 들러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민관TF팀 해체와 함께 군사기지 문제에 대한 제주도정의 총체적 대응을 촉구했다.

평화의 섬 제주 위해 예술인들도 나서
 
이 뿐 아니라 제주민예총을 비롯한 제주도 문화예술인들도 반대하고 나섰다. 제주도를 대규모의 전쟁기지로 건설하려는 정부의 계획은 제주도의 무한한 자원과 평화의 터전을 한순간에 뿌리뽑아 내팽개 치려는 계획이라는 것. 때문에 이들은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기 위한 희망을 듬뿍 담아 사업설명회가 열렸던 30일 밤 안덕면 화순리 해수욕장에서 문화제를 개최했다.
최근 제주평화포럼에 참석한 국제 석학들은 화순항을 군사기지로 만들지 말고 송악산과 연계시켜 국제미항이나 평화가든으로 개발하자는 발전안을 제시한 바 있다.
주최측은 "제주도에 군사기지와 제복에 길들여진 문화벨트가 형성되고 확장된다면 탐라 이래 축적되고 전승되는 전통적 가치체계와 문화정체성이 일시에 무너지게 될 것을 우려한다"면서 "그것은 곧 21세기는 문화가 국가경제의 주요동력원이라는 보편적 인식을 애써 외면하려는 정책 집단의 오판이 불러올 대재앙의 시초"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어쩌면 국가경쟁력, 제주의 생존 능력을 높이기 위해 지켜야 될 최소의 조건인 자원의 공동 이용과 평화적 활용을 방치한다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자신들 겨냥한 제주에 누가 오겠나!"

해군과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제효과론`에 대해서도 회의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제자유도시이자 관광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제주도 입장에서 오히려 경제적 효과를 위해서도 해군기지를 유치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오히려 관광이 위기에 빠지고 제주의 발전전략이자 비전인 국제자유도시가 난망해 질 수 있는 `역효과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8일 제주관광학회 주최 `2006년 제주관광학회 하계학술대회` 초청강사로 나선 송재호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장은 `제주관광, 정책기조 전환이 시급하다`란 제목의 강연을 통해 "제주관광의 50%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획기적인 임팩트(impact)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전세계적으로 최대 관광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시장을 우리의 시장으로 하는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며 해군이 추진하는 제주해군기지 `불가론`을 들었다.
송 원장은 "한·중간 항공요금 인하로 잃을 수도 있는 한국시장 몫 이상으로 제주도가 중국시장을 개척해내야 한다"며 "2020년 1억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되는 중국아웃바운드 시장의 1%만을 제주로 유치해도 그 규모는 100만명이 넘는다"라며 제주도 관광산업에 있어 중국시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제주의 외국인 관광객이 30만명 수준인 현실에서 중국시장이 의미하는 바는 너무나 크다"고 전제한 후 "이를 위해서 제주는 중국자본을 직접 유치해 차이나타운 형식의 관광단지를 조성하고, 중국관광객 유치 마케팅 자체를 중국의 개발자본으로 하여금 수행하도록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원장은 "실제 지난 5월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과 중국사회과학원 관광연구센터 사이의 협력과정에서 중국자본의 제주도 투자의사를 확인한 바 있다"면서 중국자본의 제주투자 가능성도 제기했다.
제주관광이 50% 도약을 위해 중국시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한 송 원장은 "중국을 제주의 시장으로 하려면 무엇보다 화순항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송 원장은 "중국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화순항 해군기지는 가상적국인 미국의 영향력 아래 제주가 있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여차하면 투자자본을 회수할 수 없음을 말하는 것이니 어느 중국자본이 제주에 투자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치·군사적 상황에 따라서는 자신들을 겨냥할 수도 있는 해군기지를 자신들의 코앞에 건설하겠다는 제주도에 어느 중국자본이 투자를 하고 관광을 하겠느냐는 의미심장한 지적이다.

특히 제주도와 제주발전연구원은 지금까지 향후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경제적 효과만을 중점적으로 분석해 왔으나 중국관광시장 상실에 따른 장기적인 경제적 역효과는 거의 외면해 온 상황으로 해군기지 건설 경제적 효과와 중국시장 상실에 따른 경제적 역효과 논쟁이 일 가능성이 예고되고 있다. 김창환 기자 kimc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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