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어린이기자>3박4일간의 제주여행 마지막 날

아침부터 청소기로 청소하는 소리와 바쁘게 움직이는 발소리가 들렸다. 벌써 제주 여행 세 번째 날이다. 나는 부랴부랴 일어났다. 재빨리 씻고 나니 아침 담당인 큰 아빠가 라면을 끓여놓으셨다. 온 가족들이 빙 둘러 앉아 라면을 먹었다. 이곳 제주에 온 이후 매일 아침은 이렇게 라면으로 때웠다.--; 식사를 마치자 마자 곧바로 움직일 준비를 하는데 늑장을 좀 부렸다.

오늘도 어제처럼 따가운 햇볕이 내리쬘터…. 선크림도 발랐다. 우리가 묵었던 별장 주변은 온통 감귤나무 밭이었다. 아직 익지 않은 감귤들이 새파란 색깔을 하고 매달려 있다. 특이한 것은 이곳은 집들도, 밭들도 전부 돌담이 있다는 점이다. 담들도 전부 처마 밑에 이를 정도로 높게 쌓여져 있다. 돌들은 구멍이 송송 뚫린 화강암들이다.


오늘 첫 번째 행선지는 한라산. 차에 오르기 전 꾸물거린다고 아빠에게 야단을 맞았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상태에서 차에 올랐다. 한라산 가는 길 내내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한라산에 무사히 도착했다. 영실휴게소라고 하는 곳이었다. 오는 길은 굉장히 구불구불 했다. 차가 힘이 모자라 기어오르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산에 오르기 전 화장실에 갔다. 그런데 화장실 옆에 있는 나무 위에 까마귀들이 엄청 많았다. 꽤 으스스 했다.


#한라산 능선에서 나

우리는 얼른 한라산에 올랐다. 아빠가 같이 가자고 하는 데도 나는 혼자 삐쳐서 앞장서서 마구 올라갔다. 나는 이전에도 아빠를 따라 산을 자주 다닌 편이다. 그런데 천천히 오르는 것 보다는 차라리 빨리 오르는 편이 훨씬 수월했다.

현승이는 너무 어려서 고모부께서 안고 오셨다. 그런데 힘이 드셨는지 중간도 안 돼서 멈췄다.


#환상적인 한라산 모습

그래도 우리는 계속 올라갔다. 큰 아빠와 큰 엄마, 그리고 엄마와 나, 아빠, 수빈이가 함께 올랐다. 거기서도 난 제일 앞장을 서 올랐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수빈이가 뒤처지기 시작했다. 결국 수빈이와 큰 엄마는 산을 내려가기로 하고 나와 큰 아빠, 아빠, 엄마만 올라갔다. 나는 엄마와 정상 전까지만 올라갔다. 아빠와 큰 아빠는 계속 올라가셔서 엄마와 난 수빈이와 현승이가 있는 계곡으로 내려 왔다. 계곡에서는 돌 맞추기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같이했다.


#영실휴게소에 서계시는 돌하르방님과 함께, 오른쪽은 사촌동생 수빈이

한참을 하다가 영실휴게소로 다시 내려왔다. 땀을 흘려서인지 기분이 상쾌해졌다. 그곳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동안 아빠와 큰 아빠가 내려와서 우리는 다시 차에 올랐다. 다음 코스는 용머리바위와 만장굴을 들른 뒤 제주도 동북부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점심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우리는 일단 용머리 바위가 있는 제주시 쪽으로 차를 몰았다.

가던 중에 도깨비도로가 나왔다. 도깨비도로란 착시현상으로 인해 내리막 길이 오르막처럼 보이는 곳이다. 우리는 차 시동을 끄고 가만히 있었다. 그랬더니 정말 차가 자기 혼자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게 아닌가. 너무 신기했다.

다시 제주시로 출발. 배가 엄청 고팠다. 제주시에 거의 다다를 무렵 얼마전 이곳에 와 본적이 있는 고모가 아주 맛있게 하는 버섯칼국수 집이 있다며 가자고 했다. 의견통일. 그런데 고모가 얘기한 근처를 아무리 차를 타고 다니면서 뒤져보아도 버섯칼국수집은 보이지 않았다. 포기. 결국 제주공항 쪽으로 나오다가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설렁탕집을 발견했다. 그곳으로 차를 몰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아주 오래된 집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현관 앞에 놓여있는 화환을 보니 문을 연지가 하루 밖에 지나지 않은 것이 아닌가.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음식 맛은 매우 좋았다. 설렁탕을 한 그릇씩 먹고 밖에 나오니 햇볕이 타는 듯 내리쪼이고 있었다. 차 안으로 들어가니 에어콘을 틀어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땀이 줄줄줄…. 하는 수 없지.


#용두암, 용머리바위는 잘 보이지 않네요.

용두암 쪽으로 이동을 했다. 용두암은 제주시내 해안가에 있었다. 그런데 얘기를 들었던 것에 비하면 초라해서 실망을 했다. 사진을 찍고 다시 차에 올랐다. 다음 코스는 만장굴. 한참을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데 해수욕장이 나왔다. 전날 갔던 중문해수욕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고 넓었다. 파도도 잔잔했다.


#만장굴 근처 조형물과 함께...

물은 엄청 투명했다. 마치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외국의 어떤 바다에 온 느낌이 들었다. 항상 시골 서해바다만 보던 내가 이런 바다를 보다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합덕해수욕장이라고 고모부가 알려주셨다. 잠시 내려서 구경도 하고 귤도 사먹으며 한껏 경치를 구경했다. 물놀이를 하고 싶었으나 시간이 없어서 다시 출바알.

그곳에서 약 20여분을 달려 만장굴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꽤 많았다. 동굴 안으로 내려가니 에어컨이 100대라도 있는 것처럼 엄청 추웠다. 그 곳은 껌껌하고 넓고 꽤 깊었다. 아빠가 그곳은 화산 활동으로 인해서 생긴 것이라고 하셨다. 그 곳은 얼마나 추웠던지 천장에서 물방울까지 뚝뚝 떨어졌다.


#만장굴에서 온 가족과...

밖에 나오자 다시 더워지기 시작했다. 어제 들렀던 계곡이 그리워졌다. 그래서 큰아빠와 아빠에게 계곡에 가자고 졸라댔다. 수빈이도 거들었다. 원래 동부 쪽으로 가서 배를 타거나 할 생각이었는데, 더운 날씨 때문에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나와 수빈이의 승리. 큰 아빠가 제주도가 고향인 사람에게 전화를 해 어느 계곡으로 가는 게 좋은지 물어보셨다. 전화를 끊더니 돈네코유원지 계곡으로 간다고 하셨다. 돈네코유원지는 우리 숙소가 있는 서귀포시 근처에 있다고 했다.

우리는 차에 올랐다. 그리고 거의 한시간을 넘게 달렸다. 가는 길에 조그마한 산들이 많이 보였다. 한라산도 보였다. 아빠가 조그마한 산들은 `오름`이라고 알려주셨다. 이름 모를 커다란 나무들로 이뤄진 숲도 지났다. 아주 멋진 풍경이었다. 

그리고 거의 저녁 무렵이 다돼서야 계곡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을 깨끗했다. 바위도 많았다. 물 속에 들어가니 몸이 떨릴 정도로 차가웠다. 그런데 견딜만 했다. 감기가 걸릴 까봐 조금만 놀다 나오라고 하시는 어른들의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한 시간을 넘게 물속에서 놀았다. 튜브에 몸을 실은 채 과자도 먹었다. 날씨 더울 때는 뭐니뭐니 해도 역시 계곡이 최고. 해가 졌다. 계곡이 아주 어두워졌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짐을 챙길 수밖에….

별장으로 돌아오는 길, 이마트에 들러서 이곳 제주도의 명물인 흑돼지 삼겹살을 샀다. 오늘 저녁 만찬을 흑돼지 삼겹살 구이였다. 흑돼지 삼겹살은 서울에서 먹던 어떤 삼겹살도 맛이 좋았다. 아주 쫄깃쫄깃했다. 어느덧 자정이 가까워오고 있었다. 어른들은 고스톱을 쳤다. 술도 마셨다. 잠시 구경을 하다보니 이내 눈꺼풀이 내려왔다.

제주여행 마지막날이 됐다. 오늘은 비행기를 타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날. 비행기는 오전 11시 30분에 출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일찍 일어나서 갈 준비를 했다. 이미 공항까지 갈 택시를 예약해둔 상태였다. 택시 시간에 맞춰야 했다. 택시 출발 시간은 오전 9시. 그리고 우리는 아빠 후배가 빌려준 차는 세차를 해두었다. 별장을 출발하려는데 아쉬움이 몰려왔다. 그래도 하는 수 없지. 공항을 가는 중간에 제주도의 특산품인 감귤초콜릿과 백년초 초콜릿을 사서 다시 공항으로 출발했다. 초콜릿은 학교가 개학하면 친구들에게 나눠줄 용도로 산 것이다. 공항에 도착, 수속을 끝낸 뒤 면세점으로 들어갔다. 여러 가지를 물건들이 많았다. 그곳에서 외할머니에게 드릴 홍삼과 아빠 홍삼, 그리고 엄마 선글라스와 내 매니큐어^^를 샀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비행기 출발 시간이 다가왔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올 때 탄 것보다 훨씬 커서 기분이 좋았다. 나는 고모네 식구랑 같은 좌석에 앉았다. 낮이고 날씨가 좋아서 모든 게 다보였다. 구름도, 저 아래의 바다도, 바다 사이에 있는 섬들도 보였다. 조금 지나니 많은 섬들이 한꺼번에 나타났다. 아빠가 다도해라고 일러주셨다. 다도해를 지나니 끝없이 펼쳐진 산들. 산들 사이 사이에 조그맣게 마을들이 자리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즐거웠던 3박 4일간의 제주여행이었다. 이제 언제나 다시 갈 수 있을는지…. 정다은 기자 <정다은님은 청량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위클리서울` 어린이마당 기자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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